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돌봄·치료…복지서비스 넘어 지역경제에 새 활력
농촌자원 활용 삶의 질 향상
치유농장·관광상품 운용 404곳
텃밭 가꾸고 작물 수확 등 활동
우울 개선·치매 예방 효과 검증
시설형태 다양…농가소득 도움
산업 발전으로 의료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정신적·신체적 질환을 겪는 사람은 증가했다.
7월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수가 2024년 100만명에서 2039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시대에 현대인의 숨구멍을 만들어줄 방법은 없을까. ‘치유농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이 가진 자원을 이용해 치료·재활·교육·건강증진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는 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장애나 문제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특수 목적도 있다. 개인, 법인,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며 곤충·가축·작물·채소 기르기를 비롯해 산림과 농촌문화 자원을 이용한 활동까지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독일·벨기에 같은 유럽 국가엔 치유농업이 정착했다. 치유농업 선진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는 1990년대 후반 치유농장이 등장했고 노인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와 치유농장이 연계되며 크게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생활원예를 중심으로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오다 2013년 처음 치유농업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며 연구를 본격화했다.
2021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농업법)’이 시행됐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해당 법률에 따라 치유농업 종합계획(2022∼2026년)을 수립해 프로그램 연구개발과 확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치유농업의 효과는 다각적으로 나타나는데 대상에 따라 치유농업 이용자, 농가, 지역사회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이용자에 대한 효과는 연구 결과로 확인된다. 농진청은 주요 추진 사업으로 식물, 곤충, 농촌환경·문화자원 특성을 분석해 수요자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치유농업 효과를 검증했다. 대표적으로 2022년 9∼12월 강원 춘천 ‘1004 치유농장’에서 발달장애인 13명을 대상으로 농장 산책, 팬지 모종 심기, 고구마 수확 등 농업활동을 8회에 걸쳐 진행한 결과 참여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5.9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어르신 치매 관리 목적으로 진행한 텃밭관리 프로그램에선 인지선별능력이 11.11% 향상됐고, 주관적 기억력 감퇴 정도가 23.38%, 우울감이 22.24% 낮아지는 등 7가지 사회서비스 이용자 280명에 대해 치유농업 효과가 나타났다.
농가의 경우 치유농업으로 농업생산물 이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박민근 한국치유농업협회 회장은 “치유농업농장과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는 팜핑장 등 치유농업시설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바우처나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면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측면에선 도시와 농촌간 연계를 강화하고 농촌지역 경제와 사회복지 서비스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치유농업은 보건·복지 서비스 역할을 넘어 지방소멸 문제가 대두되는 농촌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치유농업농장은 337개이며 농촌 경관을 활용한 치유관광상품을 운용하는 마을은 67개로 파악된다. 농진청,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 등 유관기관에선 치유농업을 안정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문 인력 육성과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 인력인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 일선에서 돌봄과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치유농업사는 391명이다. 전국 18개 지정 양성기관에서 교육 142시간을 이수한 뒤 1·2차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2급 치유농업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후 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 교육 124시간 이수 후 시험을 통과하면 1급 치유농업사가 된다. 지난 6월 의결된 치유농업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오세웅 농진청 농촌지원국 지도관은 “앞으로 치유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 개발과 농촌관광 등을 통해 그 필요성을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보다 많은 분들이 치유농업의 효과를 직접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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