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여파] 롯데지주, 자사주 27% '폭탄'...우회 처분마저 눈총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개정안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율이 27.5%에 달하는 롯데지주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롯데지주

범여권을 중심으로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롯데지주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사주 비율이 27%(7월 기준)에 달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자사주 일부를 계열사에 넘겼지만 소각이 아닌 매각이라는 이유로 눈총을 받은 만큼, 우호지분을 늘릴 수 있는 ‘우회처분’도 더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 자사주 처리에 대한 롯데지주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에만 자사주 소각 원칙을 담은 상법개정법률안 3개가 발의됐다.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까지 6개월, 1년, 3년 등 기한의 차이를 뒀을 뿐 골자는 같다. 이달 9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15일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률안을 보면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에까지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자사주를 장기간 소유해온 기업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중에서도 개정안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자사주 ‘부자’ 롯데지주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지주가 가진 자기주식 비율은 32.5%(보통주 3410만3937주)에 달했다. 2017~2018년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자회사 분할과 합병을 거쳐 확보한 물량이다.

롯데지주에 남은 시간은 충분치 않다.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경우 공포 이후 6개월(3개 동일)이 지난 시점부터 법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회사로서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기 전에 보유량을 낮춰야 하지만 소각 외에 처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제3자 매각이나 교환사채(EB) 발행 등은 시장의 반발을 초래할 확률이 높다.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우호세력을 늘려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지주는 이미 제3자 매각을 추진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6일 발행주식의 5%인 자사주 524만5461주(총 1477억원)를 주당 2만8150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한 사례다. 자기주식 비중은 발행주식 수 대비 27.5%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롯데물산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종전 40.4%에서 45.4%로 상승하는 효과를 냈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소유주가 바뀌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롯데지주처럼 계열사에 자사주를 넘기면 현금 유입과 지배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주식 자체를 없애는 소각보다 기업들이 매각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소액주주의 이익과 배치된다. 자사주가 시중에 다시 풀리기 때문에 지분율은 물론 주당순이익(EPS)도 그대로다.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전체 주식 수가 줄어 EPS가 개선되고, 지분이 상대적으로 오르는 장점을 누린다. 결국 실질적인 주주환원은 자사주를 소각했을 때 완성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롯데지주의 결정을 지적했다. 16일 논평에서 “롯데지주 이사회 결의는 이사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 상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는 자사주를 회사 ‘자산’으로 판단해 경영진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이라며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회계기준상 자본이 차감되는 것이 글로벌스탠더드지만, 국내에서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잘못(또는 의도적으로) 인식해 롯데지주처럼 우호세력이나 관계사에 매각한 뒤 의결권을 부활시킨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사전에 공시를 내고 자사주 매각을 예고한 바 있지만, 시기상 '꼼수'로 비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며 "여전히 상당한 물량이 남은 만큼 향후 처리 방식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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