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달간 최후통첩 6차례 뒤집었다… 혼돈 빠진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 최후통첩을 한 달 새 여섯 차례나 번복한 끝에 기한 없는 휴전을 선언했다. 당초 21일 오후 8시(미 동부 시각) 종료 예정이던 1차 휴전 시점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2일 저녁으로 늦춘 트럼프가 자신이 일방적으로 미룬 시한이 오기도 전에 돌연 폭격 위협을 거두고 휴전 연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최고사령관의 잦은 입장 번복으로 군사적 억지력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 삼은 이란의 지연 전술과 확전 부담을 피하려는 미국의 셈법이 맞물리며 양측은 승자 없는 팽팽한 교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美, 번복 또 번복
21일 백악관 안팎은 온종일 엇갈린 메시지 속에 긴박하게 돌아갔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CNBC 인터뷰에서 “폭격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전날 PBS 방송에서도 휴전 만료 후 상황을 묻는 질문에 “수많은 폭탄이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군사 행동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발맞춰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과 종전 협상을 벌이기 위해 출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란 측이 미국의 해상 봉쇄 유지를 폭격과 다름없는 적대 행위로 규정하며 끝내 파키스탄행을 확정하지 않았고, 밴스 부통령의 출국은 전격 보류됐다.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한 채 파국이 우려되던 이날 오후,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기한 휴전을 발표했다. 지난 3월 21일 ’48시간 내 초토화' 통첩으로 시작된 트럼프의 군사 타격 시한은 대화 진전이나 뉴욕 증시 폭락 등을 이유로 닷새 후, 그리고 4월 6일과 7일로 거듭 늦춰졌다. 시한이 임박했던 지난 7일에는 타격 대신 2주간의 1차 휴전에 합의하며 군사 행동을 유예했고, 이번 만료일을 앞두고도 당초 21일이던 종료 시점을 22일로 슬그머니 미루더니 끝내 휴전 연장을 발표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가 소수의 ‘예스맨’들에 둘러싸여 즉흥적으로 대처하며 백악관 내부 의사 결정 체계마저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타결된 이란 핵 합의(JCPOA)를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누적된 불신이 쌓인 가운데 이란이 이른바 ‘침대 축구’식 지연 전술로 단기적인 주도권을 쥐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앞세워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며 유효한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일촉즉발 ‘치킨 게임’ 이어지나
다만 주요 외신들은 현 상황을 양측 모두 치명상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은 아슬아슬한 ‘치킨 게임’의 연장선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AP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이란 정권이 생존을 위해 서방에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은 무기한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대이란 해상 봉쇄 작전은 풀지 않고 고수했다. 자금줄이 마른 이란의 경제적 피로도 역시 극심한 상태다. 이란 내부에서도 신임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잠행 속에 협상파와 강경파 간의 권력 분열상이 노출되고 있어, 이란 역시 체제 생존을 위해 마냥 버티기만 할 수는 없는 처지다.
반면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과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무기한 휴전이란 우회로를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이란이 먼저 무너질 것이라는 가정에 베팅한 것이지만 위험한 선택”이라며 “이란 정권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으며 석유 수출 봉쇄를 견뎌온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중동 전역의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로켓 공격을 감행하자 이스라엘은 즉각 “휴전 위반”을 주장하며 이를 대이란 재공격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등 또다시 확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타결되지 않은 채 기약 없는 대치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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