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수리한 적 없는 80년대 집, '1000만원'으로 고쳐봤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학교 CC로 만나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애 후, 부부가 되어 벌써 함께한 지 10년이 된 4년차 부부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집은 저희의 두 번째 신혼집인데요. 남편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집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지금은 부부가 되어 함께 살게 된다 하니 더 뜻 깊은 것 같더라고요! 또한 38년이나 된 오래된 구축이기 때문에 3년 뒤에 재건축이 예정되어 있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치기 위해 반셀프 리모델링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도면

방 3개, 화장실 1개로 저희 부부가 살기엔 아주 넉넉한 평수입니다. 하지만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는 집 상태를 보고 정말 놀랐었는데요. 전 세입자분이 무려 17년 동안이나 사셨는데, 손 보신 곳이 한 곳도 없어서 정말 80년대 아파트 그대로였습니다. 110V 콘센트도 있어서 정말 놀랐었던 기억이..!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도배/장판 정도만 하려 했으나, 주방과 화장실 상태를 보고는 고쳐야겠다 결심을 하고 반셀프 리모델링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큰 예산을 차지하는 게 바로 샷시(새시)인데요, 3년 후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데 샷시를 교체하기엔 너무나 큰 비용이기 때문에 교체하지 않기로 했어요.

가구 배치도

📌 인테리어 시공 항목- 도배, 장판
- 욕실, 주방
- 방문, 조명 교체
- 샷시, 몰딩, 베란다 셀프 페인팅

🔨 인테리어 진행 과정철거 → 페인트(셀프 진행) → 방문 교체 → 전기 → 타일 → 주방 → 화장실 → 도배&장판 → 조명 → 입주 청소

반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했기 때문에 공정별로 각각의 업체들과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셀프 페인팅

38년 된 아파트 답게 나무로 된 오래된 샷시라서 필름 작업도 안되기 때문에 저희 부부가 직접 페인트 칠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상부 갈매기 몰딩은 구축 아파트의 상징이죠? 샷시 칠하면서 몰딩도 같이 칠해보자 하며 호기롭게 셀프 페인팅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리모델링 하던 때는 바로 제일 더웠던 8월이었어요. 에어컨도 없이 한여름에 셀프 페인팅을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강렬한 꽃무늬 벽지와 함께 열심히 페인팅 중인 남편...^^

💡 천장 몰딩 셀프 페인팅 TIP천장 몰딩 페인팅과 도배를 같이 진행할 경우 몰딩에 올라타 있는 벽지는 미리 제거하기!

도배를 새로 할 때 기존 벽지를 제거하게 되는데, 그때 몰딩에 올라탄 벽지가 떼어지면서 페인트도 같이 벗겨질 수 있습니다! (올라탄 벽지를 제거할 때는 칼이나 일자 드라이버를 사용하시면 편합니다.)

처음에 셀프 페인팅을 계획했을 때는 그냥 여러 번 칠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요, 페인팅 하기 전에 몰딩에 올라탄 벽지를 떼어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시작하다가 중간에서야 제거하고 칠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르르

거실 Before

거실 After

이번 리모델링은 목적은 비용 절감이기 때문에 목공 시공이나 확장공사는 하지 않았어요. 집의 전체적인 톤은 화이트로 잡았고, 가구나 소품을 이용해 포인트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바닥은 45x45 타일 모양의 스톤 무늬 장판으로 선택하였고, 벽/천장은 페인트 질감의 화이트 합지로 시공했어요. 비용 절감을 위해 바닥은 장판, 천장/벽은 합지 도배로 시공하였는데요. 오래된 집이다 보니 시공 후에도 울퉁불퉁한 곳이 많이 보이더라구요ㅠㅠ

차라리 기존 장판 위에 새로 깔았으면 요철이 덜 했겠지만, 걸레받이 시공으로 인해 이미 장판을 잘라낸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바닥, 천장, 벽면이 모두 화이트 톤이기 때문에 소파는 베이지 컬러의 폭신한 패브릭을 선택하였고, 다운 라이트 조명과 테이블 조명으로 따뜻함을 더해주었어요.

거실 가구는 투명한 유리 모듈 선반과 테이블을 배치하여 거실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개방감을 주었고, 티비는 벽걸이 시공을 하여 거실이 더 넓어 보이도록 하였어요.

이사 오면서 구매한 것 중 제일 만족도가 높은 것은 바로 넓고 편한 까사미아 캄포 소파인데요. 티비를 좋아하는 저희 부부는 소파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머리까지 기댈 수 있는 편한 소파를 원했고 너무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모듈 소파이기 때문에 소파 위치를 바꾸며 구조도 변경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캄포 소파에 누워서 보조등만 켜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 하루가 힐링되는 기분이에요:D

보조등으로 3인치 다운라이트 매입등을 티비와 소파 쪽에 3개씩 콕콕콕 설치해주었어요. 저녁에는 거의 보조등만 키고 생활하고 있는데요. 조명 하나 켰을 뿐인데 갤러리 느낌을 내주는 너무 이쁜 조명인 것 같아요!

저층이기 때문에 창 밖의 나무를 보면서 4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어요:D

특별한 날에는 거실로 식탁을 옮겨서 식사를 하곤 하는데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이사 오고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라서 더 신나게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트리 앞에서 한상 차려놓고 식사하니 여느 레스토랑 안 부러웠어요!

