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원예술 2024 : 우주 엘리베이터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예술 2024 : 우주 엘리베이터'는 또 다른 현실인 우주와 이와 관련된 감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5월부터 내년 2월까지 월별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인간이 자기 충족적인 지구를 떠나 새로운 현실인 우주로 가야 하는 ‘이유’와 기존과 다른 ‘방법론’은 무엇인지 질문하며 시작합니다. 다원예술 2024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공학적으로 의외로 꽤 오랫동안 검토된 구상인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흥미로운 개념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미래와 우주에 대한 사라지지 않는 열망,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본질적인 두려움을 우리는 예술에 빗대어 봅니다. 새로운 예술은 무엇이며, 새로운 예술을 왜 굳이 해야 하는지, 과거의 구상은 어떻게 유효한지, 예술에 대한 간절함과 어려움 그리고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본질적인 신체성과 두려움을 생각해 봅니다. 2024년의 다원예술은 ‘우주 엘리베이터’로 공학적 상상력의 문을 열며, 우주라는 새로운 현실과 예술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지길 기대합니다.

2. Portrait of a Collection :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
송은문화재단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피노 컬렉션과 협력하여 선보이는 전시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을 개최한다. 생 로랑의 모기업인 케어링 그룹의 설립자이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가 설립한 피노 컬렉션은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송은(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Agony and Ecstasy(고통과 환희)'를 통해 컬렉션 중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이후 13년 만에 다시 한번 한국 관람객과 마주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60점 가량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은 2021년 피노 컬렉션이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를 미술관으로 단장해 선보인 개관전 '우베르튀르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해당 전시에서 소개되었던 마를렌 뒤마, 뤽 튀망, 피터 도이그, 플로리안 크레버, 세르 세르파스, 루돌프 스팅겔, 리넷 이아돔-보아케와 같은 작가들의 걸작을 만나볼 수 있다. 캐롤라인 부르주아가 큐레이팅해 피노 컬렉션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한 이번 전시는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 회화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컬렉션의 예술적 표현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3. 마이클 주 :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
국제갤러리는 '마이클 주의 개인전 :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을 선보인다.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인식과 정체성, 그리고 경계성에 대해 탐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적인 지각 기저에서 이루어지는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 관계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은 이를 시적으로 담아낸 문구로, 표면화되지는 않지만 소곤거리듯 작동하는 각종 숨겨진 연결망을 환기하고, 여러 비가시적 관계와 친밀성을 조율하는 이른바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주의를 돌린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유리 패널 신작 시리즈는 공간을 분할하기도, 연결시키기도 하는 재료 및 양식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의 결과물이다. 'Revider'라는 제목으로 엮이는 본 연작은 투명한 아크릴과 더불어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을 띠는 다이크로익 유리(이색성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은 그 너머를 투영하는 투명성을 통해 공간 및 사물을 바라보는 시점을 의식하게 하거나, 변화무쌍한 색상의 표면을 통해서 정적인 사물로서의 작품에서 벗어나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와 시선을 적극적으로 이동시키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패널을 전시장에 창문이나 벽처럼 세워 두거나 서로 잘라내듯 교차시키면서 (반)투명한 건축적 재료가 공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다.

4. 함경아 : 유령과 지도
국제갤러리는 오는 한옥에서 '함경아 개인전 : 유령 그리고 지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고 경험하는 오늘날의 사회를 세 개의 악장으로 꾸려 공유한다. ‘유령’이란 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모든 지시들과 욕망을 환영으로 치환해 총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함경아 작업 전반을 설명하는 데 주요한 개념어로 자리잡은 표현이다. 지난 2015년도 국제갤러리 전시에서는 'Phantom Footsteps', ‘유령 발자국’이라는 제목으로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사이의 역학을 고찰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그 발자국들이 그리는, 즉 실체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사이를 끝없이 횡단하며 작가가 그려 나가는 세계(지도)를 선보이고자 한다.

5. 데릭 애덤스 : The Strip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Gagosian)이 서울 첫 단독 전시회를 개최한다. 데릭 애덤스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자신의 브루클린 스튜디오 근처, 그리고 전 세계 위치한 뷰티 매장의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회화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작품 속에는 다채로운 가발을 쓴 여러 얼굴의 마네킹 두상들이 등장하며, 페인트 층과 그래피티, 도시의 흔적이 새겨진 부조 형태의 벽돌이 캔버스를 프레임처럼 두르고 있다. 더불어 표지판, 인도, 차량, 도로 등이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이 더해져 내부와 외부 공간이 뒤섞인 듯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6. 유영국의 자연 : 내면의 시선으로
한국의 1세대 추상화가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사후 최초로 공개되는 소품들을 포함, 유 화백의 1950–1980 년대 유화 작품 34 점과 화가로서의 삶의 궤적을 담은 아카이브 자료가 소개된다. 이를 통해 시대적 격변기를 거쳐가는 과정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더욱 단단한 내면과 품위로 발현된 유 화백의 중용의 미학이 조명된다.

