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직원들이 새벽에 산후조리원 문을 두드린 까닭…아기 안고 배회 중인 산모 구조

정신과 치료 중인 여성, 아기 안고 거리 방황
종로서 관수파출소 소속 임현호 경위 등
인근 산후조리원 도움 얻어 수유 등 조치

서울 종로경찰서 관수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신생아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종로경찰서 제공

길거리를 배회 중인 산모와 신생아를 구조한 다음 산후조리원에서 급히 분유를 구해와서 탈수 상태에 빠진 신생아에게 먹인 경찰관 사연이 공개됐다. 아기는 제복과 외근 조끼 차림의 경찰관 품에 안겨 분유를 먹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9일 서울 도심 길거리를 배회하던 산모와 신생아를 구조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2일 알렸다.

종로서 관수파출소 소속 임현호 경위는 지난 19일 오전 2시30분쯤 종로 일대에서 배회 중이던 20대 여성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는 생후 40일 된 신생아를 안고 길거리를 떠돌면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에 있었다”며 “현재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임 경위는 A씨와 신생아를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데려왔다.

아기는 탈수 증세를 보였다. 파출소 직원들은 A씨와 대화를 나눈 끝에 상당 시간 수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모유 수유도 하려하지 않았다.

안정수 경장이 기지를 발휘했다. 안 경장은 인근 산후조리원에 도움을 청했고 사연을 들은 조리원은 흔쾌히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했다. 이를 받아온 경찰관들이 직접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타서 먹였다. 이후 경찰은 연락을 받고 온 가족에게 A씨와 아기를 인계했다.

3살 아들이 있는 안 경장은 “우리 아들이 신생아일 때가 생각나서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새벽 시간임에도 연락을 받고 흔쾌히 도와준 산후조리원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수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분유를 먹은 아기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종로경찰서 제공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