주방 Before

주방 After

주방은 리바트 키친에서 코모 디자인으로 진행했는데요. 집의 전체적인 톤이 화이트이기 때문에 주방도 밝은 색상으로 맞춰주고 싶었어요. 상부장, 하부장이 전부 화이트였으면 단조로워 보일 수 있어서 그레이 컬러가 섞인 시멘트 질감의 장으로 선택했어요.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을 줘서 좋았어요:)

주방 타일은 상부장, 하부장과 같은 그레이 계열 색상의 무광 타일을 선택하여 통일감을 주었어요. 타일의 경우 디자인만 보고 선택했는데요, 무광 타일은 음식물이 묻었을 때 잘 닦이지 않아서 관리가 정말 어렵더라구요:(

31평에 비해 주방이 작기 때문에 냉장고 위치에 대한 고민이 컸었는데요. 기존 ㄱ자 주방으로 하면 냉장고가 앞으로 너무 많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일자 주방으로 변경하고 냉장고를 반대편에 배치해 줬어요.

냉장고 때문에 주방이 더 좁아 보이는 것 같았지만 조리공간도 더 넓어지고 베란다 문을 숨길 수 있어서 바꾸길 잘했다 생각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냉장고가 조리공간과 가까워서 동선도 편해서 요리할 때 정말 편하고 좋더라구요! 가리개 커튼을 설치하여 냉장고 옆면을 가려주고 벽선반을 설치하고, 수납장 위치를 옮겨서 구조를 변경해봤어요.

테이블 리폼

식탁은 기존 집에서 사용하던 일룸 레마 원형 테이블인데요. 거실 가구들과도 통일감을 주기 위해 다리만 교체하여 미드센추리 테이블로 리폼해줬어요.

테이블 엣지 부분에는 검은색 시트지를 붙여서 완성했어요:D

수전은 제일 기본적인 타입으로 선택했어요. 구축 아파트이기 때문에 간혹 녹물이 나올 수 있어서 수전에는 필터를 껴서 사용할 계획이였거든요:)

인덕션은 꼭 화이트로 설치하고 싶었는데요, 기존에 있던 도시가스는 제거하고 화이트 인덕션을 설치하여 주방에 통일감을 주었어요:) 후드는 매입 후드로 설치하여 상부장 라인을 맞춰줬어요.

올 스텐 식기 건조대는 물 빠짐도 좋고 건조대 세척도 용이해서 아주 잘 사용 중입니다. 싱크대에 올려도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아서 좋아요.

제가 제일 아끼는 그릇들인 폴라앳홈 존이에요:)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꺼내기 쉽도록 하부장 서랍에 수납해줬어요.

주방이 넓어지니 요리하고 플레이팅 하는 것도 더 즐거워지고 있는 요즘입니다:D

안방 Before

안방 After

안방은 기존 신혼집에서 쓰던 가구, 소품들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기존 신혼집에서 사용하던 침대는 시세이 가구 원목 프레임이기 때문에 안방은 화이트&원목 콘셉트로 꾸며봤는데요. 협탁과 조명으로 따뜻함 느낌을 추가해줬어요.

매트리스는 브랜드리스에서 구매했던 모피어스 매트리스 입니다. 체험관 매장에 가서 직접 누워보며 골랐던 기억이 나네요. 공장 직판으로 거품을 뺀 가격의 고품질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곳이에요.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꺼진 부분 없이 정말 편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협탁은 소년과나무라는 브랜드에서 구매했던 스툴인데, 침대 프레임과 색상도 맞아서 협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침구는 호텔 느낌을 주기 위해 화이트로 하고 싶었지만 데일리로 사용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베이지톤으로 맞춰줬어요. 허전했던 침실에 드라세나를 놓으니 인테리어 효과도 좋고, 원목 침대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침실에 선반을 새로 추가해줬는데요. 벽 선반을 설치하고 싶었지만 콘크리트 벽을 뚫을 용기가 없어서 수납 선반을 놓아줬어요!

침대 맞은편은 수납장 위에 거울을 놓고 화장대로 이용 중입니다. 화장품이 밖으로 나와있는 게 싫어서 수납장 안으로 정리해 넣어 놓고 필요할 때만 빼서 사용하고 있어요.

벽면이 모두 흰색이다보니 어느 벽면이든 빔프로젝터를 쏠 수 있어서 좋아요:)

드레스룸 Before

드레스룸 After

기존 집에서 사용하던 옷장을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드레스룸 배치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요. 우선 기존 장을 ㄱ자로 배치해주고 남는 공간에 벽 행거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우선 비용적인 면에서도 제일 저렴했고, 옷장 윗 공간과 남은 벽면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일 좋은 선택이였던 것 같아요!

스타일러 옆에 애매하게 남은 공간에는 틈새장을 설치하여 마스크나 액세서리들을 수납해주었어요:) 그리고 한쪽 선반에는 이케아 무지선반을 설치하여 가방과 모자존으로 사용 중이랍니다.

가구 배치해 볼 때 정말 유용했던 오늘의집 3D인테리어 프로그램:)

작은방 Before

작은방 After

작은 방은 미래의 아기를 위한 방이라서 아직 꾸미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기 방은 원목 가구를 배치해서 최대한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꾸미고 싶어요!

마치며

이번 집들이를 작성하면서 리모델링했던 과정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니, 인테리어를 앞두고 막막했던 기억과 인테리어가 끝난 후 새롭게 변한 우리 집을 보며 기뻐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시공업체가 모두 다르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 해결해야 하고, 일정이 지연되면 위약금이 발생하기도 하는 일들도 있더라고요.

재건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인테리어를 다 하지 못한 아쉬움도 많았지만, 이렇게 변화된 집을 보니 정말 뿌듯함이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오늘의집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저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집 집들이 마칠게요! 부족한 글이지만 마지막까지 저희 집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