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가구'가 ''하루 아침에 쫓겨나게 생겼다는'' 이유

불투명한 정부 지침, 10만 가구의 안갯속 미래

민간임대주택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8~10년 의무 임대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출구’ 없는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2015년 뉴스테이 정책으로 도입된 민간임대 리츠는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표방했지만, 만기 이후 분양 전환이나 임대 연장 등 구체적 기준과 공식 절차가 미비해 입주민과 사업자 모두 향후 거취를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올해 서울, 경기, 충남 등 주요 단지들이 차례로 만기를 맞고, 내년에는 인천 등 전국 11곳이 계약기간을 마친다. 이미 129개 단지, 10만3천여 가구가 이런 상황에 놓여 혼란이 가중 중이다. 임차인들은 “분양 전환이 가능할지, 임대 연장 또는 퇴거가 될지 실질적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는 심정을 쏟아낸다. 임대사업자 또한 정부의 명확한 운영 가이드 없이 사업 방향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임대 연장도, 매각도 ‘진퇴양난’…리츠의 딜레마

만기를 맞은 민간임대 리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아 있다. 첫째, 임대사업 연장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저렴한 임대료 구조 탓에 이미 만성 적자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비롯한 최대 출자자의 동의 없이는 연장이 불가능하다. 혹 연장이 이루어지더라도 새로운 자금 조달 등 추가 사업성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둘째, 매각을 통한 분양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임차인 보호’ 명분의 임대차보호법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인해 실제 입주자를 내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양쪽 모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면서 사업자와 입주민 모두 미래를 자신 있게 설계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의 그림자, 분양 전환의 현실적 장벽

2020년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임차인은 기존 계약이 만료돼도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다. 공공임대는 특정 조건에서 분양전환 미신청시 퇴거를 명할 수 있지만,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는 이에 대한 직접 규정이 없다.

결국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은 계속 거주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사업자는 매각 수익으로 사업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이런 제도적 공백에 업계에서는 “만기 민간임대주택엔 계약갱신요구권을 예외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분양 전환 방식과 기금 회수, 임대 연장 각 경우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책적 혼선, 산업 신뢰에 미치는 치명적 악영향

2015년 ‘뉴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던 민간임대 리츠 사업은 이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진화하고, 최근에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까지 잦은 정책 변경이 잇따랐다. 그런데 정작 정책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지금, 후속법령과 세부지침이 부재하다 보니 리츠 사업은 구조적 신뢰 저하에 직면했다. 당장 사업을 종료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매각 절차를 밟고 싶어도 정부·HUG·입주민 3자 모두 동의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

특히 리츠협회와 업계 관계자들은 “분양 전환 방법과 임차인 보호 기준이 명확하기 전에는 누구도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이 같은 혼선은 민간 임대주택의 신규 투자와 공급 위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권 움직임과 새로운 규제, 갈등의 불씨

정치권에서는 최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분양 시 무주택 임차인 우선 분양’ 및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이 담긴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책 초기부터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임대주택 공급이 목적이었던 까닭에 유주택자도 다수 입주해 있어, 우선 분양권 제한 등은 입주자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선 법안이 졸속 처리되면 임대주택 리츠 자체가 본연의 정책 취지와 투자 유인을 모두 상실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면제와 같은 인센티브 없이 각종 규제가 선행될 경우 민간자본의 이탈, 장기 임대공급 중단 등 시장 전반에 부정적 파급력만 커질 수 있다. 신뢰 소실은 결국 향후 임대주택 정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세입자·사업자 모두 불안, 지속가능한 제도·신뢰 구축 필요

현재 19만4,708가구(임대주택 리츠 기준, 2025년 3월 기준) 중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리츠가 무려 10만3,769가구를 차지할 만큼 비중은 막대하다. 품질은 우수하나, 만기 도래 이후 분양 전환 혼선과 임차인 퇴거 문제, 자본 회수 불투명 등이 얽혀 ‘주거 안정’ 대신 사회적 불안만 키우고 있다.

현실적으로 세입자는 임대 연장이나 분양 가능성 모두를 장담할 수 없고, 사업자 또한 손실 만회 방안이 막혀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확한 운영 가이드와 장기 출구 전략은 시장 신뢰 확보와 임차인 주거권 보호, 그리고 리츠 산업 성장의 필수 요건임이 분명하다. 각계에서는 정부의 분명한 정책 이행, 임차인 우선 분양 원칙,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세부적 세제 완화 등 다각도의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