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날 수 없는 그의 매력…혼자 살 때 가성비 최고는 이거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6. 09:03
[스프카세] 1인 가구 최고의 가성비 채소! '열무' 한 단으로 일주일 나기 (글 : 정고메 작가)
먹방과 레시피, 와인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스프에서 맛깔나게 정리해드립니다.
냉장고에 채소가 똑 떨어져 텅 비었을 때, 그리고 밥을 해먹을 만한 시간이 곤궁해질 때면 나는 열무 한 단을 사 온다. 열무는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빠르고 간편하게 지친 체력을 채워주는 고마운 채소다. 게다가 한 단이면 2kg 정도 되기 때문에 다른 채소를 이것저것 고를 필요 없이 열무 하나만으로도 일주일 나기가 가능하다. 가끔은 열무와 같은 계열인 얼갈이를 찾기도 한다.
나는 열무나 얼갈이의 매력을 발견한 뒤로는 줄곧 1인 가구에 이만한 가성비 채소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현대인들에게 영양보다 부족하다는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기질과 비타민도 고루 들어있다. 보통 채소들은 일부 2~3가지의 무기질, 비타민이 많아 뾰족한 그래프를 보여준다면, 열무와 얼갈이는 다양한 영양소가 고루 풍부한 너그러운 그래프 모양을 그린다.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K를 섭취할 수 있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A, 비타민 C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 하루에 필요한 무기질과 비타민들을 열무 하나로도 고루 충족할 수 있으니 천연 영양제라 생각하고 열심히 먹으면 왠지 조금은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단, 칼륨이 많은 편이라 신장 관련 질환이 있다면 적당히 섭취하는 게 안전하다.
열무는 여름이 제철이지만 8월에 파종한 열무는 9월에 수확해서 초가을까지도 먹을 수 있다. 폭염으로 요리하기가 유독 힘들었던 올여름, 살면서 열무를 이렇게 많이 먹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덕에 열무의 매력에 빠져 9월을 맞이한 지금도 열무를 매주 사서 이렇게 저렇게 해 먹는 중이다. 가장 자주 해 먹은 메뉴는 역시 열무 비빔밥. 밥에 열무를 생으로 왕창 썰어 넣고 고추장, 참기름 넣고 비벼 먹는다. 고추장에는 매실청과 사과식초를 살짝 넣으면 새콤한 맛이 열무의 향과 잘 어울린다. 비슷한 메뉴로 열무 비빔국수도 있다. 면과 밥을 바꿔서 먹다 보면 어느새 이미 열무 반 단이 사라져 있다. 열무를 다르게 먹고 싶다면 소금물에 절여두었다가 열무 물김치를 담근다. 시판 물김치 재료를 사용하면 복잡하게 재료를 사 올 필요도 없다. 그리고 잘 익은 열무 물김치에 식초, 설탕 조금 넣어 소면을 말아서 먹는 냉열무국수까지 별미다.
사실 생으로 먹는 케일, 양배추, 상추 같은 채소에 비하면 열무는 단맛도 덜하고, 고소함도 덜한 편이다. 대신 아삭아삭 씹히는 경쾌한 식감이 즐겁고, 줄기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수분감도 좋다. 약간 쌉싸래한 잎의 매운맛이 살짝 루콜라를 떠올리게도 한다. 잎의 모양도 와일드 루콜라와 닮아있다. 열무에서 풋내가 난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나는 열무 고유의 향미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열무의 매운맛을 활용해서 루콜라 대신 바게트샌드위치나 샐러드에도 넣기도 하는데, 잎채소에 다양한 식감과 향미를 열무가 돋워준다. 열무는 루콜라만큼 향이 강하지는 않더라도 기름 베이스의 소스들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편이다.
무엇보다 열무 한 단의 장점은 역시 대용량이라는 점이다. 2kg의 두툼한 열무 한 단을 들고 집에 오는 날에는 스스로에게 ‘열무로 일주일 나기’라는 미션을 준다. 이런 종류의 미션은 늘 즐겁다. 만약 열무로 김치 말고 뭘 해 먹을 수 있냐는 생각이 든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열무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조금은 새로운 요리들을 소개한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 열무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1. 열무 볶음
모닝글로리, 공심채 볶음을 좋아한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열무 볶음이다. 열무와 공심채는 전혀 다른 채소이지만 공심채 볶음할 때의 소스로 볶으면 열무도 공심채 못지않은 식감과 맛을 자랑한다. 따로 데치는 과정 없이 바로 볶아야 하고, 그래야 열무만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마늘은 편 썰고 홍고추는 사선으로 썬다. 열무의 뿌리 부분은 잘게 다지고, 줄기 부분은 약 3cm 길이로, 잎 부분은 이등분 한다. 양념을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둔다. 예열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 홍고추, 다진 열무 뿌리를 약불로 볶는다. 마늘이 익을 때쯤 중불로 올려 열무 줄기와 양념 2/3를 넣고 3분 정도 볶는다. 열무에서 수분이 나오고 살짝 간이 배일 때쯤 잎 부분을 넣고 30초 볶고 접시에 담는다.
