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명차의 명성은 계속된다, BMW 모토라드 뉴 R 1300 GS 어드벤처

BMW 모토라드의 GS 어드벤처는 우주명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많은 메이커의 다양한 모델들이 충분히 부러워할만한 별명인데 GS 어드벤처는 그만큼 시장과 사용자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투어링 모터사이클 장르에서는 가장 모범적이고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보여왔는데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모터사이클 제조사 중에서 GS 어드벤처를 신경 쓰지 않는 곳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다. GS 어드벤처를 경쟁 모델로 인식하든 아님 따라가야 하는 롤모델로 인식하든 간에 어드벤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GS 어드벤처의 존재감은 그 어떤 모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명차로 평가받는 GS 어드벤처에게도 아쉬운 단점으로 꼽히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너무 큰 덩치와 높은 시트고였다. 물론 그것을 척박한 환경을 주행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점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GS 어드벤처를 타길 원하긴 하지만 높은 시트고가 부담스럽고 육중한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라이더들은 GS 어드벤처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봐야 했다. 그래서 GS 어드벤처는 타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모델이 없지만, 탈 수 없으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인 명차라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런 GS 어드벤처가 클러치 없이 변속이 가능해진 오토매티드 시프트 어시스턴트(ASA: Automated Shift Assistant)와 정차할 때나 속도가 30km 이하로 내려가면 되면 자동으로 시트고가 30mm가 내려가는 적응형 차고 조절 시스템으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진화해 돌아왔다. 이 두 가지 기능만으로 시트고가 높아 부담스러워했던 라이더와 무겁고 덩치가 커서 주행을 어려워했던 라이더들에게 GS 어드벤처는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닌 한 번쯤 도전해볼만한 모델이 된 것이다. 풀체인지되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진화가 됐고 앞서 말한 이 두 가지 기능으로 전혀 새로운 매력을 가진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디자인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연료탱크 주변의 볼륨이 커진 것이다. 연료탱크 좌우로 사각의 보조탱크를 더해놓은 듯한 디자인인데 처음 이미지가 공개됐을 때는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볼륨이 늘어난 만큼 정면의 뷰가 좀 더 남성다워진 느낌이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였는지 후미 역시 볼륨이 조금 늘어났다. 연료탱크를 감싼 부분이 사각형의 디자인이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이버틱하다는 반응들이 많다. 전면의 인상을 좌우하는 LED매트릭스 헤드라이트도 X자 형상으로 바뀌면서 GS를 상징하던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다. 실물을 보기 전에는 이전 모델이 더 좋아 보인다는 반응도 있긴 했는데 막상 실물을 보고 눈에 익어가니 이번 신형 GS 어드벤처의 디자인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눈으로 직접 보니 사진보다 실물이 더 매력적인 타입이다. 

이미 여러 자료로 왼쪽 클러치 레버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있어야 할 곳에 클러치 레버가 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니 모터사이클에도 오토매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혼다가 아프리카트윈에서 어드벤처 모델의 오토매틱 시대를 열었지만 GS 어드벤처가 이를 이어 확인사살까지 해버리니 조만간 다른 제조사들도 어드벤처 모델들에 오토미션 방식을 택하게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아프리카트윈 때는 설마 했던 것이 이제는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GS 어드벤처에 적용된 오토매틱 기술은 오토매티드 시프트 어시스턴트로 클러치가 없는 방식이고 왼쪽 핸들에 달린 오토모드와 수동모드를 전환하는 버튼으로 손쉽게 변속이 가능하다. 오토모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 클러치에 부담을 느끼는 라이더도 손쉽게 GS 어드벤처를 다룰 수 있게 된다. 기어가 주행 상황에 알맞게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이 시스템의 장점을 길게 설명해서 무엇하랴.

아마도 BMW 모토라드에서도 GS 어드벤처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일부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명차를 경험하고 이 모델이 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고 해외 투어를 가기 위해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 더 많은 라이더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모터사이클로 다니는 투어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함으로서 투어러 모터사이클의 매력을 알리고 또 GS 어드벤처의 판매량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클러치의 조작과 변속의 번거로움을 뺀 신형 GS 어드벤처는 접근성의 문턱을 낮춰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오토매티드 시프트 어시스턴트를 경험해보면 처음에는 있지도 않은 클러치를 잡으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다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클러치를 잡고 기어를 변속하는 것에 익숙한 라이더일수록 클러치가 없는 허전함은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 보다는 편하고 쉬운 것을 선택하는 법. 오토모드에 놓고 오른쪽 악셀을 당기면 마치 스쿠터처럼 그 큰 덩치가 스르륵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것은 변속 느낌일텐데 어쩌면 이것은 스쿠터와의 비교일지도 모르겠다. BMW 모토라드가 GS 어드벤처를 스쿠터처럼 만들어 놓았는지 확인하고 싶을텐데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아니다.

