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대신 TV로..볼륨 높인 '거실 야동' 괜찮을까?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김지훈 기자] [[‘야동’의 변화] 인터넷에서 TV로 ‘역점화’…IPTV 성인VOD 시장 3배 이상 성장]

#1. 무역회사에 다니는 30대 회사원인 A씨는 지난해부터 가족과 떨어진 뒤 오피스텔에 ‘입성’했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는 IPTV와 친숙해졌고 그 안에 야한 영상이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야동’(야한동영상)은 신세계였다. 제목부터 구미를 당기는 야동이 나라별로 가지런히 구비돼 있었다. A씨는 “컴퓨터 화면보다 큰 TV 화면으로 시청하니 보는 재미가 남달랐다”며 “IPTV에 이렇게 많은 야동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했다.
#2. 40대 직장인 B씨는 맞벌이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거실에서 올레TV의 ‘야동’을 애용한다. 처음엔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 몰랐다. 리모컨으로 영화를 검색하다 우연히 ‘19금 카테고리’에서 발견한 것이다. B씨는 “컴퓨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데다, 요새는 야동 검색도 막혀있어 IPTV 야동이 나름 탈출구가 되고 있다”며 “아내가 집을 비우면 자연스럽게 야동에 손이 간다”고 말했다.
‘야동’이 컴퓨터에서 TV로 옮겨왔다. 인터넷의 전유물일 것 같았던 19금 포르노 영상이 안방 거실에 자연스럽게 침투한 것이다. 그간 TV에서 간간이 소개되던 조금 ‘야한’ 수위의 영상이 아니라, 대놓고 벗고 실제 ‘전투’를 방불케 하는 전라의 행위들이 어김없이 거친 숨소리와 함께 40, 50인치 TV 속에서 펼쳐진다.
과거 비디오 대여점에서 흔히 빌리던 삼류 에로 영화의 수준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용의 눈물’을 패러디한 ‘용의 국물’ 정도가 아니라, ‘쉼없는 펌프질에 달아오른 누님’ 같은 노골적인 제목으로 시청자를 유인하는 식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를 하고 싶어질 만큼 아찔하고 선정적인 제목이 다수”라며 “클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제목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 ‘TV는 야동천국’…‘00발산하는 00과부들’ 등 선정적 제목의 영상들 ‘봇물’
지난 1월 24일 올레TV의 ‘19+’ 카테고리에서 인기 AV(Adult Video·성인영상) 1위는 일본 제작의 ‘00발산하는 00과부들’이었다. 2위 역시 일본의 ‘00로 00 채우는 00미시’였고 한국 제작의 ‘나의 00파트너는 여대생’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주일 뒤인 1일, 순위는 다시 바뀌었다. ‘순진녀 00의 00 신고식’이 가파르게 상승해 1위에 올랐다. 이 영상에는 ‘잠자던 당신의 00을 벌떡 일으켜 세워줄 고품격 에로틱 00 영상’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붙어있다. 솔깃하고 명확한(?) 설명이 순위 상승의 주요 변수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위에 오른 41분짜리 ‘논스톱베드스페셜, 겨울편’은 ‘베드신 부분에서 알짜배기 부분으로만 이뤄진 영상’이라는 요약 설명이 붙어 나름 ‘큐레이션’ 역할을 하고 있었다. ‘~00과부들’은 1주일 만에 1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고, ‘00로 00~’은 2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주간 회전율이 빠르게 돌아갈 만큼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19금 성인영화’ 카테고리에는 ‘인기 톱 69’, ‘19+ 특별기획’, ‘최초 2+1 특가전’, ‘한국AV’, ‘일본AV’, ‘서양AV’, ‘성인애니’ 등 포르노 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세부 목록들이 가지런히 배치돼 성인 시청자의 눈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인기 톱 69’ 중 하위 순위에는 제목 자체로 승부를 거는 영상 목록이 대거 올라와 있다.
◇ IPTV업체들의 성인VOD, 최대 40% 매출 늘어…일본 성인물 1위
국내 1위 IPTV사업 이동통신사인 KT가 서비스하는 올레TV는 2015년 말 현재 전체 주문형방송(VOD) 이용 건수에서 성인용 VOD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QOOK과 SHOW 서비스가 올레TV로 통합되던 2011년 0.3%에서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2위 IPTV사업체인 SK브로드밴드의 B TV’의 경우 성인용 VOD는 2015년 말 현재 전체 VOD 이용 건수에서 4%에 육박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2015년 12월 현재 성인용 VOD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3위 IPTV사업체인 LG유플러스도 2015년 말 현재 성인용 VOD의 비율이 2.5%로 출범 초기인 2009년 1.1%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IPTV업체들이 브랜드 정체성 훼손 우려와 타사와의 비교 경계심으로 구체적인 수치 자료를 밝히지 않아 실제 성인용 VOD 시청 비율은 곱절 이상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IPTV방송협회(KIBA)는 2015년 11월 말 현재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수를 총 1249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성인용 VOD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최소 10만에서 많게는 1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영화등급분류 편수는 2015년 현재 일본이 483편(28.8%)으로 사상 처음 미국(422편, 25.1%)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3위는 367편(21.8%)의 한국이 차지했다. 등급분류란 국내 정식 유통되는 모든 영상에 대한 관람 등급으로, 이용료를 받고 제공되는 모든 영상들은 법적으로 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치완 영등위 정책홍보부장은 “일본 영상물은 등급분류 편수에서 성인물(청소년관람불가)의 비중이 높은데, 특히 폭력성보다 선정성 영화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이는 IPTV 등 부가시장의 수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인터넷·SNS 뚫고 안방극장으로…1인 가구 증가로 성인물 양성화 시장 거세질 듯
아직 TV가 ‘야동’을 완전 ‘점령’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야동은 인터넷 P2P(개인 대 개인) 공유 서비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개치고 있고, 수위도 인터넷이 TV보다 더 높다.
하지만 IPTV 성인 영상 시장이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탄력을 받으면서 IPTV가 점차 야동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1인 가구의 대두는 TV를 ‘혼자 보는 매체’로 변화시킨 가운데 성적으로 소외된 30, 40대 여성층이 IPTV로 야동에 대한 관심을 가질 전기를 맞았다”며 “그러나 남성은 유료라는 점과 수위 문제 때문에 약간의 접근 문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봉(신문방송학)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불법 공유 사이트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향후 음성적 성인물 시장은 줄어들고, IPTV와 같은 양성적 시장이 보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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