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폭력적 에로틱? 금기 깬 박찬욱 감독의 항변(칸 인터뷰)

뉴스엔 2016. 5. 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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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뉴스엔 글 조연경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원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시대가 바꼈고, 배경이 바꼈고, 배우가 바꼈고, 스토리가 바꼈다. 영화 한 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것은 호평이든 혹평이든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가늠케 한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하지 않은, '문제작'이라 표현될만한 작품임에 분명하다.

'올드보이', '박쥐'에 이어 영화 '아가씨'('MADEMOISELLE'/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로 세 번째 칸의 부름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칸 현지에서 진행된 국내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화제 선상에 선 '아가씨'에 대한 '감독의 변'을 전했다.

국내 관객들은 개봉 후 '아가씨'를 관람하게 된다면 감독의 해석과 속내에 100% 동의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박찬욱 감독은 명확한 뜻을 품고 '아가씨'를 연출했고, 이는 영화를 관람하기 전 참고하면 좋을 지침서가 될 전망이다.

소설 '핑거스미스'를 읽고 그 스토리에 매료된 박찬욱 감독은 곧 바로 영화 제작을 결정, 각색에 박차를 가했다. "그 작품을 못봤으면 몰라도 봤다면 누군지 하고 싶어했을 것 같다"고 말한 박찬욱 감독은 "나에게는 너무 충격인 내용이었고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인생의 뭔가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스스로 똑똑하다 자만하고 자기가 뭔가를 다 주도해서 상대방을 속인 줄 알았는데 뒤통수 맞는 이야기가 통쾌하기도 했다. 우리의 인생이 때로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잘난척하고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누군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는 스토리가 아주 기가막히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얽히고 설킨 네 인물은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고 이 과정에서 아가씨와 숙희는 서로에게 빠져들며 진정한 사랑을 갈구한다. 여성과 여성의 로맨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정사신까지 또 한 번 금기에 도전한 박찬욱 감독은 찌질하고 변태적인 남자들에 농락당하지 않고, 이용당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두 여성을 에로틱하면서도 통쾌하게 그려냈다.

'정사'. 단 두 글자가 뭐길래 앞 뒤 스토리는 따져보지도 않고 열을 올리며 관심을 표하는 것일까. 장면을 위한 장면으로 폄하하기엔 굉장히 아름답게 표현된 정사신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무조건 강렬하게 묘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올드보이' 때도 똑같았다. 정사 장면이 등장하지만 수위를 떠나 그런 장면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전쟁영화에 전투신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작품이라면 동성애 장면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박찬욱 감독은 "오히려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소재는 단순하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과거에는 검열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할 수 있으면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배려했다 할지라도 감독이 남자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내비친다. 박찬욱 감독 역시 이 같은 우려를 고민하지 않았을리 없다. "고민을 하다 말았다"며 시원하게 답변한 박찬욱 감독은 "고민을 덜했다는 뜻이 아니라 하는데까지 했지만 이 이상은 어떤 얘기가 나와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고 솔직한 속내를 고백했다.

박찬욱 감독은 "할 수 있는 한 두 사람의 감정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남성의 관음증적인 시선은 피하려고 노력했다"며 "낭독회를 하는 장면에서 문소리와 김민희가 책을 읽을 때 이를 구경하는 남자들의 시선이 있다. 그게 가장 폭력적인 시선이다. 그 시선을 정사 장면에서 재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이렇게 말해도 선입견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며 "그걸 알면서도 두 사람의 깊이있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고, 남성의 입장에서 흥미진진하게 혹은 에로틱하게 찍는 것은 피하려고 했다. 항상 조심했지만 '남자라서 이렇게 찍었나?'라고 평가한다면 그 생각을 말릴 방법은 없다.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이렇다"고 강조했다.

또 "만드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남자들은 노출의 강도에 비해 그렇게 야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고, 여자들은 오히려 반대였다. 나 역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뚜껑은 열려봐야 알겠지만 '아가씨'는 여성을 결코 성적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스토리 자체가 그렇게 흘러갈 수가 없다. '내가 최고야', '너희들은 내 밑에서 내 말만 들어야 해'라고 자만하는 남자들을 아가씨와 숙희는 철저하게 약올리고, 남자들은 최후까지 찌질함의 극치를 보인다.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봉 후 남성과 여성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는 노릇.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하나의 장르 영화로 봤을 때, 음모를 꾸미고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백작 캐릭터는 완벽한 지략과 여자들을 유혹하는데서도 흠하나 없는 그런 사람으로 표현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영화의 백작은 잔인할 때는 잔인하고 허술할 때는 또 허술한 인물이다. 현실성이라고 말해야 할까? 악당이면서 바보같고, 못된짓을 하면서 완벽한 악당도 못 되는, 그런 '남자'를 만들고 싶었다"고 진심을 표했다.

뉴스엔 조연경 j_rose1123@ / 정유진 noir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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