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해외진출 전략] '윤법렬 체제' KB인베, 보스턴 중심 해외 투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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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중심의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해외 투자를 모색하는 VC들의 전략을 분석합니다.

/사진 제공= KB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는 가장 활발하게 해외투자를 전개하는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대형 펀드 조성, 해외 지사 운영, 현지 벤처캐피탈(VC)과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해외 투자 외연을 확장해왔다. 윤법렬 대표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KB인베스트먼트는 동남아시아, 미국, 인도를 주축으로 한 기존 해외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1년만에 사령탑 교체…'국내 투자' 먼저

KB금융그룹 산하 벤처캐피탈(VC)인 KB인베스트먼트는 올 3월 윤법렬 전 KB증권 에쿼티 운용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송영석 대표가 부임한 지 1년만에 사령탑을 교체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VC들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해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그간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던 KB인베스트먼트가 윤 대표 체제에서도 글로벌 투자 영토 확장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표는 VC업계 대표로서 드문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 박사과정을 마친 뒤 법무법인 광장에서 8년간 금융·증권 변호사로 활동했고, 씨티은행을 거쳐 2008년 KB증권에 합류했다. 이후 투자금융부장, 해외사업지원부장, 해외대체투자2부장, 대체금융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대체투자 경험을 쌓았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그는 뛰어난 리스크 관리 역량과 탄탄한 대체 투자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벤처투자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윤 대표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5월에는 윤 대표의 주도 아래 벤처캐피탈리스트를 포함한 전체 직원을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 영역에서도 새로운 실험보다는 기존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현재 투자 잔액 기준 운용자산의 약 30%를 해외투자에 배분했으며, 미국, 동남아시아, 인도를 주축으로 해외 투자기업을 발굴해왔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당분간 신정부의 벤처투자 마중물 확대 기조에 발맞춰 국내 투자에 조금 더 무게를 둘 예정이며, 글로벌 투자 측면에서 큰 방향의 전략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바이오 투자' 중점

KB인베스트먼트는 그럼에도 미국 보스턴 지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2023년부터 미국 보스턴에 지사를 운영하면서 해외 투자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보스턴은 글로벌 바이오 중심지인 만큼, 글로벌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중이다. 바이오 투자에 전문성을 지닌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보스턴 지사를 이끌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보스턴 지사는 대형 제약사나 블랙록,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투자사들과 함께 투자를 집행하면서 현지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오디세이 테라퓨틱스(Odyssey Therapeutics), 브라이트피크테라퓨틱스(Bright Peak Therapeautics), 하이쿠바이오사이언시스(Hyku Biosciences) 등 투자에 참여했다.

기존에 운용하던 글로벌 펀드는 안정적 관리에 중점을 둔다. KB인베스트먼트는 현재 2개의 해외 투자용 글로벌 펀드와 역외 펀드를 운용 중이다. 2019년 2200억원 규모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1호 펀드(1호 펀드)’를 결성하면서부터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해외 투자를 주목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펀드는 국내 VC 업계에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1호 펀드(1호 펀드)’는 약정액의 60% 이상을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1호 펀드의 대표 포트폴리오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및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그랩홀딩스(Grab Holdings), 인도 최대 헬스케어 플랫폼 팜이지(PharmEasy)운영사 API홀딩스(API Holdings) 등이 있다.

1호 펀드는 2023년 5월 투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펀드 운용기간은 10년으로 포트폴리오 회수 기간은 아직 넉넉하다. 지난해까지 회수분에 대한 평균 멀티플은 2.5배 수준이다. 이어 KB인베스트먼트는 2023년 1호 펀드의 후속 격인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KB국민은행, KB증권 등 KB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콜마그룹 계열사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1호 펀드는 동남아시아 지역 혁신 스타트업에 집중한 반면,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까지 투자 보폭을 넓혔다.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오디세이 테라퓨틱스(Odyssey Therapeutics), 온힐(ONHEAL), 어스얼라이언스(구 차이나다), 리벨리온 등을 꼽는다.

KB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플랫폼 펀드를 활용해 해외 역외펀드도 조성했다.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s)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2020년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그룹 텔콤(Telkom) 산하 MDI벤처스와 함께 450억원 규모 센타우리펀드를 조성했고 이듬해 말레이시아 RHL벤처스와 공동으로 540억원 규모의 히비스커스펀드를 결성했다. 가장 최근인 2023년에는 현지 VC와 손잡고 인도향 펀드인 엘레브 펀드(Elev8-Capital Fund1), 동남아시아향 펀드 어센트 펀드(Ascent Fund Ⅲ)를 조성해 운용 중이다.

강기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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