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년만에 풀린 '검은 나방'의 비밀


184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검은색 가지나방이 처음 발견됐다. 원래는 흰색이었다. 산업혁명으로 사방이 석탄 검댕에 뒤덮이자 새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나방이 주변과 같은 검은색으로 날개 색을 바꾼 것이다. 검은색 가지나방은 이후 과학 교과서에 환경에 적응한 생물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했다. 하지만 어떻게 날개 색이 갑자기 변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영국 과학자들이 검은 나방이 나온 지 168년 만에 그 비밀을 밝혀냈다.
영국 리버풀대 일릭 사케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가지나방의 날개 색 변화를 일으킨 유전자 변이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가지나방의 DNA를 이루는 40만개의 염기를 모두 분석했다. 검은색과 흰색 나방의 유전자를 비교했더니 모두 87개가 달랐다. 이를 하나씩 기능을 정지시키면서 날개 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9000개의 염기로 구성된 유전자 하나가 흰색 나방의 '코텍스'란 유전자에 추가되면 날개 색이 검게 변했다.
유전자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돌연변이가 늘어난다. 즉 가장 최근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많고 과거로 갈수록 돌연변이가 적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검은색 날개를 만든 유전자 변이가 1819년에 처음 일어났음을 알아냈다. 사람 눈에 띄기 30년 전에 이미 검은색 나방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검은색 가지나방은 처음 발견된 지 반세기 만에 무리를 휩쓸었다. 흰색 나방이 다시 돌아온 것은 대기정화법의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다.
리버풀대 연구진은 코텍스 유전자에 뛰어들어온 유전자가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날개를 검게 만들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코텍스 유전자는 색소와는 상관없다. 하지만 나비에서는 해답을 찾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크리스 지긴스 교수 연구진은 같은 날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서 "열대지방에 사는 나비의 날개 색이 다른 나비를 닮는 것은 코텍스 유전자에서 DNA를 교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방은 천적의 눈을 피하려고 주변 환경에 맞춰 날개 색을 바꿨지만, 열대지방에 사는 붉은우편배달원 나비는 오히려 천적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색을 바꿨다. 독개구리처럼 자신의 몸에 독이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는 경고색이다. 나비가 서식지를 옮기면 곧 그곳에 사는 나비의 경고색을 닮는다.
연구진은 나비의 코텍스 유전자에 새로운 DNA가 끼어들면서 비늘 구조를 바꿨다고 밝혔다. 비늘이 어떤 모양으로 쌓여 있는지에 따라 날개 색이 달라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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