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의 아트픽> 디지털 파도 : 소리의 흔적과 목소리의 미학, 박주영 작가

조회 662023. 12. 11.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사라졌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쉴 새 없이 조각난 과거를 기억해내려고 하자 망각의 수평선에 떠밀려온 새로운 목소리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모양이다.

지난 2022년 10월 할로윈데이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앗아간 압사 사고는 우리에게 충격과 슬픔, 그리고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다. 이듬해 여름, 태풍 때문에 범람한 하천에 휩쓸려간 고인들이 몇 개월 지나서야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재난과 사고와 질병, 범죄 그리고 테러는 예기치 못하게 닥쳐온다. 이미 부재된 대상들을 망각함과 동시에 사라져갈 것에 노출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모터가 마치 파도와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모터의 주기적인 운동성을 발견함에서 시작한 계기였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말하는 얼굴 위에 뜨는 문자 이미지와 풍경 속의 문자와 도형 이미지는 밀물과 썰물의 속도에 맞춘다.

말하는 것과 말이 없는 상태가 반복된다. 지난 6월 초대전에서 발표한 <소리 모양들>과 같은 맥락으로 컴퓨터 그래픽 툴로 소리를 도형으로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을 시도하였다.

재생하는 영상과 함께 움직이는 모터의 진동하는 소음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스마트폰, 라디오, 전자악기들 그리고 내 귀에 장착된 인공와우가 내는 것과 같은 맥락의 기계음이다. 이는 물질적, 기술적으로 풍요로워진 요즘 사회 전반에 디지털화되고 있는 일상을 반영한다. 인터넷과 채팅, 문자메시지 등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소통하는 허구의 목소리 속에 '자아’를 감추며 사는 디지털적인 행위가 스며드는 삶 속에 있음을 반추한다.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우리의 목소리가 멀어지기 전에 파도를 보자. 따뜻한 말들의 공기와 소리의 모양, 목소리의 음률을 놓치지 말자. 그리움을 향해 꼭 보고 싶다고 용기 있게 외쳐보자.

디지털적인 계산된 행위와 기계음 속에도 우리는 여전히 파도를 아름답다고 말한다. 새로운 이미지의 허구 속에서도 사라질 목소리를 위해 애도하는 마음으로 파도를 맞이한다.

분명 어떤 다짐이라도 할 것처럼 모터는 파도의 본능에 충실하고 우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안녕을 외친다.

안 녕- -


풍경과 소리 모양(Landscape and sound shapes) 1

Landscape and sound shapes(5min 29sec)

풍경과 소리 모양 2

풍경과 소리 모양 3

말의 언어들(The languages of speech) 1

The languages of speech(4min 46sec)

말의 언어들 2

말의 언어들 3

풍경과 소리 모양(Sound shapes of the scenery) 1

Sound shapes of the scenery(4min 37sec)

풍경과 소리 모양 2

풍경과 소리 모양 3


지난여름 어느 날 나는 얼음물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른 곳을 응시했다. 한참 뒤에야 컵을 드는데, 컵 표면에 생긴 물로 인해서 그 자리에 놓인 프린트된 종이의 글자들이 함께 젖어 뭉개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잉크로 출력된 단어들 위에 물을 번져주고 드로잉하였다. 꼭 사라지기 직전의 글자들의 상태들이다.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1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2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3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4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5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6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잉크로 새겨진 목소리가 물을 만나면 7

Pen_Acrylic on printed paper_210×297mm_2023

클로징 퍼포먼스 "보고 싶다"

2023.11.3 5:30PM현대무용 이정민뮤지션 오지호 이한주퍼포먼스 박주영 with 관객들영상 홍상진사진 권영일

박주영 작가

박주영은 다양한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필담에 이어 SMS 문자, 스마트폰 음성 번역 어플 등, 시대에 맞춰 적응하며 소통하고 작업한다. 퍼포먼스, 드로잉, 입체 등 다양한 매체를 확장하고 있다.


<레지던스>
2019년 브라슈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스코페 / 북마케도니아
2017~18년 잠실창작스튜디오(현 서울장애창작센터) 9기, 서 울 / 한국

<개인전>
2023년 목소리 파도, 갤러리 P1, 서울
2023년 목소리들 <사공토크> 무형의 레지던시, 아트잠실, 서울
2023년 소리모양들 엘리펀트 프리지, 서울(초대전)
2021년 말 귀, 문래예술공장 갤러리 M30, 서울
2019년 쇠 귀에 경읽기,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서울
2019년 音の貌(かんばせ), 마쓰모토 아트센터 갤러리, 마쓰모토, 일본
2018년 Sea sound, 갤러리 루벤, 서울
2017년 풍경 심포니, Able fine art NY gallery, 서울
2014년 바람의 춤, 갤러리 골목, 서울
2013년 감각의 풍경, 갤러리 신, 서울
2011년 감각의 풍경, 표현갤러리 요기가, 서울

<단체전, 퍼포먼스, 프로젝트>
2023년 더 현대의 정원_리프레싱 아트, 더 현대 대구, 대구
2022년 피랩 크레이션 교류 리서치 프로젝트, 마르세유, 프랑스+ 서울, 한국
2022년 [들어보다] 그림악보를 연주하다, 반쥴, 서울
2022년 [윔바디어스] 온앤오프무용단 워크삽 겸 발표, 서강대메리홀대극장, 서울
2022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자연미술영상전, 연미산자연미술공원 숲, 공주
2022년 12H 인터넷 라이브 퍼포먼스 겸 전시,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밀양
2022년 [Create bueaty] 로레알코리아 공모 입선 전시, 롯데갤러리 서울
2022년 벗이미술제 입선 전시, 벗이미술관, 용인
2021년 글로벌 노마딕 아트프로젝트 2021 참여
2021년 온라인 생중계 퍼포먼스 아트 Solidarity in Philippines, 필리핀
2021년 P에 대한 혐오, 기획전 을지로OF, 서울
2020년 페미날레 퍼포먼스 참여(주최 by 연정 )
2020년 문화예술 × 성평등네트워크 in JEJU
2020년 ‘여여여여’ <4인의 동시대 여성작가전> 오산시립미술관, 오산
2019년 공감각운동회 토크, 갤러리팩토리2, 서울
2019년 Open studio, Brashnar creative project, 스코페, 북마케도니아
2019년 <festival Nada 2019> 타불라 라사, 춘천
2019년 몸을 위한 알리바이, MMCA 고양레지던시(주최 by 김도희), 서울
2018년 [The age of action] 기획 및 퍼포먼스, Space55, 서울
2018년 NIPAGen Solo Japan Tour Vol.3 사사야마, 오사카, 나가노, 도쿄 외 다수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syyw03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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