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감정적 대처 아쉬워… 기자가 분풀이 대상인가"

강아영 기자 2022. 11. 2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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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본 '출근길 문답 중단' 사태

“유치하다.”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는 한 통신사 기자는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부터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 중단까지, 일련의 조치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전용기에 MBC 취재진을 태우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됐지만, 순방 이후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대통령실의 대처를 보며 이건 분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디까지 해야 속이 시원할지 감이 안 잡힌다. 이제 언론과 대립각을 그만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언론 탄압’은 그러나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동남아시아 순방 때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던 대통령실은 순방 이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MBC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의원이 MBC에 대한 광고 불매 운동을 거론하더니, 다음 날엔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MBC 보도를 “가짜뉴스”, “악의적 행태”로 규정하며 전용기 탑승 불허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는 한 경제지 기자는 “당선인 시절부터 언론 자유를 강조했던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스러웠다”며 “행정관들 만나서 물어보면 전용기 배제도 대통령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라. 항상 좋은 것만 쓸 수도 없고 분석과 견제, 비판이 기자들의 역할인데 ‘길들이기’라는 표현도 너무 부드럽고, 한 마디로 MBC를 통해 본보기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전용기 배제 이후 MBC에 대한 압박이 표면화된 듯하다”며 “부장이 기자단 성명이나 보이콧에 적극 참여하자, 잘못하다간 우리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 비판 기사를 계속 쓰면 추후 순방 때 배제되고 풀단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했을 거고, 실제 저도 많이 위축됐다”고 했다.

18일 출근길 문답 이후 벌어진 MBC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의 설전도 대통령실엔 좋은 공격 구실이 됐다. 대통령실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에 답한다며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라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는 등 적극 대응했다. 여당도 MBC 기자의 복장과 태도를 지적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실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는 한 지역일간지 기자는 “자신의 이미지나 국정 철학이 타격을 입는다 싶으면 예민하게 반응하고, 과도하게 적으로 간주해버리는 습성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주위에서 이런 본능을 중화시켜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참모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 비서관이 대통령의 수족이 돼 기자를 대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방송사 기자도 “대통령실이 너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정적 대응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실과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피로감을 주고,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간사단에 ‘운영위원회 소집 및 의견 송부 요청’을 했다. △출입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 정지 △다른 기자 교체 등 MBC 기자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간사단은 “이번 사안은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판단”,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의견 제시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20일 오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갑자기 출근길 문답이 이뤄지던 1층 현관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21일엔 출근길 문답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대통령실이 직접 MBC와의 갈등을 풀어야지, 기자단 전체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자단에 운영위 소집을 요청한 거나 MBC에 대한 징계를 제안한 거나 모두 적절치 않다. 순방 전 출입기자단이 낸 성명에 어떤 답변도 없던 대통령실이 자신들의 조치만 전달한 것은 일방적인 행동이고, 출근길 문답을 중지한 것도 국민과의 소통이라기보다 보여주기 식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도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데 대해 21일 성명을 내고 “기자들 간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MBC에 당장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수가 뻔히 보인다”며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교묘하게 MBC의 잘못으로 돌려 출입기자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갈등을 유발하려 하고 있다. MBC에 대해 국민 소통을 방해한 언론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한심한 작태도 당장 집어 치워라”고 밝혔다. MBC 기자회도 22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실과 여권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뒤흔드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하라”며 “아울러 일부 극우 인사와 사이트를 중심으로 기자 개인에 대해 자행되는 비이성적 공격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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