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땅에서 축적한 전기차 노하우로 근해용 디젤 선박 대체해야

노후 디젤 선박은 대기 오염물질과 해양 오염원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동화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출처:오토헤럴드 AI)

[오토헤럴드 김필수 교수] 최근 '전기차 캐즘(EV Chasm)'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전기차 보급 속도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지체일 뿐, 결국 무공해차인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확산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재해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모빌리티 부문의 친환경 전환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보조금 정책과 충전 인프라 확대를 통해 전기차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 등으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가 여전히 남아 있어 안전 기술 강화와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육상 교통수단의 전동화에 비해 해상 모빌리티, 특히 근해용 디젤 선박의 친환경 전환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수산업에 종사하는 소형·근해용 선박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노후 디젤 선박은 대기 오염물질과 해양 오염원 배출이 심각하다.

불법 배출과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는 정량적으로 파악조차 어렵고,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 해결의 기초 자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후 디젤 선박을 하이브리드 선박이나 전기 선박으로 조속히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해상용 선박은 육상 차량보다 제작 단가가 높고 전기 에너지가 물과 접촉할 경우 누전이나 감전 위험이 커 기술적·경제적 장벽이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친환경 해상 운송수단은 일부 선진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기술 확보와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10여 년 전부터 친환경 선박 보급을 위한 연구개발과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그 사이 근해용 디젤 선박은 더욱 노후화되고 배출 오염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영세 어업인 비중이 높아 선박 교체와 인프라 구축 부담은 더 크다.

따라서 원천 기술 개발과 양산 체계 확립,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통한 재정 지원, 접안 항구 충전·정비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기에는 전기 선박보다 엔진과 배터리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병행 보급하여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넘기고, 이후 전기 선박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다행히 국내에도 전기 선박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한 중견·중소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인천 송도 운하에서 전기 선박을 운영하고, 서울 한강에서 운행될 전기 수상버스의 핵심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배터리, 융합 엔진, 전장·전동화 기술, 제어 알고리즘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국산화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면 국내 친환경 해상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고, 새로운 해양 그린 뉴딜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상 모빌리티의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탄소 저감 효과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수출 산업 확대라는 부가가치도 제공한다. 이제는 해양 분야 친환경화를 국가 전략과제로 재정립하고,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정책 지원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육상 전동화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해상 친환경화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친환경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