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도각도각, 서걱서걱. 이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이 가는가. 바로 키보드의 타건감을 표현하는 의성어다. 키보드는 과거 소수의 컴퓨터 마니아들만이 즐기는 취미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타건감을 나타내는 표현이 세분화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마니아의 취미에서 개성 있는 사무용품으로 진화한 기계식 키보드
키보드는 경쾌한 소리뿐 아니라 알록달록한 색감과 부드러운 촉감으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키보드를 타건하는 ASMR 콘텐츠가 유행하고, 키보드를 취향에 맞게 꾸미는 ‘키꾸(키보드 꾸미기)’가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의 완성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은 것은 바로 기계식 키보드이다.
실제로 국내 PC 주변기기 업체 앱코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기계식 키보드 시장 규모는 2014년 468억 원 수준에서 2023년 1,000억 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기계식 키보드의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약 26억 달러(약 3조 8000억 원)로 연평균 성장률 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마다 개별 스위치가 들어 있어 정확한 입력이 가능하며, 청축, 갈축, 적축 등 다양한 키감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가 러버돔(고무돔)이 기판에 있는 접점 부분에 접촉하면서 전기 신호가 통하는 방식이라면,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 내부의 금속 스프링이 기판과 직접 접촉하면서 신호가 전달된다.
손끝으로 즐기는 키보드 축제
이러한 키보드 열풍에 발맞춰 아이파크몰 콘텐츠 전담 개발팀은 다양한 브랜드의 기계식 키보드를 체험할 수 있는 아이파크몰 키보드 페스티벌(이하 ‘아키페’)을 개최했다. 1년여 간의 준비 기간을 걸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기획된 대규모 키보드 행사로, 1,000여 평의 공간을 키보드로 가득 채운 초대형 팝업 스토어로 꾸며졌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는 20여 개의 키보드 전문 브랜드가 선보이는 100여 종의 기계식 키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참여 업체로는 앱코, 큐센, 펀키스, 키네틱스, 베스트와이, 스웨그키 등이 있으며, 커스텀 키보드 관련 업체 키팸과 키캡 전문 기업 샌더아트, 니르하트, 에이캡, 도트 크래프트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행사가 열린 용산역 아이파크몰 이벤트홀 3층에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백문이 불여일타’라고, 키보드 타건감에 대한 호불호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쳐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 자리에서 다양한 종류의 기계식 키보드를 직접 타건하며 사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키페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정판 및 신제품 키보드와 키캡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아키페의 매력 중 하나. QK80 MK2 아키페 에디션 모델이 아키페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앱코에서는 콕스(COX)와 하이무(HAIMU)가 협력해 개발한 무소음 자석축 스위치를 적용한 키보드 CMK82R을 선보이며 3월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롤드컵 키캡과 사랑의 하츄핑 키캡 등 특색 있는 키캡으로 유명한 델라키에서는 이번 행사를 기념해 아이파크몰을 형상화한 한정판 키캡을 특별 제작해 선보였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의 키보드들이 돌아다니는 내내 발길을 멈춰 세웠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기계식 키보드를 다루는 네이버 카페인 ‘키팸’도 참여해 카페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키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손가락 관절이 걱정될 정도로 묵직한 타건감을 자랑하는 ‘하데스 1.5kg’ 키보드부터 빵 위에 초코 시럽과 스프링클을 뿌린 듯한 도넛 콘셉트의 키보드까지, 한두 개의 키캡만 바꿔 포인트를 준 키보드 외에도 개성 넘치는 키보드들이 가득했다.
■ Editor’s Pick! 상황별 맞춤형 키보드 추천
키보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후로 종류가 세분화되면서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키보드를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부드러운 타건감? 귀를 즐겁게 하는 경쾌한 소리? 아니면 합리적인 가격? 이번 아키페에서 만난 키보드 중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 좋은 키보드를 소개한다.
빠르고 정확한 타건이 가능한 게이밍 키보드
펀키스 GEO75 HE (TTC 자석축)
게임에서 승패는 순간의 차이로 결정되는 만큼 게이밍 키보드는 빠른 속도와 정확한 입력이 중요하다. 자석축(마그네틱축)은 네오디뮴 자석과 홀 센서 사이의 자기장으로 입력을 감지하는 스위치로, 기존의 기계식 스위치보다 빠르고 정밀한 타건이 가능하다. 자석축 스위치를 적용한 펀키스의 GEO75 HE는 0.1~4.0mm의 범위에서 트리거 설정이 가능한 래피드 트리거 기능을 지원하며, 8K 폴링레이트 및 16K 스캔레이트 기능까지 갖춰 FPS 게임처럼 빠른 반응 속도와 정확한 입력이 중요한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출시일 및 가격 미정.
사무실에서 눈치 볼 필요 없는 저소음 키보드
그루브스톤 GV10 (저소음 밀키축)
회사 사무실에서는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사무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소음이 적은 키보드를 찾고 있었다면, 저소음 밀키축 스위치를 적용한 그루브스톤의 GV10을 추천한다. 에디터도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로, 소음이 적은 것은 물론 스프링, 슬라이더, 접점부 등 모든 부위를 수제 윤활하여 보글보글 부드러운 타건감을 자랑한다. 가격 164,000원.
기계식 키보드 입문용으로 좋은 가성비 키보드
앱코 AK99 (저소음 피치축)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해 보고는 싶지만 비싼 가격에 구매가 망설여졌다면 주목. 기능과 미감은 물론 가성비까지 갖춘 키보드가 있다. 바로 저소음 피치축 스위치를 적용한 앱코의 AK99. 블루투스, 무선, 유선 연결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8,000mAh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어 완충 후 최대 400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 입문자를 위한 가성비 키보드로 추천. 가격 65,000원.
일상을 바꾸는 치트키, 키보드
키보드는 이제 단순한 입력 장치를 넘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기분 전환을 위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반복되는 일상을 환기하기 위해 업무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키보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평소 키보드에 관심이 있었지만 어떤 키보드를 장만할지 고민이었다면, 아키페에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눈 앞에 펼쳐진 다채로운 기계식 키보드들이 나만의 키보드를 찾는 여정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키보드를 만나볼 수 있는 아이파크몰 키보드 페스티벌은 용산 아이파크몰 이벤트홀 3층에서 2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이어진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Copyright ©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당 콘텐츠뷰의 타임톡 서비스는
파트너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