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법대로 해".. 단 한 명의 '소송왕', 1년에 7000건 넣었다

대법 민사 절반, 정 모 씨 작품
지방법원, 고등법원 역시 몸살
2년 이내 미제 사건 97% 차지
국민 재판청구권 침해 등 문제

법원 자료사진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정 모 씨.

하루 평균 20건, 1년에 7,000건에 이를 정도로 재판 청구를 남발하는 탓에 이른바 '소송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 소송 가운데 절반은 정 씨 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정 씨가 대법원에 제기한 재판은 무려 3만 7,425건에 달합니다.

1년 평균 6,804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하루 평균 20건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올해만 놓고 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대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 사건 7,283건 중 정 씨가 낸 소송은 3,830건(52%)에 이릅니다.

법원 자료사진

정 씨의 소송 남발로 대법원뿐만 아니라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역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정 씨는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중앙지법에 1만 4,328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에도 1만 5,937건의 소송을 넣었습니다.

그는 소장 각하명령을 받으면 항고와 재항고를 하고, 재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에 다시 불복해 재항고 명령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것도 모자라 재심이 이유 없이 기각되면 다시 그 기각결정에 대해 항고, 재항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끝없는 도돌이표 소송인 셈입니다.

문제는 재판 청구 남용으로 다수의국민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된다는 점입니다.

특정인의 재판 독점이 심리 기간을 무한정 늘려 적시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판결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겁니다.

법원 자료사진

실제 민사재판에 대한 대법원 재판 처리 기간은 2019년 6.1개월에서 지난해 7.9개월로 1.8개월 늘어났습니다.

정작 정 씨의 재판을 제외하면 2019년 5개월에서 지난해 4.4개월로 오히려 0.6개월이 줄어듭니다.

이런 점은 미제 사건(5개월 이상)에서 더욱 도드라집니다.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2년 이내 미제 사건은 2019년 1,890건이었는데, 정 씨의 재판을 제외하면 594건으로 감소합니다. 미제 사건의 68.6%가 정 씨의 사건이었던 셈입니다.

특히 지난해 1만 4,382건이던 2년 이내 미제 사건은 정 씨의 사건을 제외하면 379건으로 크게 떨어집니다. 무려 미제 사건의 97.4%가 정 씨의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묻지마 남소'에 대해 대법원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일정 금액 이하 소장의 접수를 보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석준 의원은 "최근 전자소송의 편의성을 악용해 무분별하게 소장을 접수하거나 의미 없는 대용량 증거자료를 반복 제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상 미비한 부분을 정비해 소권 남용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