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다투고 삐질 때도 있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문학수 선임기자 2016. 4. 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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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트리오 제이드’ 창단 10주년 기념연주회

2006년 6월이었다. 세 연주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기차를 두 번 갈아탔다. 남프랑스 나르본역에 내려 자동차로 피레네 산맥의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이나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세속과 단절된 듯한 중세풍의 수도원”(이정란)이 눈앞에 펼쳐졌다. 첫 연주회장이었다. 이정란(첼로), 이효주(피아노), 박지윤(바이올린)은 돌기둥 아치들이 즐비한 퐁프루아드 수도원의 고즈넉한 홀에서 드보르자크의 피아노3중주 4번 ‘둠키’를 연주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던 연주”(이효주), 그래서 “음악의 동반자를 얻은 행복감”에 가슴 벅찼던 연주회였다. 그날 이후 세 사람은 3중주단으로 의기투합했다.

왼쪽부터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이효주,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구본숙

피아노3중주단 ‘트리오 제이드’가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오는 2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10주년 기념연주회를 갖는다.

세 연주자는 “‘트리오 제이드’라는 이름은 첫 연주회를 마치고 난 이듬해에 지었다”고 말했다. “‘제이드(옥)’는 예부터 동양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온 보석이잖아요. 연마할수록 빛이 나는 보석이죠. 그래서 이름으로 정했어요.”

‘제이드’라는 작명에 자신들의 염원을 담은 셈이다. 모름지기 실내악은 ‘이심전심의 우애’가 없다면 불가능한 장르. 말하자면 함께 연주하는 동료에 대한 배려심, 그로 인한 조화의 앙상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연주력이 뛰어나다 해도 그런 마음이 없다면 음악에 균열이 생기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트리오 제이드가 함께 보낸 우정 어린 20년은 음악의 밑거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박지윤과 이효주는 예원학교 동기생, 이정란은 그보다 2년 선배다. 세 명 모두 같은 해(2002년)에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유학했다. 물론 한창 나이의 세 연주자들이 늘 사이가 좋다면 그것도 수상쩍은 일일 터. 세 사람은 “다투고 삐질 때도 있다. 심지어 연주회 드레스를 고를 때부터 약간의 신경전이 펼쳐진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으로 복수하진 않는다”며 깔깔 웃었다. “음악을 안 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죠.”

트리오 제이드는 국내에서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 우승(2013), 2015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개최된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 같은 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트론하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1위를 놓쳐 아쉽긴 하지만, 오래도록 실내악 불모지로 인식됐던 한국에서 드디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피아노3중주단이 출현했음을 알린 개가였다. 이후 트리오 제이드는 유럽과 북미 투어를 거치며 현악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과 함께 한국 실내악을 대표하는 연주단체로 자리했다.

10주년 기념무대에서는 슈베르트가 피아노3중주를 위해 작곡한 모든 곡을 연주한다. 피아노 트리오 1번과 2번, 그리고 ‘야상곡’(Notturno)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느린 단악장의 피아노 트리오 D.897도 연주한다. 슈베르트가 31세로 세상을 떠나던 해에 작곡된 곡들이다. 트리오 제이드는 “불행하게 살았던 슈베트르가 생애 마지막에 느꼈던 쓸쓸함이 고스란히 밴 음악들”이라며 “그럼에도 끝까지 희망을 보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이 담겨 있어 안쓰럽다”고 설명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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