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에 7조원 투자…하이브리드차 중심 현지화 전략 공개

현대자동차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또 약 7조원을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개선 등에 투자해 신차 출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사진 제공=현대차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뭄바이에서 첫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2030년까지 인도에 51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의 투자금은 공장 현대화, 현지 연구개발(R&D) 강화, 배터리 생산 설비 구축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현대차는 2030 회계연도까지 신차, 또는 부분 변경 모델 26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신형 모델은 2028~2030년에 집중적으로 출시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소비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전기차의 주행거리 불안과 비용이 여전히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하이브리드가 해법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인도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차는 과도기적 단계에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계속해서 배터리 전기차 중심의 전략을 추진 중인 경쟁사 타타모터스와 마힌드라앤마힌드라와 대조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모델 등 전동화 차량이 전 세계 판매량의 6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를 제시했다. 연간 판매량 목표는 330만대다. 인도에서는 2030년까지 매출 1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무뇨스는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1%에서 15%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무뇨스는 현재 현대차의 3위 시장인 인도가 2030년에는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 목표를 15%대 초반으로 잡으며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프리미엄 포지셔닝’ 전략을 강조했다. 무뇨스는 “이익을 내지 못한 채 점유율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2027년부터 인도 현지 생산 제네시스 모델을 선보여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브랜드와 경쟁할 계획이다. 또 인도 도심 소비자들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인도 내 판매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엑사이드인더스트리와의 공급 협력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를 주요 수출 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무뇨스는 “현대차는 인도에서 중동 등 다른 시장으로 차량 수출을 늘려 인도 내 생산량의 30%를 수출할 계획”이라며 “인도는 현대차의 세계화 전략의 일부가 아니라, 전략 그 자체”라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 강화의 일환으로 현대차는 인도법인 29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도인인 타룬 가르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가르그는 내년 내년 1월 정식 취임한다.

최근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배출 규제와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인도가 추진 중인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도 전기차 중심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와 기타 대안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업체들은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목표를 조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등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무뇨스는 “미국에서 전기차는 월 10~20% 성장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는 60~80%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원하면 전기차를 더 만들고 하이브리드를 원하면 하이브리드를 늘릴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무엇을 타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상장 이후 올해 주가가 34% 상승해 인도 뭄바이거래소의 센섹스지수(S&P BSE SENSEX)의 5.7%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최경미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