2. 열무 강된장 비빔밥
강된장 만들 때 열무를 잔뜩 넣는 것도 별미다. 강된장의 맛을 풍부하게 해 줄 부드러운 감자, 풍미와 식감이 좋은 표고버섯, 게다가 아삭아삭한 열무까지. 세 개의 개성 강한 재료들을 된장, 고추장의 짠맛이 조화롭게 연결해 준다. 밥에 얹어 참기름 한 바퀴 둘러 쓱쓱 비벼 먹으면 영혼까지 든든해지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감자는 1cm 크기로 큐브 썰고, 표고와 고추, 열무는 잘게 썬다. 예열한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은 소금 살짝 뿌려 약불로 볶다가 버섯이 익으면 감자를 넣고 1분 정도 볶는다. 된장, 고추장을 넣고 볶다가 물, 열무, 고추를 넣고 볶는다. 7분 정도 자작하게 졸이듯이 끓이면 열무 강된장 완성. 밥 한 그릇에 강된장 절반, 생열무 조금 썰어 넣고 참기름 둘러 비벼 먹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먹방과 레시피, 와인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스프에서 맛깔나게 정리해드립니다.
냉장고에 채소가 똑 떨어져 텅 비었을 때, 그리고 밥을 해먹을 만한 시간이 곤궁해질 때면 나는 열무 한 단을 사 온다. 열무는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빠르고 간편하게 지친 체력을 채워주는 고마운 채소다. 게다가 한 단이면 2kg 정도 되기 때문에 다른 채소를 이것저것 고를 필요 없이 열무 하나만으로도 일주일 나기가 가능하다. 가끔은 열무와 같은 계열인 얼갈이를 찾기도 한다.
나는 열무나 얼갈이의 매력을 발견한 뒤로는 줄곧 1인 가구에 이만한 가성비 채소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현대인들에게 영양보다 부족하다는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기질과 비타민도 고루 들어있다. 보통 채소들은 일부 2~3가지의 무기질, 비타민이 많아 뾰족한 그래프를 보여준다면, 열무와 얼갈이는 다양한 영양소가 고루 풍부한 너그러운 그래프 모양을 그린다.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K를 섭취할 수 있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A, 비타민 C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 하루에 필요한 무기질과 비타민들을 열무 하나로도 고루 충족할 수 있으니 천연 영양제라 생각하고 열심히 먹으면 왠지 조금은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단, 칼륨이 많은 편이라 신장 관련 질환이 있다면 적당히 섭취하는 게 안전하다.
열무는 여름이 제철이지만 8월에 파종한 열무는 9월에 수확해서 초가을까지도 먹을 수 있다. 폭염으로 요리하기가 유독 힘들었던 올여름, 살면서 열무를 이렇게 많이 먹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덕에 열무의 매력에 빠져 9월을 맞이한 지금도 열무를 매주 사서 이렇게 저렇게 해 먹는 중이다. 가장 자주 해 먹은 메뉴는 역시 열무 비빔밥. 밥에 열무를 생으로 왕창 썰어 넣고 고추장, 참기름 넣고 비벼 먹는다. 고추장에는 매실청과 사과식초를 살짝 넣으면 새콤한 맛이 열무의 향과 잘 어울린다. 비슷한 메뉴로 열무 비빔국수도 있다. 면과 밥을 바꿔서 먹다 보면 어느새 이미 열무 반 단이 사라져 있다. 열무를 다르게 먹고 싶다면 소금물에 절여두었다가 열무 물김치를 담근다. 시판 물김치 재료를 사용하면 복잡하게 재료를 사 올 필요도 없다. 그리고 잘 익은 열무 물김치에 식초, 설탕 조금 넣어 소면을 말아서 먹는 냉열무국수까지 별미다.
