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으니 돌려줘야죠… ‘다경이의 기부’ 영원히 기억해 주세요”[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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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양춘근(46)·엄미순(46) 부부는 지난해 10월 27일 사랑하는 첫째 딸을 잃었다.
부부는 딸 '고 양다경'의 이름으로 초록우산에 30만 원 '추모 기부'를 결정했다.
양 씨도 "둘째 아들에게 누나 이름으로 초록우산에 후원했다고 알려준 적이 있다"며 "초록우산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활성화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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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딸 이름으로 ‘추모기부’ 양춘근·엄미순 부부
작년 딸 뇌전증 치료 도움 인연
끝내 집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딸 좋은 곳 가길 바라며 나눔
“나와 아내 모두 장애가 있고
또 장애아 부모라 기부 망설여
아이들에게 희망 주려고 용기”
“제 딸 다경이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7살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어요. 늘 주변 친구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는 아이였기에 별명도 ‘해피 바이러스’였죠. 특수학교 친구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대신해서 물건을 가져다주곤 했어요.”(엄미순 씨·고 양다경 양 모친)
“다경이는 사시가 있어서 잘 넘어지고는 했고 몸에 멍이 많았어요. 아동학대라고 의심받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얘기하면 ‘엄마, 아빠, 학대가 뭐야?’라고 해맑게 웃으며 되물어보던 모습이 생각나요. 다경이는 늘 웃으며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전해준 천사 같은 딸이었죠.”(양춘근 씨·고 양다경 양 부친)
7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양춘근(46)·엄미순(46) 부부는 지난해 10월 27일 사랑하는 첫째 딸을 잃었다. 부부는 딸 ‘고 양다경’의 이름으로 초록우산에 30만 원 ‘추모 기부’를 결정했다. 두 사람은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해야 내 아이도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신념 아래 꾸준히 아동 후원을 해왔다. 이번 후원금 역시 울산 지역 아동 의료비 지원에 사용된다.
부부는 이번 기부 결정에 대해 딸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엄 씨는 “‘다경이의 이름을 빌려 기부하면 다경이가 좋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부를 통해 다경이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는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양 씨도 “둘째 아들에게 누나 이름으로 초록우산에 후원했다고 알려준 적이 있다”며 “초록우산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활성화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해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게 됐다. 초록우산이 지난해 고인이 울산대병원에서 뇌전증 치료를 받을 때 치료비 500만 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치료비 도움을 받으면서 다음에는 꼭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2006년생인 고인은 요양병원 입원 중 세상을 떠났다. 양 씨는 “다경이가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 울산대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시간이 늦어졌다. 응급실에서도 3일 만에 의사를 만났다”며 “울산대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진 후 끝내 함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 씨는 “치료를 받을 때마다 다경이가 아파하며 이를 꽉 깨물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며 “딸이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날 때 가는 길을 함께 지켜주지 못했다”고 눈물을 삼켰다.
부부는 다른 이들이 추모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엄 씨는 “우리처럼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기부에 대한 접근이 좀 더 쉬워질 것”이라며 “다경이도 하늘에서 기부 소식을 듣고 무척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씨는 “나와 아내는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고, 다경이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 부모로서 기부는 늘 망설임의 대상이 된다”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런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예시가 되는 건 좋은데 한편으로는 기부금액이 적어 조금 부끄럽다”며 “다음 기회에 꼭 다경이 이름을 빌려 또 한 번 기부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향후 고인처럼 몸이 아픈 아동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다경이가 많이 아팠던 만큼 의료 지원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부부는 연명치료 거부와 장기기증 서약을 함께 진행했다”며 “우리 도움으로 누군가는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 씨는 “몸이 아픈 친구들이 건강해져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살아간다면 그 꿈을 응원하고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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