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대부분의 장기는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나 피로 등 눈에 띄는 증상을 동반하지만, 간은 기능이 절반 이상 손상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문제는 그 침묵이 오래 이어질수록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간경변, 지방간, 간염, 간암으로 이어지는 간 질환의 진행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 몸을 망가뜨린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간이 위급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3가지 주요 증상을 소개한다.

1. 손바닥이 붉어지고 열감이 느껴진다
일상적인 활동 중 문득 손바닥이 유난히 붉어지고 뜨겁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는 단순한 혈액순환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간 기능 이상에 따른 호르몬 대사 장애를 반영하는 증상일 가능성도 높다. 의학적으로 이를 ‘간성 손바닥(Palmar erythema)’이라 부르며, 간 질환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된다.
정확히는 간이 에스트로겐 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이로 인해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나 홍반이 생기며, 열감을 동반하는 양상이다. 간경변, 만성 간염 환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며, 일반적인 외부 자극이나 피부 질환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외관상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미 간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내부 변화의 신호다.

2. 새벽 시간의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
간 기능 저하의 또 다른 특징적인 증상은 새벽 시간대 피로감이 비정상적으로 심하다는 점이다. 특히 새벽 3~5시 사이에 자주 깬다거나,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눈 뜰 때부터 극심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면, 이는 단순 수면 문제나 스트레스를 넘어선 신호일 수 있다.
이 시간대는 간의 해독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주기다.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체내에 쌓인 독소가 혈류로 역류하면서 자율신경계 교란을 일으키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피로 누적을 가속화시킨다. 이는 만성 간염, 지방간, 초기 간경변 환자에게서 자주 보고되는 증상이기도 하다.
또한 간은 에너지 대사에도 관여하는 만큼, 간 기능 저하는 곧 세포 에너지 공급 저하로 이어지며, 아침 피로와 무기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푹 자도 회복되지 않는 피로라면 반드시 간 기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3. 이유 없는 가려움증, 피부 변화가 반복된다
피부는 내장기관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피부 변화 중 하나가 전신 가려움증과 국소 홍반, 그리고 미세한 발진이다. 문제는 이 가려움이 피부병이나 알레르기성 염증처럼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간이 담즙산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면, 담즙 성분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며 피부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이로 인해 특정 부위가 아닌, 등, 팔, 허벅지, 복부 등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생긴다. 또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긁었을 때 쉽게 상처나며 회복이 느려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특히 야간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피부과 치료로 호전되지 않고 반복된다면 반드시 간기능과 담도계 이상 여부를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