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슐랭 스타들]⑧소울, 마음을 울리는 한 그릇을 위해 진심을 담다

이정수 기자 2024. 9.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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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은, 윤대현 셰프의 미슐랭 1스타 소울
“진심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파인 다이닝 '소울'의 윤대현 김희은 부부 셰프. /조인원 기자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명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이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메난드로스의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 어떤 산해진미, 부귀영화에도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그 감동은 전해지지 않는다.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음 그 자체지 않을까. 국내에도 ‘진심’이 갖는 힘에 집중하고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미슐랭 1스타의 소울이다.

김희은, 윤대현 셰프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소울은 이름에도 여러 의미가 있다. 먼저 그대로 직역하자면 ‘영혼’, ‘마음’이다. 이는 요리를 통해 진심을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한자로 풀이하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한다는 뜻도 지닌다. 두 셰프는 소울이 답답한 마음을 해방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울은 코리안 컨템퍼러리 즉 ‘현대 한국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현대 한식은 독특하다. 전통을 계승할 뿐 아니라 양식, 일식 등 여러 식문화의 것들을 배합해 발전해 왔다. 양식을 주로 전공한 윤대현 셰프, 한식이 메인인 김희은 셰프의 발자취도 이와 닮아 있다. 그 둘은 자신의 영역에 머물러있기 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메뉴가 지난여름 선보인 물회와 국수이다.

먼저 물회는 가지런히 채 썰어 양념한 오징어와 관자살에 여름의 싱그러움을 한껏 담은 청사과, 향기로운 펜넬 등을 곁들었다. 그 위에 캐비어도 듬뿍 올라가 고급스럽다. 보통 물회 하면 빨간 초고추장의 맛과 색이 떠오르나 소울은 여름 제철 과일인 토마토와 패션후르츠를 이용한 육수로 새롭게 맛을 냈다. 투명한 육수 속에 토마토와 열대 과일의 향긋함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레스토랑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방아잎 또한 그 속에서 청량한 맛을 낸다.

'소울'의 여름 별미인 물회. 오징어와 관자살과 청사과 펜넬 등을 활용해 여름을 표현하고자 한 메뉴. /조인원 기자

크게 한 입을 떠 넣으면 먼저 청사과가 아삭하게 씹히며 상큼하게 포문을 연다. 이어 펜넬의 싱그러움이 그 사이를 맴돈다. 바다 내음이 풍부한 오징어, 관자살을 씹다 보면 마치 해변가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곳곳에 캐비어, 참깨가 씹히며 은은한 고소함이 감도는 것도 별미다. 면처럼 길게 썰린 해산물을 가볍게 풀어 국수처럼 후루룩 먹어도 좋다.

메인 코스인 채끝 구이 반상 메뉴에 이어 나오는 국수도 주목할 만하다. 고기를 먹고 나면 국수가 당기듯, 한국 사람이라면 반가울 메뉴다. 다만 국수지만 메밀로 만든 생 카펠리니면으로 제면해 양식 느낌도 난다. 잘 우려낸 소고기 맛의 국물이 들기름의 고소함, 곰취 장아찌가 만나 새콤하게 끝난다. 한 입 넘기고 나면 메밀향이 은은히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고명으로 올린 아롱사태와 돼지감자장아찌도 각각 존재감을 알리며 들기름이 이를 조화롭게 융화시킨다.

함께 나온 토마토 올리브 양념장을 넣으면 그대로 비빔국수로 재탄생 한다. 토마토와 올리브, 약간의 스모키한 향이 느껴지는 파프리카를 페이스트 형태로 농축해 만든 이 양념장을 넣고 비비면 처음엔 파스타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고추기름의 매콤함이 중간에 올라오면서 한국스러운 맛도 가미된다.

이 외에도 소울은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업장의 인테리어에서도 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먼저 바(Bar) 형식으로 구성된 테이블 앞에 셰프들이 서있는 부분을 낮춰 손님과의 눈을 맞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로의 눈이야말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窓口)’라는 믿음에서다. 오늘도 소울에서는 스스로의 진심을 다듬으며 오늘도 한 그릇에 마음을 오롯이 담고 있다.

'소울'의 여름 별미인 국수. 메밀로 만든 생 카펠리니면과 함께 잘 우려낸 소고기 맛의 국물이 들기름, 곰취 장아찌 등과 만나 복합적인 맛을 이룬다. /조인원 기자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희은 (이하 김) : 소울의 김희은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어 도예가로서의 길을 택했었으나 음식이 주는 매력에 빠져 이 길을 걷게 됐다. 그릇을 만드는 것도 좋았지만 잘 완성된 그릇에 진심이 느껴지는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고자 진로의 방향을 바꿨다. 이어 조리학과를 졸업해 호텔 한식부에서부터 경력을 쌓아왔다.

윤대현 (이하 윤) : “소울의 윤대현이다. 양식으로 시작했지만 한식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니 한식을 언젠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소울은 어떤 곳인가.

김 :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혼’, ‘영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자로 풀이하면 답답한 마음을 풀어헤친다는 뜻도 된다. 힘든 일상에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업장 위치도 해방촌으로 잡은 것이다.”

