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30년 묵은 한이 풀리게 됐다. 한반도 영해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핵추진잠수함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핵잠수함이 한국의 영해를 지키기까지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이제 막연한 꿈은 이제 아니다.
지난달 29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한 이재명 대통령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한 덕분이다.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해 달라, 핵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는 깜짝 제안은 생방송을 지켜보던 필자도 놀랐다. 가능성을 타진하는 물밑 접촉도 아닌,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내놓은 대담한 화두였기에 더 그랬다.

과거부터 핵추진잠수함 보유와 관련해서는 보수도, 진보도 없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첫 삽을 떴다. 배경에는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이 있었다. 영변 핵시설 사태, 즉 심각한 북핵 위기로 이어졌고 이는 안보지형을 일거에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비밀리에 추진되었으나 미국의 강한 반대로 사업은 길게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재추진했다. 이른바 ‘362사업’이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미국은 난색을 표했고, 뚜렷한 결실을 얻지 못했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지만 사실 우리 바다에 핵추진잠수함을 띄울 가능성은 ‘1’도 없었다.
잠수함의 전투력을 가름하는 것은 단연 ‘잠항 능력’과 ‘속도’이다. 핵추진잠수함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디젤잠수함에 비해 잠항 능력이 월등하다. 디젤잠수함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산소 공급을 위해 수면 위로 부상하거나 공기흡입관인 스노클을 수면 위로 내어 산소를 흡입해야 한다. 연료를 연소하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부상 또는 스노클링(snorkeling) 항해를 하게 된다면 이미 은밀성은 포기한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스노클을 내는 것만으로 무슨 위험이 있겠냐고 하지만 스노클에는 열을 발산시켜 적외선 탐지장비에 발각된다.
지난달 진수식을 가진 우리 해군의 첫 3600톤 급 잠수함인 장영실함은 덩치만큼이나 잠항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가 됐다. 최대 3주간 잠항할 수 있으나 고속 기동을 몇 차례 수중에서 한다면 그나마 3주도 채 담보할 수 없다. 방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은 항해를 위한 동력에 산소가 필요 없다. 부상할 일이 없는 것이다. 잠항 능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 이유이다. 속도도 탁월하다.
디젤잠수함은 배터리에 의존하는 추진 방식이다 보니 출력에 한계가 있고, 배터리 잔량 등을 고려하면 장시간 고속 항해는 불가능에 가깝다. 건장한 청년이라도 갑자기 전력으로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나면 지치는 것과 같다.
반면 핵추진잠수함은 출력 규모가 10배 이상 뛰어나 고속 항해를 완벽하게 보장한다.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 해군이 그리는 기동함대의 퍼즐을 이제야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동함대는 임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해상 세력이다. 주축인 수상함에게 적 잠수함의 존재는 가히 위협적이다.
잠수함은 잠수함으로 방어해야 한다. 이런 기동함대가 작전해역으로 투사될 때 현재의 디젤잠수함이 수상함과 나란히 전술 기동하기에는 속도에서부터 쉽지가 않다. 이렇듯 잠항 능력과 속도에서 비교우위를 갖다보니 작전반경은 무제한에 가까운 것이다.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2021년 오커스(AUKUS) 협정이 체결되면서 호주가 2030년대 초반에는 7번째 보유국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할 당시 필자는 오커스의 호주와 같이 우리 한국이 ‘오커스 판의 스핀 오프’ 주인공이 될 차례라 전망한 바 있다. (2025년 3월 13일 자,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우리의 대응 전력은?’) 미국의 쇠퇴한 조선업, 세계 제1의 해군력을 중국에 내주는 미국으로서는 최고의 해법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7개월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핵추진잠수함 보유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의 무기체계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발, 인프라 구축, 건조 비용만 해도 수십조 원이다. 소형 원자로 설계부터 안전 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최고도의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국제, 외교적으로는 핵확산방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공급국그룹(NSG) 등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다. 국방부 단독이 아닌 외교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이르기까지 범정부 차원의 사업단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던지고 간 ‘미국 내 필리 조선소 건조’ 조건도 해결이 쉽지 않은 숙제이다.

핵추진잠수함의 보유는 강대국을 흉내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패권국가의 대양해군이 아니기에 과잉 전력이라는 비판은 이지스함을 도입할 때에도 있어 왔다. 전력이 어떠하건 북한은 세계 최다 잠수함 보유국이며, 그게 현실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 공언하는 오늘날 이를 억제하는 대칭 전력으로써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는 환산할 수 없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Whoever controls the sea controls the world.)
100년 전 미국의 해군 제독이자 전략가인 알프레드 마한(Alfred Thayer Mahan)의 말이다. 우리가 우리의 바다만큼은 제대로 지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