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차는 독일, 자주포는 한국으로 기울다
노르웨이가 차세대 전차 사업에서 레오파르트 2A7을 선택한 뒤, 포병 전력 확장에서는 정반대로 한국의 K9을 대규모 추가 도입하며 전력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이미 운용 중이던 28문에 더해 24문을 추가하면서 총 52문 체계를 확정했고, 패키지에는 교육과 정비까지 포함돼 실전 가동률을 바로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금액으로는 약 8천억 원대지만 탄약·부대 장비·인력 양성, 수명주기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실질 사업 규모는 1조 원급으로 평가된다. 전차에서 놓친 상징성을 자주포에서 만회했다는 인식이 현지 군 안팎으로 확산됐다.

혹한 검증을 통과한 북극권 화력
노르웨이가 추가 물량을 빠르게 택한 핵심 요건은 북극권 운용성이다. 영하권 저온 시동, 극지 주행 안정성, 결빙 환경에서의 포신 열변형 제어, 분산 사격 후 즉시 이탈 같은 전술 절차가 혹한 실사격으로 검증됐다. 깊은 적설 지역에서의 차체 안정과 신속 재장전, 혹한 장기 운용 시 평균고장간격을 입증한 점이 결정타였다. 무엇보다 전력화 이후 실전적 훈련에서 일정 준수와 고가동률을 동시에 확보해 병참 부담을 낮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가격·납기·운영생태계의 삼각 균형
K9의 강점은 단가만이 아니다. 훈련·정비·부품·탄약 호환으로 연결되는 운영 생태계가 일관된 비용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기존 1·2차 도입 때 구축한 정비·교육 체계를 그대로 확장하면서 추가 전력의 전환 비용을 최소화했고, 현지 통합군수지원과 전투체계 연동으로 배치 즉시 전력화를 구현했다. 납기 리스크가 낮고 옵션 구성이 유연해, 신규 포병대대 창설의 일정 드라이브에도 유리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정치 대신 성능, 장관의 실용 판단
전차 사업에서 정치적 고려가 짙게 깔렸던 전례와 달리, 자주포 추가 도입은 성능과 실용을 우선한 전문가형 결정으로 귀결됐다. 현 국방장관은 과거 육군참모총장 시절부터 혹한 작전 운용성과 유지·정비의 실효성을 중시해 왔고, 이번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평가를 주도했다. 그 결과 전선 운용부대의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예산·일정·성능의 세 축을 동시에 맞춘 안이 채택되었다. 정치적 신호보다 전장 데이터가 우선했고, 이 원칙이 한국산 무기의 복귀를 이끌었다.

‘52문 체계’가 바꾸는 북부 억지 태세
총 52문 체계로 확장된 노르웨이 포병은 북부 여단에서의 원거리 정밀탄 운용과 감시·정찰 자산 연동을 전제로 한 장사정 교전 개념을 본격화한다. 기존 관측·사격 통제망과의 통합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며, 향후 장거리 보조추진탄·보너스탄 등 탄종 다변화도 대비된다. 동일 플랫폼의 부대 편성 확대는 운용 교리 표준화와 부품·정비 공용화의 효과를 극대화해, 한파와 지형 제약이 심한 북부 전구에서의 가동률과 즉응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데이터로 설득하며 다음 1조를 따내자
이번 결정은 ‘브랜드’가 아니라 ‘데이터’가 계약을 성사시킨 전형이었다. 혹한 실사격 기록, 평균고장간격과 정비턴어라운드, 납기 준수 이력, 운용부대 피드백 같은 정량·정성 지표가 축적되며 신뢰가 형성되었다. 탱크 사업의 아쉬움을 포병에서 만회한 지금, 성능과 일정, 가동률이라는 냉정한 지표로 시장을 설득하는 전략을 더 정교화하자. 북극권에서도 통하는 실전 신뢰를 무기로 삼아, 연합국 표준 포병 플랫폼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다음 1조 규모의 기회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