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은 너무 비싸요"...'연말 쇼핑의 메카' 홍콩, 중국인들은 어디에?
연말 쇼핑의 최고 여행지라고 불리던 홍콩이 중국 관광객들의 변심에 당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세계적 대유행 종료) 이후에도 홍콩 쇼핑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홍콩에도 타격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동안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인은 9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여행을 떠난 홍콩인(150만명)보다 53만명 가량 적은 규모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많은 중국인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홍콩 측의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홍콩 방문이 늘지 않은 것은 중국 경기 둔화로 명품소비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인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홍콩에서 '보복소비' 일환으로 명품 쇼핑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환율이 오르고, 물건 값이 비싸지면서 중국인들이 홍콩을 방문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세계 최고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중국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에 따라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자원을 이전하고 있다. 지난 4월 LVMH는 이미 홍콩에 있던 그룹의 지역 총괄 본부를 포함해 일부 산하 브랜드의 지역 본부를 상하이로 이전했다. 일부 고위 간부도 중국 본토에 배치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루이뷔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을 거느린 LVMH의 코로나19 이후 홍콩의 매출 회복세가 다른 중화권 지역보다 훨씬 더딘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홍콩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황금연휴 기간 홍콩의 소매 판매는 기존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점포 방문객이 20∼30% 늘어났음에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홍콩의 3분기 상품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줄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B1B2'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B1B2는 지하 B1, B2 매장을 나타내는 뜻으로, 저렴한 소비재 매장이 밀집돼 있는 백화점 지하만 이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CNBC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인들이 명품 매장이 있는 1층을 그대로 지나쳐 저렴한 상품들이 있는 지하(B1, B2) 매장으로 직행한다"고 밝혔다. 지하층엔 저가의 선물과 의류 매장, 슈퍼마켓, 미니소(Miniso), 루이싱 커피와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비재 매장이 밀집돼 있다.
실제 한 웨이보 이용자는 "백화점 최상층은 영화 보러, 지하는 밥 먹으러, 나머지 층은 걸어 다니며 소화하는 데 이용한다"며 "최근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젊은이들은 쇼핑하러 B1B2만 간다'는 해시태그가 유행이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홍콩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홍콩경제일보는 무디스가 홍콩 신용등급을 낮춘 것에 대해 "중국 본토와 정치, 경제, 금융적 연결고리가 강하다"며 "홍콩 경우 2020년 홍콩 국가안전법 도입과 홍콩 선거제도 변경 등으로 인해 정치와 경제 자치 기반이 점차 침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는 중국과 연결이 장기적인 발전을 향한 원천이라고 반박했다. 홍콩 정부는 "본토와의 지속적인 관계 심화는 홍콩의 장기적 발전을 지원하는 긍정적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무디스의 주장과 달리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사회가 안정성을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의 해외기업 수는 약 9000곳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11월 기준 홍콩 은행 시스템의 총 예금은 약 2조달러로 국가보안법 시행 전보다 약 10% 증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