오토모드를 적용시켰지만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매끄러운 스쿠터의 느낌보다는 기계적인 부분이나 감성적인 부분은 그대로 놔두고 클러치를 빼서 편리함만 더한 느낌이다. GS 어드벤처가 혼자서 판단해 변속을 할 때 충격도 그대로 느껴지고 소리도 난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스로틀 그립을 거칠게 세게도 당겨보고 미세하게 작동 해보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을 해본다. 수동모드의 반응이 궁금해 수동으로 바꿔 발로 기어 시프트를 해보면 이전의 GS 어드벤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짧은 시승시간이라 이 두 가지 모드를 왔다갔다 경험해보니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편해졌고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입문자든 베테랑이든 누가 타더라도 시동이 꺼질 걱정이 없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험한 지형을 라이딩 하더라도 변속에 대한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신형 GS 어드벤처의 변화는 엄청난 것이라 하겠다. 

오토모드로 주행을 하던 수동모드로 조작을 하던간에 박서엔진이 주는 배기음과 떨림은 그대로다. 오토모드가 적용됐다고 해서 반응까지 부드러운 순한 양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클러치 조작이라는 한 단계를 삭제함으로서 스로틀을 열고 닫는 것에 조금 더 디테일하게 신경 쓰고 주행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된 느낌이다. 부담을 덜어내니 부담이 있었던 곳은 재미로 채워지고 생겨난 여유만큼 멋진 가을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쌀쌀해진 가을바람은 전동 조절식 윈드스크린이 막아주고 가을 바람으로 낮아진 온도는 열선그립과 열선시트가 도움을 준다. 라이더는 그저 편하고 안전하게 달리는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주는 느낌이다. 주행을 하면 할수록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평일 낮 뻥 뚫린 국도변을 변속이 없이 달리다 보니 아무래도 속도를 올려 고속으로 달리는 것에 조금 더 관대해진다. 신형 GS에는 역대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공수랭식 수평대향 엔진을 장착했는데 잠깐만 경험해 보더라도 2기통 박서 엔진이 전달해주는 특유의 투터운 토크를 경험할 수 있다. 최고출력은 7750rpm에서 145마력이 나오고 최대토크는 6500rpm에서 149Nm를 보여준다. 배기량은 어차피 기존 1250cc도 충분히 넉넉한 수준이지만 이번 모델은 여기서 더 높여 1300cc로 업그레이드 됐다. 마치 오토모드를 넣어 쉽고 만만하게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성능을 보여줌으로서 GS의 기술력과 성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경험해보면 저속이든 고속이든 간에 GS 어드벤처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다. 

스로틀을 조금만 강하게 비틀어도 가속하며 튀어나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속도를 낮추면 알아서 철컥철컥 기어를 낮춰주고 급속하게 스로틀을 열더라도 클러치 레버를 잡을 일이 없으니 즐기며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딱 맞다. 클러치 레버가 없으니 장시간 라이딩에도 왼손이 아프지 않고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거리 라이딩을 많이 즐기는 라이더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오토모드 만큼이나 환영하는 기능은 적응형 차고 조절 시스템이다. 판매가격 4330만원인 가장 상위 트림인 옵션 719를 선택하면 누릴 수 있는 이 기능은 키가 작거나 소위 제꿍을 두려워하는 라이더들에게 가장 반길만한 기능이다. 시속 30km 이하가 되거나 정차를 하게 되면 시트고가 자동으로 30mm가 내려가 지면에 발이 닿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인데 사실 이 기능도 GS 어드벤처의 접근성을 높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GS 어드벤처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기능으로 보인다. 사실 이전까지 키가 작은 사람이 GS 어드벤처를 타기 위해 추가로 돈을 들여 다운 킷을 장착하거나 로우시트를 선택하기도 했고 심지어 큰 부츠를 구입해 깔창을 넣어 신고 타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모터사이클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본인의 키가 몇인데 GS 어드벤처를 타는데 문제가 없겠느냐 하는 질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키가 큰 라이더들에게는 GS 어드벤처의 시트고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만 키가 작은 라이더들에게 적응형 차고 조절 시스템은 아마도 가뭄에 단비 같은 기능일 것이다.

강조하지 않은 그 외의 부분들은 GS 어드벤처로서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해 보인다. 라이딩 어시스턴트 기능으로 얻는 편안한 승차감이라던지 2채널 ABS가 보여주는 확실한 제동 능력 등은 이제는 너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주 명차 타이틀을 가진 모델이니 이 정도는 해야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라이더의 아무리 기대치가 높더라도 GS 어드벤처는 그것을 충분히 소화할 능력이 있어 보이고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신형 GS 어드벤처가 그 이상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새로운 기능이 적용되고 이렇게 많이 좋아진 만큼 가격 또한 올라가긴 했다. 4330만원의 차량 가격에 GS 어드벤처에는 필수품이라 여겨지는 리어의 3박스, 그리고 이번 모델에 기본 옵션처럼 등장한 탱크가방 등을 장착하면 대략 5천만 원 정도의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어드벤처 장르를 처음 타는 라이더라면 라이딩기어들도 온로드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니 추가적인 지출도 감안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지만 11월 초부터 진행된 사전 예약에서 상위트림부터 거의 완판되고 있다고 하니 구입하고 싶은 라이더라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가격을 떠나 신기술이 적용된 모델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구입해 신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