[Magazine D/Black Box 360]위기의 방위산업.."박정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 원가 산정, 낮은 이윤율..
▲국내 업체엔 엄격, 해외 업체엔 관대
▲정부 규제 줄이고, 국산화·수출 늘려야
[동아일보]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는 침울했다. 업자들은 일할 맛이 안 났다. 말 많고 탈 많던 방위산업비리 수사 때문이다. 2014년 11월 출범한 민군합동수사단은 약 7개월간 수사하며 70여 명을 기소했다. 합수단 수사내용에 대한 언론의 대대적 보도는 방산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비리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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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일드 캣 방산비리 수사대상에 올랐던 영국제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합동수사단 수사와 별개로 와일드 캣은 현지수락검사를 통과해 올해 4대, 내년 4대 모두 8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방산업계에서는 “해외무기 도입 비리와 방산비리를 구분해달라”고 항변한다. |
육군 특수전사령부 ‘불량 방탄복’ 관련 비리로 기소된 장교 2명은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군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1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황 전 총장은 민간인 신분이므로 검찰 관할이다. 군검찰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상고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군검찰과 검찰이 여론을 의식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이 사실 판단이 아닌 법리 판단을 하는 곳임을 감안하면, 사실관계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6월 이 두 사건과 영국제 해상작전헬기(AW-159와일드 캣) 도입 비리 사건을 중심으로 합수단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신동아 2015년 7월호 ‘몸통 놔두고 꼬리만 건드린다-방위사업비리 수사의 이면’).
작전요구성능(ROC) 미달 및 시험평가서 조작 논란에 휩싸인 와일드 캣은 최종 관문인 현지수락검사(SAT)를 통과해 조만간 도입될 예정이다. 수락검사를 통과했다는 얘기는 해군에서 요구한 성능을 다 충족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불량품이 아니라면, 성능을 조작하려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공소사실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 캣은 올해 1차분 4대, 내년에 2차분 4대, 총 8대가 도입된다.
“방산비리 아닌 개인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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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함 엉터리 음파탐지기로 논란이 됐던 해군 구조함 통영함. 음파탐지기 도입 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
방산업계에서는 “‘방산비리’라는 용어부터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방산 관련 단체 관계자의 얘기다.
“합수단 수사내용 중 상당수는 방산비리라고 볼 수 없다.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과정에 발생한 비리와 방산비리는 구분해야 한다. 단순 군납 비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합수단과 언론에서 이를 싸잡아 방산비리라고 하는 바람에 성실하게 사업을 해온 다수 방산업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었다.”
실제로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방산비리 중에는 해외 무기체계 도입과 관련한 비리가 많다. 군 법무관 출신 이명현 변호사(법무법인 그린)는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의 금품수수 사건에 대해 “방산비리라기보다는 개인 비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총장은 해군 함정사업 수주에 나선 조선업체 STX로부터 아들 행사의 후원금 명목으로 7억여 원을 받았다.
연예인 클라라와의 관계로 더 눈길을 끈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건도 정 전 총장의 경우처럼 방산비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시각이다. 이 회장의 죄명은 납품 사기. 터키에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를 도입하면서 원가를 부풀려 500여억 원의 부당 차익을 챙겼다는 혐의다.
“이 회장이 사기를 쳤다면, 방위사업청은 공모하거나 속은 셈이다. 그런데 방사청 쪽에선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원가의 2배 가격으로 계약했는데도 몰랐다면 심각한 배임에 해당한다. 또 장사꾼이 이문을 많이 남긴 것이 사기죄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다. 법원이 어떻게 판결할지 궁금하다.”
