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터빈 개조해 친환경 發電 실험… ‘수소전기 시대’ 성큼 [‘수소전기 시대’ 드라이브]

정재영 2023. 3. 13. 18: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남 서산 ‘실증단지’ 가보니
LNG 연소기 수소 1% 투입부터 시작
50%까지 높여 CO2 배출량 23% 줄여
3600가구 하루동안 쓸 전력생산 실증
혼소율 70% 땐 연간 CO2 13만t 감축
중형 승용차 5만대 年 배출량 맞먹어
100% 수소발전으로 탄소배출 0 목표
“저기 보이는 하얀 굴뚝과 그 아래 설치된 가스터빈은 서부발전에서 왔습니다.”

한화임팩트 관계자는 7일 충남 서산 한화 대산사업장 한쪽에 자리 잡은 ‘수소혼소(混焼) 터빈 실증단지’에 우뚝 솟은 흰 굴뚝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증단지 주변엔 크기가 다른 은색 배관들과 하늘색 압축모터, 흰색 탱크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수소는 부피가 커 압축이 필수고, 다른 광물과 쉽게 반응해 스테인리스 배관을 쓴 것이다.

한화 대산사업장에 있는 석유화학 자회사 한화토탈의 부생가스에서 나온 수소가 주원료다. 여기에 외부에서 보충한 수소를 더해 50%의 수소가 액화천연가스(LNG)와 함께 연소되면서 터빈을 돌려 전력이 생산된다.

LNG 가스터빈 연소기에 수소 1% 투입을 시작으로 혼소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이 한창인 이곳엔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사의 외국인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계 최초로 중대형 가스터빈에 수소를 50% 섞어 이산화탄소 및 질소산화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실증 작업이 한창인 한화 대산사업장 전경. 한화임팩트 제공
한화임팩트는 PSM과 토마센을 2021년 7월 인수했다. 1886년 가스엔진 제작을 시작한 토마센은 137년 된 기업이고, PSM은 1999년 설립됐다. 한화는 각각 유럽과 북미에서 가스터빈 및 수소혼소 개조에 특화된 두 회사를 통해 수소 인프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임팩트 이종수 수소사업부장은 수소혼소율을 50%까지 끌어올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3% 낮추는 것 외에도 “질소산화물을 LNG 발전 수준인 10ppm 미만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화임팩트와 서부발전이 수소혼소 발전에 몰두하는 배경은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맞닿아 있다.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정책에 집중하고 있고, 민간 등에선 기업의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 또는 자체 생산해 조달’(RE100)하거나 ‘재생에너지 외 원자력까지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로 공급’(CF100)하는 운동이 보편화하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도 미래의 수출 장벽이 될 수 있는 RE100 등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노력이 없는 기업이나 제품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 국내 LNG 발전소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26%인 연간 145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5300만t에 달한다. 기존 LNG 발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에 일정량의 수소를 섞어 물로 배출하고, 최종적으론 100% 수소 발전으로 ‘넷제로’(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목표다.

이 사업부장은 “최대한 많은 LNG 가스터빈의 수소혼소화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다”며 “이번에 실증에 나선 80㎿(메가와트)급 발전소는 약 3600가구가 하루 사용할 전력을 생산한다”고 소개했다.

서부발전과 한화임팩트가 힘을 합친 건 2년이 넘었다. 서부발전은 평택1복합 발전설비에 1994년 준공돼 2017년 12월 가동을 멈춘 80㎿급 중형 가스터빈을 외부에 매각하려고 했다. 한화임팩트가 2020년 12월 수소혼소 발전을 위한 터빈 개조사업을 제안하면서 이듬해 3월 업무협약(MOU) 한 지 2년 만에 실증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4월 대산사업장에 재배치된 가스터빈에 수소가 추가되면서 새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가스터빈과 단짝인 굴뚝도 평택 발전설비에서 대산사업장까지 65㎞를 이동해 수소혼소 터빈이 뿜어내는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새 임무를 맡았다.
서부발전은 이번 실증이 끝나면 새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대산사업장의 80㎿ 가스터빈 수소혼소 50% 실증 이후엔 서인천사업소의 150㎿급 가스터빈을 수소혼소율 70% 설비로 바꿀 계획”이라며 “70% 혼소율까지 성공하면 연간 13만t의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효과가 있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산화탄소 13만t은 중형 승용차 약 5만대의 1년 배출량이다.

한화는 수소혼소 발전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인프라 사업을 전 세계로 확대하려고 한다. 올해 1월 현재 전 세계에 9500기가량의 가스터빈이 설치돼 있는데 2030년까지 연평균 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부장은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소혼소 발전에 대해 “화석연료 중심 체제의 전환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사용해 점진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소혼소 발전이 간극을 메우게 될 것”이라며 “2031년까지 글로벌 가스터빈 전력 시장은 1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화임팩트는 2021년 말 미국 뉴저지의 한 발전소 가스터빈에 수소혼소율 40%를 적용한 상업발전 개조사업을, 지난해 5월엔 유럽 최대 전력공급사인 유니퍼사의 가스터빈을 수소혼소율 30%로 개조하는 사업을 각각 수주했다.

서산=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