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대신 이것?⋯○○가격 급상승

홍지상 2023. 2. 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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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흑염소 전문점 가보니
음식 가격, 인쇄용지로 덧대
흑염소협회, "고기값 6개월간 1kg당 73% ↑"
소비 확대 한몫했을 것으로 추측
"독자적 위상에 걸맞는 정책 대접 필요"
과거 보신탕을 취급했다던 가게의 간판에는 ‘흑염소’와 ‘오리’만이 적혀 있다.

6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 과거 보신탕을 팔던 곳이라던 가게의 간판에는 ‘흑염소’, 그리고 ‘오리’라는 단어 뿐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며 기자가 “원래 보신탕도 팔았던 것 같은데 이젠 없네요?”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식당 주인 분은 “이 주변에 식용 개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다 없어졌어요” 대답했다. 대신 맛과 식감이 비슷한 흑염소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흑염소는 (손님들이) 많이 드시나 보네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니 “값이 올랐어도 계속 찾으시는 분들은 있죠”라는 아리송한 답변이 돌아왔다. 

흑염소 전문점의 메뉴판.

그분의 알쏭달쏭한 표정에 눈에 밟혔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의문이 조금 풀렸다. 음식 가격을 표시한 부분이 인쇄용지로 덧대져 있었다. 새로운 가격을 보니 ‘전보단 낫지만 염소고기값이 올라 가게 상황이 마냥 좋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소고기값이 치솟고 있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1월11일 지역별 평균 흑염소고기 시세는 암염소 1㎏당 1만9000원으로 지난해 7월 1만1000원과 견줘 73% 올랐다. 염소 자체 가격도 뛰고 있다. 생후 3개월 된 암염소를 뜻하는 ‘젓띄기’는 같은 기간 1㎏당 1만3000원에서 3만원으로 2배 넘게 상승했다. 

한국산학기술학회에서 2022년에 발표한 ‘흑염소 소비에 대한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흑염소 사육농가는 2019년 기준 1만4769곳로 직전 4년 동안 연평균 10% 증가했다. 사육마릿수는 54만2305마리로 2015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도축마릿수도  2020년 16만1667마리로 2018년(10만6561마리)보다 50%가량 급증했다.

사육마릿수와 도축마릿수가 모두 늘었음에도 고기값이 올랐다는 것은 소비 확대가 한몫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사료값 인상과 물가상승 등 변수도 있을 것이다.

이인규 흑염소협회 사무총장은 “최근에는 흑염소 농축액이 홈쇼핑을 중심으로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다른 가설도 내놨다.  기존 보신탕집에서 개고기의 대체제로 흑염소를 찾는 양이 이전보다 증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식당 안.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마다 수저가 놓여있었다. ‘예약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자리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늦게 주문하다가는 식사 순서가 밀릴 수도 있으니 빨리 시켜야지 싶었다.

흑염소 수육(왼쪽)과 양념장.

처음 주문한 음식은 흑염소 수육이었다. 삶은 흑염소 고기를 냄비 위에 올리고 이어 데친 부추·대파·깻잎을 얹었다. 흑염소 고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푸릇한 채소류가 함께 얹어지니 색감도 살고 느끼함도 덜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개고기와 비슷하다는 가게 주인의 말을 듣고 난색을 표하던 동료도 편하게 즐겼다. 

양념장은 보신탕집에서 보는 것과 흡사했다. 고기 식감부터 함께 즐기는 양념까지 보신탕과 다른 것이 크게 없다 보니 식당 주인이 “흑염소를 (보신탕) 대신 드시러 오신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흑염소 전골.

이어 전골이 나왔다. 구수한 된장 양념으로 만든 국물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먹으면 건강해지는 음식”이라는 설명만 듣고 무슨 고기인지 모른 채 먹었던 보신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된장 양념과 신선한 채소 덕분인지 노린내가 덜했다. 워낙 향에 둔감해 이런 판단이 맞을까 의심이 생길 무렵, 함께 식사하던 동료가 “냄새도 덜하고 깔끔하네요” 말했다. 아무래도 냄새에 예민한 사람들은 수육보단 전골이 낫나 싶었다. 

전골 국물을 맛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보신탕을 먹어본 경험이 있었는가’ 하는 대화가 오갔다. 먹어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흑염소 고기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졌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이 지난해 6월  ‘제1회 흑염소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할 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을 계속했지만 흑염소 고기는 개고기와 엮여 설명될 때가 많은 게 현실이다.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처럼 독립적인 축산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이 필요해 보인다. 

이 사무총장은 “염소가 소·돼지·닭·오리처럼 5대 축종으로서 제도권에 진입한 지 오래됐다”면서 “염소가 가축으로서 갖는 위상이 제법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때는 기타 축종이라며 정책적 수혜를 받지 못하고, 어떤 때는 중요 축종이라고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흑염소에 대한 모호한 정책이 흑염소 고기 시장이 생각만큼 넓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무튼, 점심 식사로 먹은 흑염소 수육·전골의 감칠맛은 일을 하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군침을 꼴깍 삼키고 잠을 청했다. 

홍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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