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첫날 전격적으로 2026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1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보조금 지원 방안을 확정했으며, 2027년 정책까지 선제적으로 공개해 업계의 대응 시간을 확보했다. 역대 가장 빠른 발표 시점이라는 평가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총 규모는 1조 5,9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00억 원(6%) 증가했다. 지원 대수는 작년 29만 대에서 30만대로 늘어났다. 그간 매년 100만 원씩 삭감해왔던 것과 달리 보조금 수준을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신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인 셈이다.

중대형 승용 전기차의 국고 보조금은 최대 580만 원이다. 경소형 전기차는 530만 원, 초소형 전기차는 2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차량 가격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는데, 5,000만 원 미만은 전액(100%), 5,000만 원 이상 8,500만 원 미만은 50%만 지원된다. 8,500만 원을 초과하는 차량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 편차가 크다. 작년 기준 서울시는 승용차에 50만 원을 지급해 전국에서 가장 적었던 반면, 경기도는 최대 300만 원을 지원했다. 서울시 거주자는 최대 630만 원, 경기도 거주자는 88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지자체별 세부 지원액은 2월 중순 이후 각 시·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가장 주목할 변화는 '전기차 전환 지원금' 신설이다. 출고 3년 이상 경과한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10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폐차뿐 아니라 매각도 인정되지만, 가족 간 명의이전이나 증여를 통한 편법은 불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제외된다. 국고 보조금 580만 원에 전환지원금 100만 원을 더하면 국비만 680만 원, 경기도 등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치면 최대 98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수입 전기차 제조사의 국내 시장 기여도를 평가해 보조금에 반영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AS 네트워크 구축, 안전 관리 능력 등이 평가 기준이 되며, 기준 미달 시 보조금이 감액될 수 있다. 국내 진출 후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대형 트럭 보조금이 새롭게 신설됐다. 그간 포터·봉고 등 소형 트럭만 지원 대상이었으나, 장거리 운행으로 환경 개선 효과가 큰 중대형 트럭에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고 기준 대형은 최대 6,000만 원, 중형은 최대 4,000만 원이다. 중형 트럭은 최대 적재량 1.5톤 이상, 대형은 5톤 이상이어야 한다. 1.5톤 미만 차량은 8,500만 원 이하만 지원 대상이다. 현대 마이티 일렉트릭, 타타대우 기센 등 그간 출시되지 못했던 모델들의 국내 판매 가능성이 열렸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적재량 1.1톤으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형 전기 버스 보조금은 국고 1,500만 원으로 11인승 이상 승합차도 포함된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치면 2,000만 원 이상 지원이 가능하다. 올해 출시 예정인 현대 스타리아 전기차가 11인승으로 나올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주목된다. 휠체어 탑승 장비를 갖춘 차량에는 20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기아 PV5 WAV, 현대 스타리아 R1 등이 대상이다.

보조금 산출 방식은 작년과 동일하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성능 보조금, 배터리 안전 보조금에 배터리 효율·환경성·사후관리 계수를 곱하고, 목표 이행 보조금, 충전 인프라 보조금, 혁신 기술 보조금을 더한 뒤 가격 계수와 안전 계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에너지밀도 기준은 강화됐다. 리터당 500Wh에서 525Wh로 상향되면서 LFP 배터리 차량의 보조금이 줄어든다. 테슬라 모델Y RWD 등 LFP 배터리 차량은 밀도 계수와 재활용 가치에서 불리해져 보조금이 최대 50% 삭감될 전망이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LFP를 생산하지만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LFP를 외면하면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 기술 보조금도 변화가 있다. PNC(플러그앤차지) 기능 탑재 차량에는 10만원을 신규 지원한다. 차를 충전기에 꽂으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되는 기능으로, 전기차 사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V2L 보조금은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축소됐다. 250kW 이상 고속 충전이 가능한 차량은 최대 30만 원을 추가 받는다. 현대·기아의 800V 시스템뿐 아니라 테슬라 AWD 모델도 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화재 안심 보험 가입이 보조금 지급 필수 요건이 됐다. 보장 한도는 최대 100억 원이지만, 일반 자동차 보험과 마찬가지로 실제 피해액만큼만 지급된다. 차량 자체 화재는 차량 가액만 보상되고, 제조 결함으로 인한 화재로 주변 차량까지 피해를 입혔을 경우 해당 금액을 보상하는 방식이다.

기후부는 2027년 정책도 미리 공개했다. 2027년부터는 보조금 지원 기준 금액이 5,000만 원 이하로 하향된다. 테슬라는 이미 모델Y 가격을 4,999만 원으로 조정했다. 현대 아이오닉5 롱레인지 최저가 트림인 라이트가 5,64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보조금은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되므로, 2월 지자체 공고 직후 신속한 신청이 필요하다. 작년의 경우 국고 보조금은 여유가 있었지만 지자체 보조금이 부족해 문제가 됐다. 양재동과 과천처럼 인접 지역임에도 지자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발생했다. 지자체별 보조금 통합 운영 등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보조금이 끊기지 않도록 12월에도 다음 해 예산을 선집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전기차 시장이 본격 확대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후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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