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김건희 덮친 ‘공천개입 의혹’ 파장…‘돈 흐름’ 추적한다
공수처장,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가능성 시사
창원지검도 6300만원 거래 관련 수사 착수한 상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공천개입 의혹'으로 나란히 고발되면서 사법리스크가 한층 더 커지는 양상이다. 시민단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끌고 간 가운데 검찰은 이번 의혹 중심에 선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6300만원 상당의 자금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3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과 명씨도 함께 고발됐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의 부정한 청탁을 받아 윤석열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부터 재보선을 위한 공천업무에 함부로 개입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연고도 없던 창원에 공천해서 당선시켰다"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 과정과 김 전 의원 지역구 변경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근 뉴스토마토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공천을 앞두고 있던 같은해 5월9일 명씨가 지인과의 대화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도움으로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씨의 전화 이튿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을 창원 의창 지역구에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재보궐 당선으로 '5선' 고지에 오른 김 전 의원이 올해 4·10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지역구를 포기, 경남 김해갑 출마 선언을 하는 과정에도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지역구 변경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표와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공관위원장 등을 찾아가 김 여사의 공천개입을 주장하며 비례대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김영선, 6300만원 금전거래…명씨 "빌려준 것 받아"
시민단체가 이번 사건을 고발함에 따라 공수처도 해당 의혹에 대한 법리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의원과 명씨가 금전거래를 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자금 거래' 성격 규명을 위한 수사가 불가피 한 상황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이 2022년 8월부터 회계 담당자를 통해 명씨에게 6300만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과 명씨 사이에 부적절한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천개입 의혹을 정조준하며 "이건 정치자금법에 해당하는 문제라서 혜택을 받은 사람이 김영선 전 의원이고, 혜택을 준 사람이 김 여사라면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을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 주고 돈은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에게)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관련자들의 통신 기록 등 신속한 증거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박 의원 질의에 "공직선거법 위반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지켜봐 왔는데, 말씀하신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박 의원은 김 전 의원 수사 내용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았는지를 물었고, 오 처장은 이에 대해 "통지받은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공수처법상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엔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의혹 중심에 있는 명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김영선 전 의원 측에) 빌려준 돈 6000만원 돌려받은 것도 문제가 되나"라는 글을 올리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의원과 명씨 측은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명씨 사비로 처리된 비용을 확인했고, 이를 사후 정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명씨는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추가 입장문을 내고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담긴 문제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라"며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람을 '영부인-의뢰인(명태균)'이 아닌 '영부인-김영선'으로 바꾼 후 해당 메시지에 '영부인이 김 전 의원에게 김해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 내용이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추가한 거짓 보도"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 3월1일 칠불사에서 해당 텔레그램 내용을 확인한 이준석 의원이 '영부인의 공천개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고, 언론에도 이 같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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