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성공학]⑤의류회사 부도딛고 화장품사업으로 부활한 오뚝이 기업인

박철근 2016. 5.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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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보다 더 천천히..조급증 버렸죠"김영석 에이치에스글로벌 대표 인터뷰2000년대 초반 외국 명품 의류 대거 유입으로 '쓴잔'화장품 업계 경험 바탕으로 화장품 회사 창업中 판매필수 조건 '위생허가' 다량 획득으로 경쟁력 제고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이제 ‘콰이콰이’(快快, 빨리빨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중국인의 대표적인 특성인 ‘만만디’(慢慢地, 천천히)보다 오히려 더 여유를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김영석(49) 에이치에스글로벌(HS글로벌) 대표는 과거 실패의 이유를 중국 시장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찾았다.

지난 1996년 ‘해솔’이라는 중저가 여성의류회사를 설립한 김 대표는 외환위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했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당시 신세계(004170)백화점과 이마트(139480) 등에 공급한 중저가 의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연매출이 70억원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현지에 4억원을 투자해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여유롭고 느긋한 중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빨리 생산량을 늘리라고만 독촉했다”고 반성했다.

사람을 너무 믿은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다. 중국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리인으로 채용했던 조선족들의 보고내용을 100% 믿었던 것. 그는 “원사를 싣고 오던 배가 좌초됐다는 보고를 자주 받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인들과 그들은 관리한 조선족들이 짜고 거짓보고를 하고 중간에 원사대금 등을 뒤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 및 인력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해솔의 결정적인 쇠락 원인은 2000년대 초반 국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해외 명품 의류였다. 그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 해외 명품의 국내 시장 반입이 본격화되면서 더이상 중저가 의류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안된다고 판단해 2002년 사업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입점했던 점포를 당시 신생 화장품 업체인 페이스샵에 넘겼다. 이 때가 김 대표의 인생 제2막이 될 줄은 당시에는 그도 몰랐다고 전했다.

페이스샵에 점포를 넘긴 것이 인연이 돼 페이스샵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이후 페이스샵 태국법인장을 거쳐 한국화장품(123690)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더 샘’이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해 승승장구했다.

김 대표는 “화장품 사업을 하면서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더 늦으면 내 사업을 다시 못할 것으로 생각해 과감히 회사를 나와 다시 창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2014년 2월 HS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위생허가 취득에 전력을 다했다.

에이치에스글로벌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중국 위생허가다. 위생허가는 중국 내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특히 최근에는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위생허가를 받은 제품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영석 HS글로벌 대표는 중국 위생허가 취득 제품의 다량 확보와 중국 현지 유통그룹과의 조인트 벤처 설립을 바탕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HS글로벌
김 대표는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 중에 중국 위생허가를 가장 많이 받았다고 자부한다”며 “회사 설립 이후 대부분의 투자가 위생허가를 취득하는 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4월말 현재 에이치에스글로벌이 위생허가를 취득한 품목은 기초·색조 화장품 등 65개다. 연말에는 26개를 추가로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제품 경쟁력 못지않게 유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김 대표는 중국 전역에 1만개의 유통망을 보유한 산다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올 어바웃 스토리 인 차이나’라는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했다.

올 어바웃스토리는 HS글로벌의 제품뿐만 아니라 LG생활건강(051900)과 유한킴벌리의 제품도 판매하는 곳이다. 한국의 올리브영이나 GS왓슨스와 같은 일종의 드럭스토어인 셈이다.

그는 “지난해 매출(약 20억원)의 약 절반을 이미 4월까지 달성했다”며 “화장품과 생활용품 매출 등을 합해 올해는 113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100억원의 매출을 넘기면 올해는 손익분기점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천 송도에 4958㎡(약 1500평) 의 부지를 확보하고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건축하고 있다. 그는 “중국 현지에 JV를 보유하고 있고 제품 생산부터 브랜드까지 원스톱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HS글로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생산 중인 기초 및 색조 화장품 외에도 내년 하반기까지 유아용 및 한방 화장품도 추가로 개발·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정부의 재창업 지원 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재창업 지원을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한다”며 “지원대상의 가치를 판단해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이 부족해 적재적소에 자금 등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철근 (konp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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