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킨집 차릴래" 줄선 미국인..美햄버거 3인방은 한국서 매물로
해외업체는 韓서 고전
◆ 프랜차이즈 시장 격변 ◆
치킨의 본고장 미국에서 K치킨 돌풍이 불고 있다. 한국식 양념치킨을 파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신규 가맹점 출점 문의로 대기 중인 인원만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계약을 완료하고 매장 준비에 들어간 곳도 150여 개다. 현재 운영 중인 미국 내 BBQ 매장 수(150개)의 4배가 넘는 인원이 새 점포를 열겠다고 몰려든 셈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20% 증가한 7300만달러의 매출(점포 POS 집계 기준)을 올린 BBQ는 지난 6월 미국 외식업계 전문지 '네이션스 레스토랑'이 선정하는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 2위에 올랐다. BBQ는 향후 2년 내로 미국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촌치킨, 굽네치킨, 맘스터치 등 다른 한국 프랜차이즈들도 K치킨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1980년대 한국에 진출해 30년 넘게 국내 시장을 지배해온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버거킹·KFC는 최근 경쟁력이 약해진 모양새다. '노브랜드 버거' 같은 가성비 버거부터 '쉐이크쉑' '고든램지 버거' '슈퍼두퍼' 등 고급 수제버거에 이르기까지 국내 버거 시장의 스펙트럼이 크게 확대된 탓이다. 이 같은 버거 시장의 재편 위기 속에서 이들은 지난해 말 버거킹을 시작으로 최근 한꺼번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고, 비슷한 매물끼리 경쟁을 벌이며 새 주인 찾기에도 고전하고 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으로 오랜 기간 부침을 겪어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은 브랜드 매장을 크게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본사와 가맹점주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는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본사 직영점 비중을 늘리거나 100% 직영으로만 운영하는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판촉행사 시 전체 가맹점주의 70% 동의를 얻어야 하고, 광고 시에도 50%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본사가 무리한 광고·판촉과 비용 부담을 강요하지 않도록 가맹점주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가맹본부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브랜드 마케팅에 제약이 생긴 만큼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식 양념치킨 美입맛 잡아
치맥 조합 'K치킨 돌풍'에 한몫
소규모 배달 무인매장도 도입
2019년 매출 2800만弗에서
작년 7300만弗로 빠르게 성장
교촌·굽네치킨 美사업 시동
맘스터치 북미시장 공략 박차
![미국 버지니아주 우드브리지의 BBQ 포토맥타운센터점에서 현지인들이 한국식 양념 치킨을 먹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K치킨이 큰 인기를 끌면서 BBQ 신규 출점 문의로 대기 중인 인원만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제너시스BBQ]](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9/05/mk/20220905205407932ytry.jpg)
# BBQ의 현지 법인이 있는 미국 뉴저지주의 엘런 박 하원의원은 지난달 12일 뉴저지주 의회가 수여하는 표창장을 윤홍근 회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서울 제너시스BBQ 본사를 방문했다. BBQ가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서도 꾸준히 점포를 늘려가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끈 데 대한 감사의 의미다. 같은 달 재러드 폴리스 미국 콜로라도주지사는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BBQ 매장을 찾아 콜로라도주 내 매장 추가 출점과 BBQ 미국 본사 이전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K치킨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프라이드 치킨에 달콤한 양념이 발린 한국식 양념 치킨이 현지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새콤달콤한 기본 양념이 발린 '시크릿 양념 치킨'과 달콤한 간장 양념으로 버무린 '소이갈릭 치킨'이 대표적이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치맥(치킨+맥주)' 조합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드 치킨에 머스터드 같은 디핑 소스를 찍어 먹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미국에서 치킨을 배달해 먹거나 스탠딩바에서 한국식 양념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미국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형봉 BBQ 미국법인장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현지에서는 배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피자뿐이었다"며 "'BBQ 치킨은 집에서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면서 인지도를 넓혀 나갔고, 이제는 현지의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앞다퉈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 맨해튼 매장에서는 '그랩 앤드 고(Grap&Go)' 콘셉트의 매장을 처음 선보이면서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현지인들에게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랩 앤드 고는 제품이 조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존 테이크아웃 방식과 달리 진열대(온장고·냉장고)에 미리 준비된 제품을 선택한 뒤 구입해 즉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법인장은 "로스앤젤레스(LA), 뉴욕, 텍사스 등 대도시에서 BBQ 치킨 유니폼을 입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식당 주인이나 매니저가 '어느 BBQ 매장에서 왔느냐'며 말을 걸면서 무료로 서비스 메뉴를 주거나 음식을 할인해주고, 공항에 가서도 직원이 단골이라며 정말 반가워하고 입국 수속을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해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BBQ는 올해 하반기 중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로커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푸드 로커 등이 적용된 신개념 포장·배달 전문 무인 매장인 'BBQ 스마트 키친(BSK)'을 뉴저지주 잉글우드 지역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BSK 매장은 약 90㎡의 소규모로 초기 투자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BBQ는 향후 2년 내에 미국 매장을 1000개로 늘리고 이를 토대로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BBQ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독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57개국에 진출해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 5만개 점포를 개설한다는 목표다.
미국의 K치킨 인기에 교촌치킨과 굽네치킨, 맘스터치 등도 미국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LA 등에서 직영점을 운영해온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4월 하와이 지역 유통 전문업체와 멀티유닛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에 나섰다.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만 진출해 있던 굽네도 지난달 미국 LA에 1호점을 열면서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맘스터치는 미국에 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 관계가 '갑을 관계'가 아닌 비즈니스를 위한 완전한 파트너십 관계로 자리를 잡았다는 데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이 처음 등장한 국가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미국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으로 높다.
또 1명의 점주가 1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한국의 생계형 점주와 달리 한 브랜드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거나 여러 브랜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기업형 점주가 상대적으로 많다.
결국 한국에서도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하는 가맹본부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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