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안 고양이의 뜻밖의 패션쇼
가방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흰색 천으로 된 그 백에는 커다란 사자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었고, 그 중심부—바로 코와 입 부분—엔 뭔가 작은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프린팅처럼 보였죠. 그런데 다음 순간, 그 구멍에서 뭔가 둥글고 부드러운 것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회색 얼룩무늬 고양이의 얼굴이었어요. 그것도 기가 막히게 사자의 코에 정확히 들어맞는 위치에서 말이죠.
이 장면이 더 특별한 건, 그 고양이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고양이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눈을 크고 무표정하게 뜨고 정면을 뚫어지게 응시했습니다. 보통은 이런 구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면 놀라서 도망가거나,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기 마련인데, 이 고양이는 그런 게 없었어요. 마치 ‘나는 사자다. 문제 있나?’라는 듯한 당당함. 사람이 어깨에 가방을 멘 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데도, 고양이는 가만히, 진지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사자 탈을 쓴 고양이라니… 자기도 웃긴 걸 모르고 너무 진지해서 더 웃겨 ㅋㅋㅋ” 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었죠. 유쾌함은 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완벽함’에서 옵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그저 가방 안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 뿐인데, 세상에 하나뿐인 퍼포먼스를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린 종종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주인공이 되곤 해요. 하지만 그런 순간이 어색하거나 민망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우리 내면에 담긴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요?
고양이는 결국 천천히 얼굴을 넣고 가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요.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주는 인상은 강렬했죠. 고양이의 무표정한 얼굴, 사자의 강렬한 이미지, 그리고 그 둘이 합쳐진 예상 밖의 조화. 그건 단순한 웃음을 넘어, 우리 일상 속에 숨겨진 소소한 기쁨을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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