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정책 입김에…강해진 유로화·맥 못 추는 원화
‘안전자산’ 엔화도 강세 보여
원화는 리스크 탓 계속 부진
이달 들어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 내에서 미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을 꾀해야 한다는 자강론이 고개를 든 시점과 맞물린다. 엔화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1000원에 육박하는 등 최근 1년 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타격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1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종가 기준)에서 1유로당 1.0834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지난 한 주간 4.5% 올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유로당 1.02달러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같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었다.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선 건 ‘달라진 독일’ 영향이 크다. 독일은 최근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내놨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4일 향후 10년간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비 조달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 부채를 허용하도록 헌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지금은 연간 신규 부채를 GDP의 0.3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발표 하루 뒤인 5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2.793%)는 전날보다 0.298%포인트 올랐다. 이는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이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같은 날 ‘유럽 재무장 계획’을 위해 8000억유로를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유로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전자산인 엔·달러 환율이 147엔까지 떨어지는 등 강세를 보였다. 11일 엔·원 재정환율은 장중 100엔당 995원을 넘어서며 52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유로화나 엔화와 달리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458.2원(주간거래 종가)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1460.5원까지 올랐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직격탄을 받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관세가 유예된 캐나다, 멕시코 통화는 반등했지만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교역국으로 지목하는 등 아직 관세 영향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도 “미국의 무역적자국 중 상당수가 아시아 지역에 있는 만큼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엔화 제외)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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