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가능한 걸 골라보세요

물로 헹궈도 빨갛게 남은 양념 자국, 볼 때마다 이거 과연 재활용이 될까 궁금했는데, 유튜브 댓글로 “양념 얼룩 묻은 배달용기, 재활용이 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취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용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만 아니면 재활용 된다고 보면 된다.

배달음식 용기 배출에서 확실한 기준은 음식물이 그대로 남았거나 묻어 있는 경우, 랩칼이나 소스통처럼 크기가 너무 작은 플라스틱은 같은 재질의 플라스틱이라도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거다.

서울의 한 구청 직영 재활용품 수거업체에 음식 먹은 흔적이 남은 배달용기 사진들을 보여주고 재활용이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왼쪽 사진처럼 물로만 헹궈서 버려도 재활용이 된다고 했다. 주방세제 묻혀서 열심히 닦고 빨간 얼룩까지 지운다고 햇볕에 말려서 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시간이 없을 땐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재활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거다. 반면 오른쪽 사진들처럼 양념이나 김가루, 국물 같은 게 그대로 묻어있는 것들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재활용 선별 작업을 하는 업체도 여럿 접촉해봤는데, 음식물 찌꺼기가 많아서 세척 작업이 힘들 것같은 플라스틱일수록 재활용이 어렵다. 또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의외로 내용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로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가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수도권 A 재활용품 수거업체 관계자
“음식물을 깨끗하게 뒤처리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음식물 채로 버리기도 하고요. 그뿐만 아니라 세제, 우유, 이런 것들도 다 깨끗하게 해서 버리지 않으니까”

우리가 배달음식을 먹고난 뒤 음식을 담았던 용기를 분리수거하는 데 배출하면 수거업체들이 이를 가져간 뒤 재활용이 되는 플라스틱과 안 되는 플라스틱을 선별한다.

보통 재활용이 될만한 플라스틱들은 따로 선별해 세척, 압축 과정을 거친 뒤 재생원료 생산업체로 넘겨 녹인 뒤 부직포, 옷걸이, 계란판 등의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세척 비용이 많이 들거나, ‘랩칼’이나 ‘소스통’ 같이 너무 작아서 압축해봐야 쓸 게 별로 없는 소형 플라스틱, ‘칫솔’ 같이 다른 재질이 섞여 있는 플라스틱들은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분리수거해도 폐기물이 돼서 소각된다고 한다. 여기서도 비용 문제가 수거냐 폐기냐를 결정하는 요소인 셈이다.

서울 시내 한 개 구에서만 하루에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약 50톤 가까이 되는데, 재활용품 수거업체 대부분은 종업원수 10명도 채 안 되는 영세사업체다 보니 재활용 되는 거, 안 되는 거 선별하기만 해도 벅차다고 했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배달용기 뚜껑으로 많이 사용되는 이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한다. 혼합 플라스틱은 원재료 플라스틱에 두가지 이상 혼합물이 섞인 것으로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이런 뚜껑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으려니 분리수거 안하는 것 같아 묘한 죄책감이 드는데, 차라리 애초에 분리수거가 가능한 재질로 배달용기 뚜껑도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정리하면 기왕에 좋은 마음으로 분리수거했는데 재활용 안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버릴 때 최소한 내용물이 묻지 않을 정도로 헹궈서 버리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