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애셋 밸류] IMF 견딘 中 장가항 '작은 포항제철소' 결국 매물로

포스코그룹의 자산을 진단합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5번이나 장가항포항불수강을 찾아 해외 첫 STS 일관밀 건설이라는 대역사의 현장에서 조업과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임직원을 격려했다./사진 제공=포스코

포스코는 1990년대 후반 본격화된 저가 중국산 스테인리스강의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섰다. 이는 자국 시장을 방어하는 동시에 중국 내수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장쑤성 장가항에 설립된 'PZSS(포스코 장가항 스테인리스 법인)'는 현지에서 생산·판매가 모두 가능해진데 따라 물류비 절감, 안정적 납기, 기술력 차별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둬 성공적인 해외 진출 모델로 평가됐다.

다만 지금은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중국 내수 시장 침체와 공급 과잉 문제가 맞물리면서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완성한 해외 1호 STS 일관제철소

1997년 포스코는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당시 중국은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면서 스테인리스 강 소비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마침 중국 철강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량으로 제품을 밀어냈다. 반면 포스코는 기술력 측면에서 훨씬 앞서, 현지 생산을 통해 중국 철강사와 가격 차만 좁힌다면 승산이 있었다.

또한 포스코는 중국 정세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단독으로 제철소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침 제철소 부지 장가항 인근에서 선재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사강집단이 눈에 띄었고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합자회사 모델은 포스코가 기술력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사강집단은 자본 투자와 현지화된 운영을 맡는 방식이었다.

포스코와 사강집단이 '70대 30' 비율로 합작사를 세운 직후 장가항 프로젝트는 속전속결로 추진됐다. 1기 총 투자액은 2억1600만 달러(3097억원)로 책정됐으며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맡았다. 마침 중국 정부는 1997년 말까지 들여온 외자 설비에 대해 면세 혜택을 줬고 이를 기회로 삼은 포스코건설은 서둘러 설비 주문을 넣었다. 때 마침 IMF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공사 무산 시 포스코가 물어야 하는 패널티가 1억2000만 달러(1720억원)에 달해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됐다.

당시 프로젝트를 책임진 정길수 전 부사장은 "상반기때만 해도 외국계 은행 상하이 지점장들이 서로 우리 돈을 갖다 쓰라며 장가항까지 접근했는데 하반기가 되자 은행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천신만고 끝에 1998년 BOA에서 2000만 달러, 중국은행에서  2500만 달러를 각각 차입해 공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9년 1기 투자 완료 후 포스코는 중국에서 연간 14만톤의 냉연 스테인리스 강판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2년 증설 투자를 감행, 연 생산능력을 40만톤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PZSS는 원료를 포항제철소에서 전량 공급받는 구조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일관된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당시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를 어떻게든 추진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중국 정부로부터 관련 면허를 획득해 2004년 12월 일관제철소 공사를 착공해 2년 만에 준공했다. 2006년 PZSS는 스테인리스 열연코일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제강과 열연공장을 완성, 해외 첫 스테인리스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일관 생산 체제 뿐만 아니라 기술, 품질 관리, 안전 시스템 등 포항제철소의 DNA를 그대로 이식했다. 이에 따라 PZSS는 '작은 포스코'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또한 박태준 명예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황이었지만 PZSS를 5번 방문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료 제공=포스코홀딩스

'중국 파트너사' 유력 인수 후보자로 주목

현재 포스코그룹은 PZSS의 잠재 매수자를 찾고 있다. 매각 대상은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포스코 법인이 보유한 지분 82.5%다.

포스코는 PZSS 설립 초기 지분 70%에서 80% 이상 점진적으로 늘리며 경영을 확대했다. TISCO, 바오강 등 중국 내 스테인리스 제품을 생산하는 다수의 경쟁사가 등장했지만 포스코 기술력이 이식된 PZSS는 고품질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내 우위를 선점했다.

포스코도 PZSS를 잘 운영해왔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팬데믹 직후 중국 내 스테인리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으며 그간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억눌려있던 스테인리스 제품 가격까지 올랐다.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기술력을 보완한 중국 철강사들이 생산을 늘리면서 수요와 공급이 엇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3년 중국의 스테인리스 강 총 생산량은 약 3600만톤인 반면 소비량은 3247만톤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PZSS는 2022년 매출 4조2090억원, 순손실 774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듬해 매출 3조3591억원, 순손실 1700억원 △2024년 매출 3조421억원, 순손실 1299억원으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작년에는 누적 손실로 인해 자본이 감소해 부채비율이 160%로 치솟았다. 올해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190억원으로 작년 1분기(240억원) 대비 대폭 개선됐지만 매출이 지난해 7150억원에서 올해 6720억원으로 감소하며 '불황형 흑자' 형태를 나타냈다.

중국의 스테인리스 강 소비는 견조하지만 공급 과잉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포스코그룹은 매각을 결정했다. 때 마침 포스코그룹은 총 126개 프로젝트를 처분하는 구조개편을 시행하고 있다. '저수익·비핵심 자산'이라는 매각 원칙에 따라 PZSS를 구조 개편 대상으로 분류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분(58.6%) 기준 장부가격은 2838억원이다. 중국 법인의 지분까지 고려하면 5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포스코그룹은 지금까지 PZSS를 함께 키운 사강집단과 우선 협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분으로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인수 의향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을 중국 기업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저수익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해 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수 후보자에 대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명확한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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