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ML 구장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콘텐츠, '팬들과의 소통'

텍사스 레인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2차전이 열리기 20분 전, 미닛 메이드 파크에선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관중도, 취재진도, 더그아웃에 있던 코칭 스탭도 실소를 터트립니다. 이럴 땐, 전광판을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스코트인 오르빗이 텍사스 더그아웃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오르빗은 메이저리그 마스코트 중에서도 장난기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입니다. 귀여운 얼굴에 개구쟁이 행동을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텍사스 선수들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16일 텍사스 홈에서 발생한 오도어와 바티스타의 강펀치 사태. 바티스타의 얼굴에 강펀치를 날렸던 오도어를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오르빗은 이미 경기 전, 텍사스 더그아웃을 어슬렁거리며 선수들을 향해 장난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알베르토는 오르빗에게 강펀치를 날린 것입니다. 까불면 맞는다를 직접 보여주는 거죠.

이 모든 상황은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고, 이를 본 팬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르빗을 향해 외칩니다. “오르빗, 너도 펀치 날려”라고.

차마 선수를 향해 펀치를 날리지 못했던 오르빗. 장난의 시작도 오르빗이었기에 할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알베르토의 장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르빗의 모자와 털장갑을 빼 관중석에 휙~하고 던져 버린 것입니다.

이 둘은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도어 강펀치 사태’를 재미있게 패러디함과 동시에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휴스턴과의 3연전 중 첫날. 오도어가 타석에 오르자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쏟아졌습니다. 휴스턴 팬들은 야유를 보냈고, 텍사스 팬들은 환호를 보냈는데, 휴스턴 홈 경기였기에 야유 소리가 훨씬 컸습니다. 그 다음날 이 야유를 없애보려는 텍사스 알베르토와 휴스턴 오르빗의 노력이었습니다.


키스 타임이나 댄스 타임은 이미 야구장에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참여형 이벤트로 관중들도 거리낌 없이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경기의 흐름과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던 전광판은 어느새 관중들과 함께 즐기고, 공감하고, 참여하는 소통의 매체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7이닝 스트레치 타임(7th ining stretch)이 존재합니다. 딱딱한 의자에만 앉아 있어 굳어 있을 근육을 풀어주는 시간입니다. 7회초에서 말로 넘어가는 공수교대 시간에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나를 야구장으로 데려다줘)’를 부릅니다.

전광판에선 관중들의 모습을 비추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재미있는 컴퓨터 그래픽이 활용돼 재미를 더해줍니다.


선수와 팬들이 직접 대결을 펼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선수는 사전 녹화로 진행되고, 전광판을 통해 방송됩니다. 관중은 현장에서 직접 선정돼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공수교대 시간에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기업의 후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결국, 기업 광고를 하는 셈이죠. 그런데 왜 관중들은 광고라는 인식보다는 함께 참여하고 웃고, 열광하는 것일까. 무엇이 이렇게 집중하게 할까. 그 안에 즐거움이 있고, 감동이 있고, 공감되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 광고합니다. 제품 사주세요.’라고 대 놓고 1차원적인 선전을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야구장에선 야구로 공감하고, 야구로 소통한다는 게 주목적입니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며칠 전, 다저스타디움 전광판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이 보여졌습니다. LG 모바일 ‘G5와 프렌즈’ 광고였지만, 제품을 앞세운 스토리가 아닌 선수와 팬의 만남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LA 다저스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직접 참여했고, 실제 다저스 팬을 섭외해 진행된 만남이었습니다.

‘G5와 프렌즈’로 야구를 색다르게 즐기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팬과 선수의 직접 만남이라는 점에서 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던 선수와의 만남이었기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거죠.

이처럼 야구장의 전광판은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참여형 이벤트, 소통, 공감의 매체로 활용됩니다, 때론 영화 스크린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장치로도 활용됩니다. 다저스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