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질문→클리셰적 결말…매력 만개 못한 '블러디 플라워'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드라마 '블러디 플라워'가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모텔 연쇄 살인'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해 2명의 남성을 숨지게 한 이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을 비롯해 연쇄 살인은 꾸준히 보도되고 있고, 그럴 때마다 사형제 부활에 관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이 살인마의 행위에 대중이 인정할 만한 정당성이 부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블러디 플라워'는 연쇄살인마 이우겸(려운 분)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 박한준(성동일 분)의 이야기다. 이우겸은 불치병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범죄 이력이 있는 17명을 살해하고 경찰에 잡힌다. 검사 차이연(금새록 분)이 사형을 주장하는 가운데 살인자를 변호하는 게 탐탁지 않았던 박한준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이우겸의 변호를 맡게 된다. 이후 박한준과 차이연은 재판을 진행하며 이우겸과 얽힌 또 다른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이 드라마는 살인을 두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시청자를 고민하게 한다. 우선, 사적 복수 및 제재에 관한 것이 있다. 이우겸은 법망을 피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흉악범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죽은 피해자들은 아동학대·사기·성폭행·음주운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였고, 이 범죄 때문에 죽은 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나 큰 타격 없이 사회로 복귀한다.

드라마 속 흉악범들의 뻔뻔함은 시청자를 분노하게 하고, 이우겸은 법을 대리해 심판을 내리며 이를 풀어준다. 그는 솜밤방이 처벌을 받은 뒤 반성 없이 살아가던 이들을 죽임으로써 피해자 및 사회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면 흉악범들에게 죽음까지 선고하지 않았을 것이고, 살인이라는 행위에 논란도 따라온다. 그럼에도 이우겸이 흉악범에게 벌을 내리는 과정엔 묘한 통쾌함이 있다. '블러디 플라워'는 이런 설정을 통해 이우겸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끔 설계돼 있다.
두 번째로 '블러디 플라워'는 이우겸이 살인자인지, 아니면 구원자인지 질문을 던진다. 살인자 이우겸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연쇄살인마인 그는 기적을 행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천재적인 의사이기도 하다. 차이연은 살인이라는 죄는 돌이킬 수 없다며 사형을 주장하지만, 박한준은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닌 미래를 보자고 제안한다.
이우겸은 17명을 죽였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17명 이상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박한준은 이에 집중해 이우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살인죄를 없앨 수는 없지만, 형벌로 그를 감옥에 두거나 사형을 시키는 것보다 사회에서 생명을 살리게 하는 게 공익적이라는 입장이다. 꽤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박한준이 불치병 딸을 둔 아버지라는 설정이 더해지며 감정적으로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 두 가지 질문으로 '블러디 플라워'는 독특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고,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도 성공한다. 중반부까지는 수사극, 법정극으로서의 재미가 크다. 이우겸의 동기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그의 살인은 기이한 정당성을 조금씩 획득한다. 동시에 더 많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우겸을 살려야 한다는 공리주의적인 입장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법정공방이 끝나는 중반부 이후 '블러디 플라워'는 자신의 특색을 잃고 만다. 드라마 후반부는 대기업의 탐욕과 권력자들의 부패가 중심에 있다. 이야기의 사이즈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이런 구도는 진부한 설정이다. 또한, 이 카르텔을 이루는 인물들도 전형적이라 흥미롭지 않다. 불치병 치료하는 살인마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출발하지만, 이를 클리셰적인 구도로 끌어들이며 '블러디 플라워'만의 색깔을 퇴색시켜 버렸다.
배우들의 열연, 작품이 가진 흥미로운 질문들이 마지막 순간엔 빛을 잃는 것 같아 아쉬운 작품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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