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무 성폭행의혹, 무죄판결받은 주병진사건 재연될까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인기 개그맨 유상무(36)가 지난 5월 31일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9시간이나 걸린 강도높은 조사에서 유상무는 피해 여성으로 지목된 여대생 A(21)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인 경찰은 유상무의 진술을 확보한 만큼 일단 그를 귀가 조치 시켰고, 필요하면 A와 대질 신문을 벌일 예정이다. 이제 관건은 두 남녀가 모텔에 들어갈 때의 정황과 이곳에서 강제적인 성관계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 유상무가 A와 연인임을 입증할만한 증거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또한 이들의 진술의 일관성이 얼마나 유지될지 등에 맞춰져 있다.
특히 이 사건은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범들의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요즘 맞물려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돌팔매를 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팬에게 환심을 베풀며 의도적으로 접근, 여성을 두 번 울린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불을 지른 건 유상무의 현 여친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그간 유상무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부터다. 그는 자신도 유상무에게 농락당했고 비슷한 패턴의 접근 방식을 낱낱이 밝히며 더 이상 자신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유상무는 경찰 조사에 앞서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 일로 방송 하차는 물론이고 심각한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검경의 조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싸늘해진 여론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아 보인다. 특히 성 범죄는 한국에서 병역, 세금과 함께 용서받기 힘든 3대 죄목이 아닌가.
하지만 서둘러 그를 성범죄자로 낙인찍는 우를 범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무죄 추정 원칙 뿐 아니라 20년간 연예 기자로 밥을 먹으며 지켜본 결과다. 이런 남녀 문제는 생각보다 은밀하고 복잡할뿐더러 당사자들만 아는 내용이 많아 수사 과정에서도 많은 혼선과 변수가 뒤따른다. 물론 피해 여성의 진술과 처벌 의사가 한결같고 강제성이 입증될 경우, 유죄 판결이 내려지겠지만 그에 앞서 변수 또한 있다.
바로 합의 가능성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와 보상을 받고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런 사건은 재판으로 가봐야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뿐이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가 생명인 연예인의 경우 어떻게든 합의에 목숨을 걸게 될 것이며 서로 수용 가능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재판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개그맨 주병진 강간 의혹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주병진은 2000년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야외 주차장 자신의 벤츠 차량에서 여대생 B와 성관계를 가졌지만 몇 시간도 안 돼 강간 치상 혐의 피의자로 지목됐다. B가 “차에서 강제로 당했다”며 경찰에 주씨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주병진은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결국 3년 만에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을 받으며 모든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당시 주병진은 싸늘한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연예인으로서 벼랑 끝 위기에 몰렸지만 끝까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며 재판에 몰두했다. 결국 여대생 B가 폭행 증거를 조작했고 재판 출석을 포기했다. 주병진은 1심 판결을 뒤집으며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물론 이 일로 그 역시 많은 걸 잃었지만 적어도 파렴치범이 아님을 증명하며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선명한 건 당시 기자가 주병진에게 민, 형사 소송을 당하며 패소했기 때문이다. 한때 형사 소송까지 제기한 주병진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팩트 체크와 반론 보도에 소홀했던 기자의 직업적 태만과 무능을 자책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피해 여성과 경찰 입장에만 귀를 기울이며 자극적인 보도만 한 건 아닌지, 정작 주병진의 발언을 듣기 위해 얼마나 발품을 팔았으며, 내심 그가 범죄자일 것이라는 확신을 하진 않았는지 모든 게 어설픈 가설이고 불찰이었다.
종편 프로그램 ‘개밥 주는 남자’에 출연중인 주병진을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야속하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며 묘한 연민도 교차한다. 정보량이 많을수록 오히려 진실은 가려지고 대중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주병진 사건도 그랬고, 아마 유상무 사건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기자를 포함해 모두 비싼 수업료를 치른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다.(사진=유상무 / 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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