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x보험]① 삼성생명, 2050년 '넷제로'…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앞 현판 /사진=박준한 기자

기후변화가 금융권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기후금융' 부문이 금융회사 재무구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생명보험업 1위인 삼성생명은 기후 리스크를 수치화하며 선제적 방어에 나섰다. 회사는 큰 틀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2050년을 목표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넷제로는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흡수·상쇄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같게 만들어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14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핵심 경영 리스크로 규정하고 이를 전사 리스크 관리체계에 통합했다. 투자·운용·상품 전반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방향을 설정했다.

CEO에 사외이사까지 실행력 '업'

삼성생명의 기후변화 대응은 이사회에서 출발한다. 회사는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2인과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되며 반기에 1회 이상 기후변화 관리·감독과 전략, 성과를 논의·의결한다.

실무 논의는 경영진협의체가 맡는다. ESG임원협의회에는 기획, 리스크관리(RM), 재무심사, 자산운용, 소비자보호 등 15인의 임원이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안건을 관리한다. 지난해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관하는 환경경영협의체도 신설해 환경경영 이행과 관련한 실행력을 높였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가 중심 역할을 한다. CRO 조직은 기후·사회 리스크를 식별·평가·모니터링하고 주요 사항을 ESG임원협의회와 ESG위원회 검토 안건으로 상정한다. 삼성생명은 기후 리스크를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로 구분하고 이를 전사 리스크 관리 기준의 중요 리스크로 명문화했다.

'넷제로' 향한 정량분석

삼성생명 기후전략의 또 다른 축은 정량분석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간 네트워크(NGFS)가 제시한 기후 시나리오를 활용해 기후변화가 투자자산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모형을 적용해 자산가치 변동 가능성도 점검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삼성생명 금융자산의 자산가치 손실률은 최대 8.9%로 나타났다. 지연된 이행 시나리오에서는 4.3%, 현재 정책이 유지될 경우에는 2.0%로 추정됐다. 손실의 영향은 상장·비상장 주식과 회사채, 기업대출 등 기업금융 자산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생명은 이를 바탕으로 넷제로 달성을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2050년 넷제로 달성 로드맵 /자료 제공=삼성생명

금융배출량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단위는 tCO₂eq(이산화탄소환산톤)다. 이는 금리에서 1bp가 0.01%p를 의미하듯이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 등 서로 다른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해 비교하기 위한 단위다.

2024년 기준 삼성생명 자산 포트폴리오의 금융배출량은 2771만tCO₂eq으로 전년 대비 약 10만tCO₂eq 감소했다. 내부적으로는 직접배출(Scope 1)과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에서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보험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폭염과 감염병 등 기후 요인이 보험금 청구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 지급 데이터로 해석했다. 이에 따르면 여름철 최고기온이 높았다면 이후 폐렴·인플루엔자 관련 보험금 청구가 늘었고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관련 피보험자가 최소 1만2000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후 리스크는 장기 자산을 운용하는 생명보험사에 구조적 변수"라며 "리스크 관리와 책임투자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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