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훼손 가속화…회복은 더뎌

백약이오름 정상부 봉우리 자연휴식년제 기간 무기한 연기
물찻오름·도너리오름·문석이오름·송악산 정상도 출입 제한
백약이오름에 많은 탐방객이 방문하면서 일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있는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탐방객 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제주 오름 훼손이 가속화하는 반면,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31일자로 만료 예정이던 서귀포시 표선면 백약이오름 정상부 봉우리에 대한 자연휴식년제(출입 제한)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내용을 최근 고시했다.

제주도는 백약이오름 정상부 식생 복원 정도가 더디다고 판단해 다음 달 1일부터 별도 고시가 있을 때까지 정상부 봉우리 출입을 무기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휴식년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오름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오름 출입 제한은 2년 단위로 이뤄진다. 2년간 오름 식생 회복과 보전 관리 정도를 확인한 후 다시 출입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백약이오름 정상부의 경우 많은 탐방객의 답압으로 훼손된 생태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2020년 백약이오름 정상부 출입 제한 이후 정상부 일대 잔디를 식재하는 등 식생 복원에 나섰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잔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등 복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약이오름 정상부 일대 잔디 등이 뿌리내리고, 식생이 회복되는 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외 물찻오름과 도너리오름, 문석이오름, 송악산 정상부 등도 현재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이 중 물찻오름은 지난해 초 개방이 결정됐다가 보류돼 현재까지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오는 10월 ‘오름 보전·이용 및 관리 지침 수립 용역’이 마무리되면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방 여부가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도너리오름은 2008년 12월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고 있다. 애초 올해 말까지만 출입이 제한될 예정이었지만, 식생 회복이 더딘 데다 오름 경사면 토질이 약한 탓에 답압에 의한 훼손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개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석이오름은 산악 오토바이 및 자전거 등의 출입으로 훼손이 가속화해 올해 말까지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제주도는 추후 모니터링을 통해 문석이오름에 대한 휴식년제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송악산 정상부는 2027년 7월 말까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한편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면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입목 벌채와 토지형질 변경, 취사·야영행위가 제한되며, 오름 무단출입 시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진유한 기자 jy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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