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뚫고 '한동훈 쇄신론' 먹혀···尹 독대서 목소리 높인다
김여사 리스크 등 악재에 정공법
韓 "국민 뜻대로 변화 이끌겠다"
당내 리더십 위기 극복 입지 굳혀
친한 "대통령실 쇄신 요구 계기"
친윤 "당연히 이겼어야" 평가절하
국민의힘이 16일 ‘보수의 안방’인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가뿐히 승리를 따내며 겹악재로 진통을 겪던 여권도 모처럼 화색이 돌게 됐다. 4·10 총선 패배 뒤 반년 만에 ‘선거 사령탑’으로 돌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격전지인 금정만 여섯 번이나 찾는 동시에 용산을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해 흔들리던 아성을 지켜냈다. 한 대표로서는 다음 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자신이 내세운 의제들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켜야 할 곳은 잘 지켜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대표는 당선 윤곽이 잡힌 16일 오후 11시 20분쯤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 국민의힘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대로 정부 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 저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며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거 결과 논평을 통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향한 국민 여러분의 강력한 의지였고 열망이었다”며 “부여해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텃밭 사수’라고는 해도 벼랑 끝에 몰렸던 여권이 재기할 발판을 마련한 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에 지니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대패로 지도부 붕괴를 경험했던 여당은 당초 이번 선거를 중앙당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조용한 선거전’으로 치르려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선거의 핵심 의제로 띄우면서 맞대응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 단일화 카드를 꺼내든 부산 금정구청장을 놓고 여당 내에서는 “야당에 내준다면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다시 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된 한 대표 앞에도 격랑이 몰아쳤다.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 불발’ 논란으로 윤·한 갈등 사태가 재연된 것이다. 여기에 선거 레이스 중반부에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한 대표는 위기에 맞서 ‘정공법’을 택했다. 이달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김 여사 주변 대통령실 인사들의 정리를 요구한 데 이어 김 여사와 ‘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이미 말씀드린 조치들을 신속히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총선의 패배 요인으로 지목됐던 용산발 리스크가 확산하자 발 빠르게 대통령실과 여당을 분리시키며 청년·중도층 민심을 다독인 행보로 해석됐다.
한 대표의 쇄신책에 텃밭 민심도 손을 들어주면서 그의 당내 리더십은 공고해지게 됐다. 이는 다음 주 초 열릴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할 말은 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현안이던 의료 개혁 문제에 더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책 마련 등 강도 높은 요구 사항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민의힘의 한 친한계 의원은 “김 여사 리스크가 커지고 명 씨 사건으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한동훈의 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선거 결과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여론을 전달하고 인적 쇄신을 요구할 수 있는 하나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한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친윤계는 재보선 결과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내 친윤계 핵심 의원은 “금정과 강화는 당연히 이겼어야 할 선거”라며 “부산 선거인데도 인근 지역인 경남·울산 의원들의 동원령조차 한 번 없었고, 당 대표가 제대로 인적 지원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선과 결과를 두고 진영 간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당분간 당정 혹은 당내 갈등 기류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당정이 서로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을 내놓는다면 선거 기간 조용했던 당정 관계가 되레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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