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가 열광중인 한국인 커플의 설레는 데이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유태오 배우,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이 참석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분(작품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2월 28일 용산 CGV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셀린 송 감독, 유태오 배우,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이다.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분(작품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례적인 상황의 주인공인 셀린 송 감독은 “첫 영화로 아카데미라니 영광”이며 “한국에서 놀러 온 어린 시절 친구와 남편 사이에서 통역하던 어느 밤이 시작이 되었다. 정체성, 역사까지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적인 정서와 뉴욕에서 연극계에 몸담은 경험, 미묘한 감정 등을 농담처럼 영화에 반영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이민자인 경험과 자전적인 반영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10년 넘게 연극하며 안 사실인데, 개인적인 글이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음을 느꼈다. 타인이 제 글을 보고 의미를 찾게 하려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 이민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거다. 시간을 지나 나이 들고 다른 공간으로 움직이는 보편적인 이야기다”며 전 세계적인 공감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듯이 ‘인연’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영화 속에서 인연을 (영어 번역 없이) 그대로 쓴다. 한국적 정서가 세계적인 보편 정서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셀린 송 감독은 “둘의 관계를 설명할 그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인연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해 주는 장면이 있듯. 보고 나면 그 의미를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한국말이지만 단어의 정서는 알 수 있게 말이다. 외국에는 그 감정을 느껴도 이름(단어) 자체가 없어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인연’을 듣고 단숨에 이해했다는 평도 들었다. 어떤 관객이 인연이란 단어를 매일 쓰고 이야기한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며 해외 관객의 반응을 전했다.
영화 속에는 한국의 여러 장소가 등장한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아닌 현지인이 갈법한 장소가 자연스러웠다. 셀린 송 감독은 “파리지엥에게 파리의 상징이 뭐냐고 물으면 에펠탑이 아니라 자주 가는 카페를 말한다. 뉴요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국 장면을 찍을 때 섭외 매니저와 상의했다. 현지 분위기,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촬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1/3 정도 분량을 찍었는데 서울 사람들이 갈법한 곳을 추천받았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영화 끝나고 맛있게 먹을 만한 장소’를 물어보니, 영화 속의 소줏집을 데려갔었다. 분위기가 완벽했다. 군대 장면도 그 시절 복무 경험이 있는 한국 스태프에게 부탁해 고증했다”설명했다.
아버지 송능한은 <넘버 3>와 <세기말>을 만든 감독이다. 영화 속에서 해성이 나영을 찾기 위해 유명 아버지의 페이스북에 연락을 남기는 장면으로 지나간다.
셀린 송 감독은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 수 있어서 좋았고, 한국에 귀향해 한국 스태프와 협업한 경험도 신기했다”며 아버지가 영화 만들던 나라로 돌아와 인연 맺은 소감을 말했다.
애틋한 감정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특징인 영화에 대해 “감정 자체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봤다. 영상미는 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것 같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어떻게 찍고 싶은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배우게 된 값진 과정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유태오는 영화 <레토>(2019)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해외 영화제 경험이 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관객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과대평가되었다. 결과를 바라고 연기하지 않는다. 감독과 소통하며 현재에 집중하는 게 중요했다. 인연이란 소재를 서양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절한 서사가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좋았다. 결과를 떠나서 관객도 영화를 보고 제가 느낀 감성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다. 그 정서가 잘 전달돼서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 해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을 묻자. “캐릭터를 맡으면 저와 공통점을 먼저 찾게 된다. 저의 다국적인 문화 배경 때문에 어떤 점이 해성과 맞닿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해성은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 한(恨)이 맺혀 있고, 슬픈 현실을 받아들어야만 한다. 15년간 무명이었던 솔직한 감정을 해성과 공통점으로 꼽아 연기했다. 메서드 연기의 일종인데 캐릭터에 녹아들어 가면서 멜랑꼴리함을 살렸다. 나머지는 준비하는 동안 감독님의 연출 노트를 봐가면서 감정의 밸런스를 맞추었다”고 답했다.
만약 해성이라면 본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냐고 묻자. “저는 마음 가는 대로 따르는 사람이라서 해성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 20대 때 중국 유학 갈 돈을 미국에 쏟아부어 공부했을 거다. 해성이 공대 출신이라 나름 논리적이며 안전성을 원하는 성격에 타협한 결과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면서 뉴욕을 자주 다녔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면서 “해성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불교 철학을 공부해야만 했다. 삶의 철학과 위치 등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기술적인 연기를 해왔다면 앞으로 만나게 될 캐릭터에 인연을 대입하게 될 것 같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생을 바꿔 준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롱테이크 장면이 인상적이다. 노라가 아서와 집 계단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끝나지 않고, 해성이 택시를 타고 뉴욕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셀린 송 감독은 “해성과 노라가 우버를 기다리는 장소로 향하는 도로는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타임라인이다. 집을 나와 해성과 노라는 현재에서 과거(왼쪽)로 걸어간다. 우버에서 2분을 기다리는데 그때 치마가 과거로 쪽으로 펄럭인다. 마치 노라를 과거로 떠미는 것 같지만 해성을 떠나보내고 현재(오른쪽)의 남편 곁으로 걸어간다. 택시를 타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오른쪽)은 해성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이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거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12살 나영이 옆에 있었을 거다. 그때 유태오 배우에게 ‘엄청 피곤한데 후련한 감정’이라는 디렉션을 주었다”며 공들여 찍은 장면을 곱씹었다.
미국 A24와 CJ ENM의 투자 및 협업 과정 및 미국 진출 방식의 변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고경범 영화사업 부장은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노하우와 자산을 북미를 거쳐 전 세계 관객과 만나길 고민하던 중 홍콩 영화제에서 A24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해 주었다. 한국 분량이 1/3 정도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라 생각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A24는 작품 체를 보고 한국적인 정서를 치열하게 전달하려는 작가적 고민을 끌려 했고, CJ ENM은 한국적인 정서를 글로벌로 전달하려 했던 의지가 있었다. 또한 A24는 북미 시장의 힘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회사였고, CJ ENM은 아시아 중심이라 둘이 협업하면 전 세계의 관객에게 어필하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이 시장이 커지면서 영화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1990년대 영화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사업을 전개하려고 했다. 즉, 작품 자체의 가치를 보는 거다. 예전 모델이 관객을 분석하고 수요에 맞춘 기획을 추진했다면, 현재 모델은 작품 자체의 가치를 확장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추상적이지만 극장에 최적화된 콘텐츠, 장르를 기획 중이다”라며 앞으로 CJ ENM의 투자 및 제작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패스트 라이브즈>는 현재 전 세계 72관왕, 212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행보(2월 20일 기준)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 세계 순회공연을 마치고 마지막 투어인 한국에서 3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사진: 장혜령
- 감독
- 셀린 송
- 출연
-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문승아, 임승민, 조조 T. 깁스, 크리스틴 시, 셀린 송, 데이비드 히노조사, 파멜라 코플러, 크리스틴 바숑, 크리스틴 드소우자 겔브, 제리 경범 고, 미키 리, 테얼러 셩, 셀린 송, 크리스토퍼 베어, 대니얼 로슨, 샤비어 커크너, 키스 프레이스
- 평점
-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