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마자 만석”… 광교산 아래 숨겨진 4시간 한정 손칼국수 맛집

아침 햇살이 광교산 자락을 살짝 어루만질 무렵, 산길을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바람에 실린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뱃속은 텅 비어버린 듯 허기가 밀려온다. 그리고 그 허기를 가장 따뜻하게 채워줄 단 하나의 이름이 있다. ‘홍남매칼국수’.

수원 광교산로 한켠, 평범한 주택가 속에 자리한 이 작은 식당은 하루 단 4시간만 문을 연다. 오전 11시 정각. 문을 열자마자 자리가 꽉 차고, 줄이 늘어선다. 무언가 대단한 메뉴가 줄줄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메뉴는 딱 하나, 손칼국수 한 가지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 하나의 정성 때문이다.

한 그릇에 담긴 시간, 정성, 그리고 기술
사진: 홍남매칼국수

홍남매칼국수는 이름 그대로 실제로 남매가 함께 운영하는 손칼국수 전문점이다. 아침마다 두 사람은 똑같은 손놀림으로 반죽을 시작한다. 거친 밀가루를 물과 소금으로 반죽하고, 다시 수십 번 손으로 치대고 밀어낸다.

기계에 맡기면 훨씬 빠르고 편하겠지만, 이들은 기계가 낼 수 없는 면의 ‘결’과 ‘숨결’을 손끝으로 만든다. 그렇게 뽑아낸 면은 탱탱하면서도 부드럽고, 국물에 닿아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면 위에 얹혀지는 국물도 보통이 아니다. 남해안의 질 좋은 멸치, 그리고 국내산 표고버섯을 푹 우려낸 육수는 깊은 감칠맛이 일품이다. 첫 숟갈을 떠넣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멸치의 진한 풍미, 그리고 그 뒤를 부드럽게 받쳐주는 표고 향이 깔끔하게 감돈다.

비린맛은 없다. 뒷맛도 텁텁하지 않다. 그래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비우게 되는 칼국수.

가격은 착하게, 맛은 묵직하게
사진: 홍남매칼국수

이 정도 정성이라면 꽤나 높은 가격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그릇 6,000원. 지금 시대에 손칼국수 한 그릇이 이 가격이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린이 메뉴는 4,000원, 공기밥 추가는 단돈 1,000원. 단순히 ‘저렴하다’가 아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가성비 이상의 정성이 진짜 매력이다.

홍남매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진심이 담긴 요리’라고 말한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반죽을 하고, 육수를 고르고, 김치를 담그는 이들의 하루는 짧지 않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그 성실함 덕분에, 손님들은 기꺼이 이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김치 한 점, 국물 한 숟갈의 완벽한 조합
사진: 홍남매칼국수

손칼국수는 단품이지만, 이 집의 김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경북 영양군 수비마을에서 직송한 고춧가루로 담근 이 수제 김치는 화학 조미료 없이 재래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한 점만 먹어도 알 수 있다. 과하게 맵지 않고, 적당한 산미가 살아 있으며, 무엇보다 칼국수 국물과 만났을 때 기가 막힌 밸런스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국물 한 숟갈, 김치 한 점이면 반찬은 필요 없다”는 말이 이 집에선 틀린 말이 아니다. 많은 손님들이 국물과 김치를 번갈아 먹으며 ‘딱 이 맛’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11시가 되면 벌어지는 일
사진: 홍남매칼국수

식당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겨우 4시간. 하지만 이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풍경은 꽤나 흥미롭다.

개점과 동시에 자리는 대부분 가득 찬다. 등산을 마친 이들이 삼삼오오 내려와 식당으로 향하고,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몰려든다.

늦게 가면? 줄은 물론이고, 재료 소진으로 조기 마감될 수도 있다.

그래서 홍남매칼국수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선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여행객이라면 광교산 트래킹을 오전에 일찍 마치고, 바로 이곳으로 향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빠르게 걷고, 따뜻하게 먹고,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완벽한 오전 여행 루트가 완성된다.

주차 걱정 없이 찾을 수 있는 곳
사진: 홍남매칼국수

위치는 수원북중학교 정문 맞은편. 처음 찾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차량 이용자도 주차 걱정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원북중학교 개방 주차장 또는 인근 보훈청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단위나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에게도 편리하다. 도보로는 광교산 산책로에서 10분 이내 거리로 연결되어 있어 등산 후 바로 들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홍남매의 매력
사진: 홍남매칼국수

홍남매칼국수는 계절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봄에는 광교산 산책로를 따라 흐드러지는 진달래꽃을 감상하고, 칼국수로 따뜻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여름이면 시원한 육수와 차가운 공기가 대비되며, 땀을 식히는 최고의 코스가 된다. 가을의 광교산 단풍과 어우러진 칼국수 한 그릇은 말 그대로 감성 여행의 완성이다.

그리고 겨울, 바람이 매서운 날에는 이곳 국물 맛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코끝을 스치는 따뜻한 김과 함께, 사람들은 “역시 겨울엔 칼국수지”라며 미소 짓는다.

‘요리는, 성실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진: 홍남매칼국수

식사를 마치고 잠깐 여쭤본다. 이 짧은 시간 운영하면서도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이 무엇일까.

홍남매 중 형님은 “요리는 딱히 특별한 재료보다,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매일 반죽하고, 매일 국물 우려내고, 매일 김치 담그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누군가의 여행이든, 일상이든 그 순간을 위해 매일 같은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한다는 그 말에서 진짜 ‘맛의 비결’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정직한 손맛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한 그릇.

근처 여행지까지 연결해보자
사진: 광교호수공원

칼국수 한 그릇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졌다면, 그 여운을 조금 더 이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바로 근처에는 광교산 산림욕장이 있어 산책이나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광교호수공원까지 이동해 자전거 타기나 호수 뷰 산책을 즐겨도 좋고, 오후 시간엔 수원화성까지 확장된 코스를 짜보는 것도 괜찮다.

하루 중 점심 시간은 ‘홍남매칼국수’에서, 그리고 그 전후의 시간은 광교 일대의 자연 속에서 보내는 것. 소소하지만 꽉 찬 여행 하루가 완성된다.

마무리하며

광교산 아래, 딱 한 그릇. 그 단순함 안에는 하루를 버틸 따뜻한 힘이 담겨 있다.

메뉴는 하나뿐이고, 운영 시간은 짧지만, 이 식당을 다녀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남는다.

음식이 따뜻했던 곳, 사람이 친절했던 곳, 그리고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남는 곳. 홍남매칼국수는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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