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안 가요" 가전제품 판매도 '최저'…구독으로 문턱 낮춘다

지난해 말 가전제품 판매액이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심리 위축과 교체 주기 사이클에 따른 수요부진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조3001억원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4% 감소했다. 서비스업동향조사가 개편된 2020년 이후 월간 기준 가장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12월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지수도 80.5(2020년=100)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가전 시장에서 지갑을 닫고 있다. 지난해 연간 가전제품 연간 판매액은 31조1846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10.4% 줄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조6228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말에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줬다.
국내 가전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이례적인 성장을 했다.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가 증가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엔데믹이 시작된 2022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며 가전 시장이 부진에 빠졌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 가전이 많이 팔린 만큼 가전 교체 주기가 뒤로 밀리면서 신규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대형 가전의 교체 주기는 보통 7~10년으로 긴 편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가전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사를 하면서 가전을 바꾸는 경우가 많고, 신축 아파트의 빌트인 가전 수요 등으로 가전 시장은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해외에서는 가전 기업이 주택 시장 전망을 함께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 가전 판매액도 부동산 시장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 늘어나자 가전 판매량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6월과 7월에 가전제품 판매액은 각각 2조8905억원, 2조9688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 아파트 거래가 줄자 가전제품 판매액도 감소했다. 지난해 9월 거래량이 7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자 가전제품 판매액은 19.3% 줄었고, 이후 판매 금액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있다.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기간 제품을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는 초기 구매 비용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구독서비스 초기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등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가격이 비싼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가전으로 확대됐다.
2022년부터 구독서비스에 대형가전을 추가한 LG전자는 구독사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구독사업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다. 국내 가전 매출의 2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초 'AI(인공지능) 구독클럽'을 내놓으며 구독사업 강화에 나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 시장은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가전 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독 서비스 강화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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