사실 생으로 먹는 케일, 양배추, 상추 같은 채소에 비하면 열무는 단맛도 덜하고, 고소함도 덜한 편이다. 대신 아삭아삭 씹히는 경쾌한 식감이 즐겁고, 줄기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수분감도 좋다. 약간 쌉싸래한 잎의 매운맛이 살짝 루콜라를 떠올리게도 한다. 잎의 모양도 와일드 루콜라와 닮아있다. 열무에서 풋내가 난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나는 열무 고유의 향미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열무의 매운맛을 활용해서 루콜라 대신 바게트샌드위치나 샐러드에도 넣기도 하는데, 잎채소에 다양한 식감과 향미를 열무가 돋워준다. 열무는 루콜라만큼 향이 강하지는 않더라도 기름 베이스의 소스들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편이다.
무엇보다 열무 한 단의 장점은 역시 대용량이라는 점이다. 2kg의 두툼한 열무 한 단을 들고 집에 오는 날에는 스스로에게 ‘열무로 일주일 나기’라는 미션을 준다. 이런 종류의 미션은 늘 즐겁다. 만약 열무로 김치 말고 뭘 해 먹을 수 있냐는 생각이 든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열무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조금은 새로운 요리들을 소개한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 열무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여름의 별미, 열무 요리 레시피
모닝글로리, 공심채 볶음을 좋아한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열무 볶음이다. 열무와 공심채는 전혀 다른 채소이지만 공심채 볶음할 때의 소스로 볶으면 열무도 공심채 못지않은 식감과 맛을 자랑한다. 따로 데치는 과정 없이 바로 볶아야 하고, 그래야 열무만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 재료: 열무 3~4개(200g), 마늘 7알, 홍고추 또는 페페론치노 약간, 식용유 1.5T
- 양념: 간장 1.5T, 올리고당 2/3T, 된장 1T, 설탕 1T
*1T는 밥숟가락에 평평하게 담은 것을 기준으로 했다.
마늘은 편 썰고 홍고추는 사선으로 썬다. 열무의 뿌리 부분은 잘게 다지고, 줄기 부분은 약 3cm 길이로, 잎 부분은 이등분 한다. 양념을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둔다. 예열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 홍고추, 다진 열무 뿌리를 약불로 볶는다. 마늘이 익을 때쯤 중불로 올려 열무 줄기와 양념 2/3를 넣고 3분 정도 볶는다. 열무에서 수분이 나오고 살짝 간이 배일 때쯤 잎 부분을 넣고 30초 볶고 접시에 담는다.
2. 열무 강된장 비빔밥
강된장 만들 때 열무를 잔뜩 넣는 것도 별미다. 강된장의 맛을 풍부하게 해 줄 부드러운 감자, 풍미와 식감이 좋은 표고버섯, 게다가 아삭아삭한 열무까지. 세 개의 개성 강한 재료들을 된장, 고추장의 짠맛이 조화롭게 연결해 준다. 밥에 얹어 참기름 한 바퀴 둘러 쓱쓱 비벼 먹으면 영혼까지 든든해지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 재료: 밥 1그릇, 열무 3~4개(200g), 감자 작은 것 1개, 생표고 2~3개, 마늘 4개, 고추 1개
- 양념: 된장 1T, 고추장 2/3T, 들기름 1T, 물 반 컵(45ml)
*강된장은 2번 정도 나눠 먹을 분량이다.
감자는 1cm 크기로 큐브 썰고, 표고와 고추, 열무는 잘게 썬다. 예열한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은 소금 살짝 뿌려 약불로 볶다가 버섯이 익으면 감자를 넣고 1분 정도 볶는다. 된장, 고추장을 넣고 볶다가 물, 열무, 고추를 넣고 볶는다. 7분 정도 자작하게 졸이듯이 끓이면 열무 강된장 완성. 밥 한 그릇에 강된장 절반, 생열무 조금 썰어 넣고 참기름 둘러 비벼 먹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짐 이고 '휘청휘청', 바퀴 빠진 차량까지…혼돈의 도로
- "얼른 타!" 역무원인 줄…몸으로 문 막아 열차 지연 '민폐'
- 터널 속 역주행 차량에 일가족 참변…운전하던 가장 사망
- 1400개 열차표 쓸었다 환불…포인트 빼먹는 꼼수 못 잡나
- 페트병 오줌에 집안 쓰레기도…"지린내" 더럽혀진 도로변
- 벌써 1800만 장 팔렸다…'오공' 열풍에 한국은 참담, 왜
- 70곳 넘게 전화…임신부 '응급실 뺑뺑이'
- 신축은 비싸고 재건축 기약 없고…10년 안팎 아파트 뜬다
- "원금 보장" 거액 투자하자 먹튀…업체 가보니 정부청사?
- "황금 같은 연휴인데"…출발 직전 결항에 발 묶인 여행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