7. 존 배 : 운명의 조우
존 배의 개인전 '운명의 조우'를 개최한다. 10여 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는 존 배의 70여 년의 예술적 여정을 집약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1960년대 초반 구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제작된 초기 강철 조각을 비롯하여 연대기 별로 주요 철사 조각, 드로잉과 회화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 30여 점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8. 가브리엘 오로즈코
화이트 큐브 서울의 이번 전시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개인전으로, 그의 회화와 2021-22년 연작 ‘Diario de Plantas (식물 도감)’에 속한 드로잉 작업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연작 ‘식물도감’은 오로즈코가 일본 도쿄, 멕시코 아카풀코와 멕시코시티에서 수집한 식물을 노트의 지면에 판화 기법으로 기록한 습작 시리즈다. 이 연작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다. 작가는 도쿄에 거주하던 당시 주변에서 나뭇잎을 채집하는 일을 일상으로 삼았고, 이후 멕시코시티에서 차풀테펙 공원 재생 프로젝트의 총 책임을 맡아 그곳에 거주하는 동안에도 이 활동은 마치 하나의 의례처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는 먼저 나뭇잎을 지면에 놓고 눌러서 그 자국이 남도록 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해 여러 잎사귀의 잎맥이 중첩되게 하거나, 잎의 흔적 위에 과슈, 템페라, 잉크, 흑연 등으로 드로잉을 하는 방식으로 식물에 대한 기록을 축적했다.
작가가 사용한 종이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물감을 잘 흡수해 뒷면까지 색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한 장 한 장 염색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곧 하나의 대화로 연결된다. 또한 작가는 여백에 일정한 번호 체계에 따라 작품의 고유번호와 제작일을 기입하고, 자신의 이름을 히라가나로 표기한 전통 인장으로 날인했다. 이처럼 인덱싱에 신경을 씀으로써 제작 과정을 일종의 일기처럼 기록하고, 작품이 탄생한 지리적 배경을 명시했다.이번 전시작의 도식적인 패턴에서 작가가 과거 연작에서 즐겨 사용했던 구조적 장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크기가 가장 큰 두 작품 Guapo Fish(구아포 피쉬, 2024)와 Warrior Fish(워리어 피쉬, 2024)의 역동성은 원심력과 몬드리안 풍의 색채 구획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Suisai (스이사이)’ 연작과 ‘Samurai Tree(사무라이 나무)’ 연작에서 돋보이는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과 균형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두 시리즈에서 오로즈코는 체스 원리에서 착안한 규칙을 대비되는 색의 시퀀스와 원형 모티프에 적용함으로써 동적 리듬감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작품은 두 연작에 비해 더 세밀하고 정교하며, 구조적 장치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생명의 순환 즉, 탄생-성장-분해-화석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이 거치는 그 과정은 곧 예술 창작의 과정이기도 함을 오로즈코는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9. 이원우 :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입
삶에서 찾은 유머의 코드를 활용해 익숙한 현실에 가벼운 균열을 내고자 하는 이원우는 끊임없이 관람객의 일상에 개입하고 그것을 환기시키는 '상황의 조각'을 통해 조각 아닌 것으로 조각을 한다. 설치, 조각, 퍼포먼스, 영상 등 다매체를 활용해 불확실한 미래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불안을 블랙 유머와 위트, 그리고 아이러니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입'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는 진실의 입 석상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가장 큰 건축적인 특징인 고전적인 파사드 아치로부터 영감을 받아 관객의 동선 자체를 작업으로 끌어들이면서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환기를 만들어낸다. 관객이 조각의 입 속을 통해 무대 뒤편의 퍼포머(혹은 또 다른 참여자)와 펼치는 퍼포먼스 '당신의 진실을 아름답게 만드세요'를 통해 우리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하는 발견의 기쁨과 소소한 위로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이것은 보다 본질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예술 작품이나 미술관이 주는 의미와 역할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10.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
2018년과 2023년 사이에 제작한 이 작가의 ' 대화 와 응답' 시리즈의 그림과 1950~60년대 마크 로스코의 주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1936년에 태어난 이우환은 1960년대 후반 일본 아방가르드 그룹 모노하의 주요 인물이었다. 공간, 지각, 대상 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그의 예술적 실천은 자연과 물질성에 대한 그의 깊은 감사에서 발전했다. 뉴욕 학교의 선구자인 로스코는 20세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심리적, 영적 의미가 담긴 방대한 규모의 색면 그림으로 유명하다. 각 예술가의 작품은 전용 공간이 주어지고 서울에서 열리는 다가올 쇼에서 별도로 선보일 예정이지만, 이 전시는 두 예술가의 작품에 걸쳐 있는 색상, 표면, 분위기 측면에서 많은 공명과 교차점을 이끌어낼 것이다.로스코의 그림은 오랫동안 색상의 숭고한 힘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안료의 영역을 빛나는 분위기의 광활함으로 녹여냈다. 리의 그림에서도 색상은 마찬가지로 강력하지만, 종종 얼어붙은 제스처로 나타나는 반면, 로스코의 제스처 없는 표면과는 대조적이다. 로스코의 알아볼 수 없는 페인트 적용이 후기 티티안의 흐릿함과 안개를 연상시킨다면(캔버스 전체를 범람시키고 선이나 단단한 윤곽의 감각을 지워버림) 리의 형태는 비교적 선명하고 자립적이다. 그러나 두 예술가 모두 색상을 시청자에게 깊은 사색 상태를 유발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두 사람 모두 작업에서 공기, 공허함, 증기의 미학을 다루며, 그림이 색상에 대한 경험을 강화하고 동시에 경외롭고 명상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힘과 고요함을 모두 전달하는 능력을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