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낡은 라디오를 매일 켜 두시길래.." 그 주파수의 사연에 주저앉았다

엄마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부엌 선반 위의 낡은 라디오를 켜셨습니다. 텔레비전도 있고 휴대전화도 있는데 엄마는 하루 종일 그 라디오를 켜 두셨습니다.주말에 친정에 갔다가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려는데 엄마가 급히 말리셨습니다. 그 주파수에 담긴 사연을 듣고 저는 부엌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부엌 선반 위의 낡은 라디오

라디오는 버튼 몇 개가 떨어져 나간 아주 오래된 물건이었습니다. 소리도 가끔 지지직거려서 듣기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새 라디오를 사 드리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다. 엄마는 그때마다 이게 좋다며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주파수 다이얼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어 움직이지 않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꺼낸 오래전 이야기

엄마는 그 라디오가 아버지가 처음 사 준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지방 공사장에서 일하며 집에 자주 오지 못하셨습니다. 그때 두 분은 매일 밤 같은 라디오 방송을 듣기로 약속하셨다고 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노래를 들으면 함께 있는 것 같았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떠나신 뒤에도 엄마는 그 주파수를 한 번도 바꾸지 않으셨습니다.

라디오 소리를 함께 들으며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엄마에게 그 라디오는 아버지와 이어진 마지막 끈이었습니다. 새 라디오를 사 드리겠다던 제 말이 얼마나 철없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엄마 곁에 앉아 같은 방송을 함께 들었습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마저 그날은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부모님이 고집스럽게 지키는 낡은 물건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랑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엄마의 라디오는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을 이어 주는 다리였습니다.이번 주말에는 부모님이 아끼시는 물건의 사연을 여쭤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 부모님에게도 이런 물건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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