합수단 수사로 시끄럽던 지난해 6월, 한국 방산업계에는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큰 손’ 삼성이 자사 방산기업을 한화에 매각한 것이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화는 올해 4월 한국형전투기(KF-X)에 탑재할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권을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AESA 레이더는 KF-X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장비로, 미국 측이 제공하는 기술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독자개발 능력을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화탈레스가 우선협상대상 업체로 선정되자 업계에서는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 달 뒤인 5월엔 한화테크윈이 대공유도무기체계를 생산하던 두산DST를 인수함으로써 한화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방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그룹의 방산을 계열사 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주)한화: 정밀탄약, 유도무기, 무인수중체계 △한화테크윈: 자주포, 장갑차, 항공기 엔진, 드론, 기동무기, 대공유도무기체계 △한화탈레스: 지휘통제, 감시정찰체계,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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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표전차 해외로도 수출하는 K-2 흑표전차의 도하훈련 광경. |
삼성과 한화의 거래는 물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하겠다. 세계적 방산기업을 꿈꾸는 한화의 행보는 국내 방산업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화의 ‘약진’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삼성의 ‘철수’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방산에서 발을 뺀 것은 오늘날 국내 방산업계의 위기를 말해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이 글로벌디펜스뉴스에 기고한 글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제목은 ‘삼성이 방위산업을 포기한 이유’. 이 글에서 채 회장은 삼성이 방위산업에서 철수한 이유에 대해 △방산비리 업체라는 오명이 견디기 힘들고 △고비용저효율 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민수(民需) 제품에서 평균 10% 이상의 마진율을 기록하는 삼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겨우 3~5% 마진을 챙기기 위해 ‘방산비리 업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방위산업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방위산업이란 ‘정부가 지정한 방산물자를 포함한 무기체계 및 주요 비무기체계를 생산(제조, 수리, 가공, 조립, 시험, 정비, 재생, 개량 또는 개조)하거나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방산업체는 정부가 지정하는데, 현재 95개 업체가 활동한다.
유사한 개념으로 방산 관련 업체, 군납업체, 무역대리점(오퍼상) 등이 있다. 방산 관련 업체는 방산업체의 협력업체, 방산장비물자 무역업체, 방산장비 시제업체 등 방산물자 관련 제조나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다. 군납업체는 피복, 식자재 등 군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납품한다. 무역대리점은 외국 수입업자 또는 수출업체의 위임을 받아 국내에서 수출물품을 구매하거나 수입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다.
현재 방산 관련 업체는 1만 여개, 군납업체는 수만 개, 무역대리점은 2000여 개에 이른다. ‘방산비리’를 언급할 때 방산업체의 비리와 기타 업체의 비리를 구분해 달라는 것이 방산업계의 하소연이다.
국내 방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은 방위사업청이다. 방사청은 무기를 비롯한 모든 방산물자 구입에 대한 예산을 짜고 계약을 하고 집행한다. 3000억 원 이하 사업은 방사청장이, 3000억 원을 초과하는 사업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방추위 위원장은 국방부 장관이고, 부위원장이 방사청장이다.
무기 도입의 경우 각 군에서 소요제기를 하면 합동참모본부, 국방부(전력자원관리실)를 거쳐 방추위 안건으로 올라간다. 최종 결정 단계에서 청와대(안보실)와 조율한다. 모든 방산물자는 공개 입찰이 원칙이다. 다만 특정 회사에서만 생산하는 물품인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한다.
방산비리 수사 이후 방사청은 감시를 강화한다며 감독관 자리를 신설했다. 민간 검찰의 부장검사급이 임명됐다. 감독관 아래 기획팀장, 법무팀장 자리도 검사가 맡았다.
해외 업체와의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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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50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내 최초 초음속 훈련기. |
방산업체들의 가장 큰 고충은 불합리한 원가 산정과 적은 이윤이다. 시중 일반 제품의 원가는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방산물자의 원가는 실발생 비용을 기준으로 삼는다. 모든 방산업체는 연말에 방산원가를 방사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방사청은 이를 검토해 허위사실이 있을 때는 부정당 제재(부정당 업체로 지정해 불이익을 주는 것)를 하고 투입금액을 환수한다. 업체들은 원가자료 외에 회계자료, 재무제표 등 기밀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방사청에 이어 감사원이 한 번 더 점검을 한다. 게다가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등 보안기관이 수시로 감찰한다.
이에 비해 해외 업체는 거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해외에서 구입하는 무기의 경우 원가가 얼마인지 방사청에서 알아낼 도리도 없다.