윤: “동감이다. 아무리 기분이 좋지않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기분이 풀리지 않나. 이 공간만큼은 온전히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고 있다.”

―진심을 어떻게 전달하려 하는가.

김: 다이닝은 한 끼 식사를 넘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믿는다.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에서의 세심한 배려, 미식의 즐거움 등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소울은 고객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게 하고자 여러 부분을 고민 중에 있다. 식사 외에도 다른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여러 장치가 업장 곳곳에 숨어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또한 진심을 전하는 방식도 깊이 고민했다. 내린 해답 중 하나는 고객의 눈을 마주치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테이블을 두고 간에 손님들과 눈높이를 맞추도록 업장도 특별히 개조했다.

윤: “최근 고기를 정육하는 지인에게 돼지고기 요리를 대접받은 적이 있다. 직접 돼지 반 마리를 도축해 6시간 넘는 시간 동안 부위에 대한 설명과 하나하나 정성껏 굽는 모습을 보며 감명받았다. 이런 것이 바로 진심이 아닐까. 또한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 그 아래 수많은 배려가 수반되기에 가능하다. 업장의 온도, 분위기, 음식 사이의 간격,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떨어져야 한다. 따라서 손님들이 편안하게 느낄 때, 우리는 우리의 진심이 통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미슐랭 1스타 파인 다이닝 '소울' 입구에 윤대현 김희은 부부 셰프복이 나란히 걸려있다. /조인원 기자

―소울은 어떤 식으로 한식을 재해석하는가.

김: “한식의 재밌는 문화를 양식 요리에 접목하거나 양식 요리에서 한식의 문화에 대한 유사성을 발견해 공감대를 만들려고 한다. 가령 우린 감자 전을 돼지기름에 구워내고 양파 장아찌 국물에 찍어 먹지 않나. 이를 비슷한 음식인 뇨끼에 접목하는 식이다. 또한 막걸리를 발효해 만든 증편을 식전 빵 식으로 세 가지 맛 버터와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윤: “조금의 상상력과 호기심으로도 메뉴가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아이올리를 만들 때, 들기름을 넣으면 향으로서 한식의 터치가 느껴진다. 식문화를 새롭게 적용하는 것도 고민한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일상 음식이 몇백 년 후에는 전통으로 남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상상력은 무궁무진해진다. 이런 식으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소울의 매력이다.”

―한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윤 : “한식의 매력은 다채로움과 그 다양성에 있다. 사실 한식은 다른 식문화와 융합해도 궁합이 잘 맞는다. 전통적인 음식도 현대적으로 풀어내기 쉽다. 김치볶음밥에 버터가 들어가도 잘 어울린다. 양념치킨도 본래 치킨이라는 양식이지만 한국화가 됐다. 어떤 음식이 들어와도 한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한식의 매력이다. 물론 전통적 요소인 발효, 보양 등을 빼먹을 순 없다.”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소울'의 윤대현 김희은 부부 셰프. /조인원 기자

―이번 가을 코스는 어떻게 준비했는가.

김 : “의도한 것은 아니나 이번 가을을 기점으로 소울은 ‘시즌 2′로 넘어간다. 인테리어 개편은 물론 메뉴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소울 로고에는 산, 바다, 해를 형상화한 도형들로 이뤄져 있다. 이 뜻은 육해공의 진귀한 재료를 맛있게 요리해 하나의 접시에 내오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윤 : “미리 귀띔하자면 버섯 관련한 요리도 개발 중이다. 버섯이 품고 있는 그 특유의 향과 맛을 어떻게 최대로 끌어올릴지 연구 중이다. 특히 황제 버섯은 잘 구웠을 때 그 속이 부드럽고 고기처럼 즙도 많다. 먹었을 때 ‘맛있는 버섯’이라는 평보다는 버섯으로도 이런 맛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소울이 어떤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가.

김: “좋은 음식이 떠오르지만 그보다 더욱 좋은 경험을 했던 곳으로 남고 싶다. 그 업장을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것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그 서비스에 달려 있다. 소울이 2019년도에 비해 급격하게 성장했는데, 그 변화가 느껴지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는 열정이 와닿도록 앞으로도 진심을 전하는 데 매진하겠다.”

윤: “기억이라는 표현보다는 생각난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 기억이라 하면 마치 소울이 없어진 것처럼 들리지 않나 (웃음). 이전에도 잘해왔고, 명맥을 잘 유지 중인 곳. 전통적인 매력도 지니지만 현대적으로 잘 풀이하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한 미식이라는 문화 속에서 파인 다이닝과 손님의 간극을 줄이는 하나의 교두보가 되고 싶다.”

☞김희은, 윤대현 소울 오너 셰프는

김희은 ▲2011년 세계요리대회 금메달 ▲2011 WACS 러시아 요리대회 동메달 ▲그랜드 힐튼 호텔 코리안 키친 前 근무 ▲반얀트리 콜드 키친 前 근무 ▲ 소울 現 오너 셰프

윤대현 ▲스와니예 前 수셰프 ▲도우룸 前 헤드 셰프 ▲레스토랑 시화담 前 요리사 ▲하와이 힐튼 호텔 와이콜로아 빌리지 리조토 前 요리사 ▲ 소울 現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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