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건강한 삶 살게 하는 또 다른 계기"… 환자∙의사∙국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533만 명을 넘어섰고, 19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550만 명에 육박한다. 국민 6명 중 1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에서도 목표 혈당에 도달한 비율은 32.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혈당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환자의 식습관, 의사의 관성적 처방, 국가 제도적 한계점이 모두 존재한다. 또 '몸에 좋다더라'는 식의 잘못된 식습관 정보가 퍼지는 것도 치료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당뇨병에 '좋다더라'는 돼지감자, 먹는 알부민 등 의학적 근거가 빈약하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정보들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김성래 교수(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게 550만 당뇨병 시대에 환자와 의사, 그리고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물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약 550만 명에 이른다. 이 수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체 국민 중 550만 명이 당뇨병이라는 것은 대략 6명 중 1명이 당뇨병이라는 뜻이다. 정말 큰 문제다. 전 연령대, 전 세대에 걸쳐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국민병'이라고 봐야 한다.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오히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고 가볍게 여기는 시선도 있는데, 사실 당뇨병은 처음부터 올바르게 치료하면 정상인과 똑같이 사회·경제 활동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병이다. 반면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환자가 많아질수록 의료비 지출은 급증하고, 합병증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30 세대 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수십 년간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결국 당뇨병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보건학적 난제가 될 것이다.
국가에서도 고혈압·당뇨관리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나.
당연히 도움이 돼야 하고, 또 되기도 한다. 다만 일선에서 환자에게 얼마나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식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같은 교육은 동네 의원 입장에서 바쁜 진료 시간에 직접 하기가 쉽지 않다. 의원마다 영양사가 고용돼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가적 체계 마련은 지금까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환자가 더 올바르게 치료받고 전체 치료 결과가 양호해지려면, 이 부분이 앞으로 반드시 극복돼야 할 과제다.
국가 차원에서 어떤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먼저 국가건강검진 체계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약 135만 명이나 되는 당뇨병 미인지 환자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부끄럽고 아쉬운 수치이며, 현행 시스템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건강검진은 공복 혈당만 측정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당화혈색소' 검사가 필요하다. 이미 채혈을 한 김에 당화혈색소 항목 하나만 추가해도 진단에 획기적인 도움이 된다. 그래서 대한당뇨병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현재 당뇨병 환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1년에 5~10%씩 당뇨병으로 넘어갈 수 있는 예비 환자다. 이들을 정식 의료 체계 안에서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신규 환자 양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가적인 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서도 당화혈색소 같은 목표 수치 달성률이 낮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년부터 짝수 해마다 '당뇨병 팩트시트'를 발표한다. 처음 발표 당시 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25%에도 미치지 못해 깜짝 놀랐다.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2022년까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나마 2024년 데이터에서 약 32.4% 수준까지 올라와 3분의 1가량이 목표에 들어가고 있다. 학회는 획기적이라며 좋아하지만, 사실 아직 3분의 1밖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혈당이 높을수록 증상이 없어도 합병증은 정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에 목표 수치를 맞추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게 잘되지 않는 이유는 환자 측 문제와 의료진 측 문제로 나눠 볼 수 있다.
환자 측에서는 증상도 없는데 가족 권유나 의사의 경고 때문에 약만 겨우 먹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당뇨병은 약만 먹으면 되는 다른 질환들과 달리, 환자 본인이 주체가 돼서 식사·운동·약물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잘 관리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식사를 '많이'가 아니라 '규칙적으로 적절히' 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목표 혈당에 도달한다. 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분들은 밥은 조금 먹어도 중간에 고구마, 견과류, 요구르트처럼 간식을 많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환자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도 많이 퍼져 있다고.
정말 많다. 예전에는 '뽕잎이 좋다'고 해서 뽕잎을 많이 드셨고, 요즘에는 '돼지감자' 차례다. 그런데 돼지감자가 당뇨병에 좋다는 얘기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시작됐다. 돼지감자에는 '이눌린(inulin)'이라는 섬유질이 일반 감자보다 많이 들어 있는데, 누군가 처음에 이 '이눌린'을 '인슐린(insulin)'으로 잘못 본 것이다. 그렇게 '돼지감자에는 식물성 인슐린이 있다'는 말이 퍼졌는데, 인슐린은 펩타이드 호르몬이기 때문에 '식물성 인슐린'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일단 '돼지감자가 좋더라'는 얘기를 들으면 환자들은 또 과도하게 찾아먹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지나치게 돼지감자를 많이 먹다가 혈당이 너무 높아져 응급실로 실려온 사례가 학회에 보고된 적도 있을 정도다.
또 요즘에는 '먹는 알부민'을 드시는 분도 많은데, 알부민은 단백질 성분이라 먹으면 위에서 다 소화돼버린다. '먹는 알부민'으로 판매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환자를 교육할 때 누군가 "당뇨병에 좋다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만 안 하시면 된다고 늘 강조한다.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다. 올바르게 골고루 식사하고, 운동까지 곁들이고,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잘 쓰면 되는 일이다.

의료진 측에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약간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의료진 측 책임도 분명히 있다. 환자를 철저히 관리할수록 저혈당 빈도가 높아질 수 있고, 그만큼 환자 교육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조절이 조금 안 돼도 당장 큰일 나는 건 아니니까'라며 다소 느슨하게 치료하거나, 기존에 처방하던 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임상적 관성'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의료진은 환자에게 올바른 치료가 무엇인지 충분히 교육해 자기 관리 능력을 키워주고, 동시에 조기부터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제를 조합해 치료하는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뇨병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당뇨병이 6개월, 1년 안에 완치되는 병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당뇨병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일정 기간 치료해서 끝내는 병이 아니라, 평생을 동반자처럼 함께 가며 관리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진단받은 환자 중에는 "당뇨병이 아니었다면 계속 방탕하게 살았을 텐데, 진단 이후 생활 습관을 바로잡으면서 원래 있던 고혈압도 사라지고 체중도 줄어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잘만 관리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못 할 게 없다. 진단받고 낙심하는 젊은 환자들에게 늘 강조한다. 단, '관리만 잘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을 뿐이다.
당뇨병은 절대 못 고치는 난치병이 아니다.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누리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참고로 대한당뇨병학회는 환자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 '당뇨병의 정석'을 운영하고 있다. 정석과 같은 올바른 정보를 전한다는 의미로 이름 붙였다. 식사·운동·자기관리 등 수백 개의 콘텐츠가 올라가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뇨병, 절대 어려운 병이 아니다. 정석대로 치료하면 누구나 잘 관리하고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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