“해외 업체는 문제가 생겨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부품 공급을 중단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에 해외 업체로부터 무기체계를 공급받는다는 것은 향후 수십 년간 엄청나게 바가지를 쓸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감사원이나 검찰이 국내 방산업체처럼 매우 엄격한 법적 절차를 들이대다가는 무기체계를 구매할 수 없게 되기에 해외업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
방산업체의 유일한 고객은 군, 곧 국가다. 국가를 대표해 방사청이 업체와 계약을 맺어 각 군에 공급한다. 실발생 비용을 원가로 산정하는 제도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방산업체들을 보호하려 도입했다. 정부가 생산에 드는 모든 비용을 보전해주고 이윤까지 얹어 주겠다는 정책이었다.
이 제도는 ‘맨땅’에서 시작한 방산업계가 자리를 잡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해외에 수출까지 할 정도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지금은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을 산정하고 이윤을 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방산원가 정책이 이를 가로막는다. 수십 년 전 업체들을 돕겠다고 도입한 제도가 지금에 와선 발목을 잡는 셈이다.
방사청 법률지원팀장을 지낸 이명현 변호사는 “사실 방산 원가라는 건 정확히 계산하기 힘들다”며 원가 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완제품 원가를 산정할 수 없으니 각 부품 원가를 합해 계산한다. 어떻게 부품 값을 합해 제품 값을 책정할 수 있나. 상식에 어긋나는 짓이다. 방사청 원가팀이 수시로 작업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감시한다. 결국 업체는 인건비에서 남겨먹을 수밖에 없다.”
방사청이 보장하는 법적 최저 이윤율은 9%대. 실비용을 근거로 한 원가에 9%의 이윤을 얹어준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 이윤율은 그보다 낮다는 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방사청이 비용을 다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해외 전시행사 운송비, 보험료, 변호사 수임료 따위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며 “업체로서는 무조건 정부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체는 또 계약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을 내야 한다. 추진과정에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이 돈은 몰수당한다. 경우에 따라 과징금도 내야 한다. 가장 논란이 큰 것은 지체상금(遲滯償金)이다. 말 그대로 계약기간 내 사업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지불하는 벌금 성격의 돈이다. 해외 업체의 경우 그 한도가 계약금액의 10%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경우 한도가 없다. 하루 지체하면 계약금액의 0.15%를 벌금으로 물린다. 1년이면 54%에 달한다(0.15x365=54).
이명현 변호사는 “지체상금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해외 업체와 차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러 사업 진행을 늦추는 기업은 없다. 지체하는 만큼 기업도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의 지체상금 한도가 10%면 국내 업체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건 일종의 갑질이다. 해외 업체에 대해선 갑질을 못하니까.”
국내 개발을 해외 구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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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포 국산 명품 무기 중 하나로 꼽히는 K-9 자주포. 터키에 수출된 데 이어 지난해 폴란드와도 수출계약을 맺었다. |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방산 매출액은 11조9883억 원. 이 중 92.8%인 11조1370억 원이 상위 10개사의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5%에 못 미치는 5352억 원이었다.
방위산업은 위험도(리스크)가 높고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연구개발이 반드시 전력화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일반 제품을 생산할 때보다 실패 확률도 높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무기체계의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효용성도 떨어진다. 민수시설로 전환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그밖에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힘들고 △국방부의 예산 편성 및 집행이 불규칙적이고 △성능 개량을 하지 않아 기술력을 쌓을 기회가 적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국방부는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무기체계 조달을 실시하지만, 갑자기 북한의 잠수함 위협이 강조되면 정부의 추가 예산을 확보하여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다른 사업의 예산을 줄여 대잠수합 사업에 투입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삼성처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철저하게 스케줄 및 자금관리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계획을 잡을 수가 없는 점도 방위산업을 포기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일 것이다.”(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
즉흥적이고 불규칙적인 국방부의 무기 도입 계획은 종종 방산업체를 맥 빠지게 만든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국회의원 당선자(정의당)는 “안보위기가 돈벌이로 이용된다”라고 꼬집었다.
“북한이 도발하면 안보위기를 내세워 원래 중기계획에 없던 사업을 갑자기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을 변경한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국내 연구개발을 포기하고 값싸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해외 무기를 들여오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러면 국내 개발이 해외 직구매로 바뀐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해군 해상작전헬기, 육군 공격형 헬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 과정에 로비스트가 개입해 부정이 싹튼다. 이명박 정부 때 유난히 방산비리가 많았던 것은 이처럼 원칙 없이 국내 개발을 해외 구입으로 바꾼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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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당신만 모르나 VO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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