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오래 사랑받을 사람"…영화 '그녀에게' 이상철 감독

황대훈 기자 2024. 9. 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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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 여건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녀에게'가 이번 주 개봉했는데요.


영상 보고 와서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VCR]


"40대에 정치부장, 50대에 편집국장"


"양수 터져서 지금 응급실 간다"


발달장애 아이가 태어나며 달라진 인생


"최근에 반 어머니들이 지우 퇴학처리건으로 진정을 내려고 하셨대요"


막막한 인생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교육


"지우 만세 방금 만세한 거야? 지우 지금 엄마 말 알아들었어?"


'오랫동안 길게 사랑받을 사람들'


발달장애 가족이 된 그녀에게

영화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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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영화 '그녀에게'를 연출한 이상철 감독과 함께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감독님, 어서 오세요


이상철 감독 / 영화 '그녀에게' 연출

반갑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주 개봉한 영화입니다.


지금 잠깐 영상으로 만나봤지만, 발달장애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라고요.


이상철 감독 / 영화 '그녀에게' 연출

네, 이 영화 <그녀에게>는 2018년에 출간되었던 류승연작가의 책 <사양합니다. 동네바보 형이라는 말>이라는 논픽션 에세이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실제로 국회 출입 기자였던 류승연 작가가 이란성 쌍둥이 출산 후에 그 중 둘째인 아들 동환군이 만 4세에 지적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 책인데요.


원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지만, 저는 이 책에 상상력을 가미해서 허구로 만든 상연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발달장애아를 양육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한 가정의 모습을 영화화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제목 그녀에게는 원작 책의 마지막 챕터였던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에서 갖고 온 제목입니다.


이 영화가 세상의 수많은 그녀들에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한 통의 편지처럼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러한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당시 원작이죠, 류승연 작가님을 저희 스튜디오에 모시기도 했었습니다.


원작이 워낙에 발달장애 가족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데, 영화로 옮기실 때 또 중점 두신 부분이 있을까요?


이상철 감독 / 영화 '그녀에게' 연출

저는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장애인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는 비장애인 영화입니다, 라고 소개를 하는데요.


엄마 상연의 입장에서 영화속 상황들을 마치 체험하듯이 느껴보는 그러한 영화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장애라는 두 글자가 개입하게 될 지는 꿈에도 몰랐던 한 인물이 아이의 장애 판정과 함께 인생이 백팔십도 뒤바뀌게 되고, 오직 장애아이의 엄마라는 한가지 정체성으로만 규정 받게 되는, 이 사회의 다양한 편견 어린 시선들을 관객들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 상 장애아 육아의 다양한 고충이 어쩔 수 없이 묘사되고 있긴 하지만 저는 그 부분보다 인물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더 집중하려고 했고요.


그리고 또 이 사회가 어떻게 하면 함께 고민하고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게끔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와는 무관한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랬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아이를 어떻게든 자립을 시켜보고 싶은 게 당연히 엄마의 마음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이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고, 또 주변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는 장면을 조금 전에 우리가 같이 봤는데요.


그렇다면 장애 아동들의 교육 실태에 관해서는 영화에 어떻게 담으셨을까요?


이상철 감독 / 영화 '그녀에게' 연출

이 영화는 2024년 현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201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하는 일종의 시대극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현재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고,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것인데요.


장애아 육아와 치료에 드는 사교육비, 장애 아동들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사이에서 선택지에 놓이고, 그 마저도 마음껏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교육 현실, 그 바뀌지 않는 현실을 담고자 했습니다.


몇 해 전에 학교가는 길이라는 장애아동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그 뒤로 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장애아동의 교육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부모님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계십니다.


다만 그게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지 않을 뿐이고요.


이 영화는 어떤 한가지 제도나 법률을 주장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단지 그러한 제도적인 장치나 변화가 마련되려면 대다수 국민들이 어떠한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토론의 물꼬를 트는 장으로서 이 영화가 기능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이 영화가 진정한 시대극으로 보이는 때가 오길 바라고요, 하루 빨리 영화 속 이야기들이 아, 과거에 한국이 저런 때가 있었구나, 하는 옛 이야기처럼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영화를 보면 "초등학교 1학년 만큼만 되면 아이 혼자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지" 이런 대사도 나옵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셨습니까?


이상철 감독 / 영화 '그녀에게' 연출

이 영화는 실제 장애아를 육아하는 당사자들은 물론 이들의 현실을 몰랐던 대다수의 비장애인들 이 모두를 위한 영화인데요, 방금 말씀하신 그 대사는 이 영화의 초중반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그 대사를 하는 인물이 영화의 후반에 다시 등장을 해서 또 다른 얘기를 합니다.


한 인물이 하는 말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에 더 집중을 해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큰 틀에서 이 영화는 장애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삶의 조건이고 평생을 지니고 함께 살아가야 할 개인의 특징 같은 것이라는 메시지에 방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초반에 그와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을 기능적으로 배치를 했던 것이고요, 특정 장면을 보면 이 영화의 메시지가 어? 이런 게 아닌가라고 오해하실 분들도 계시지만, 이 영화를 전체를 다 보시면 분명히 영화가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충분히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군다나 비장애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짧은 영상이지만 아까 지켜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거든요.


실제로 발달장애인 가족들 사이에서는 정말 영화가 너무 힘들어서 보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비장애인 관객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있으십니까?


이상철 감독 / 영화 '그녀에게' 연출

당연히 제가 이 영화를 보기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억지로 봐달라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예고편이나 스토리 라인을 보고서 영화를 상상을 하고 선입견을 가지실 수는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에게 예고편은 아무래도 극적인 장면 위주로 편집이 되다 보니까 그렇게 느끼셨던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고요.


이 영화를 먼저 본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그냥 보기 전에 떠올렸던 생각과 실제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고, 그리고 발달장애인 가족들도 이 영화를 보고서 위로와 위안을 많이 받으셨다는 그런 후기를 지금 많이 올려주고 계십니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처음에 생각했던 의도와 크게 벗어나지 않게 관객분들에게 다가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고요.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만들 때 혹여라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연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관객들에게 가닿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게 당장 오늘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시간이 흐른 뒤가 될 수도 있고 하지만 저는 되도록 많은 관객분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 영화가 영화 자체로서 온전히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강아지보다는 고양이와 같은 영화다라고 그렇게 표현을 하고 싶은데요.


그래서 이 영화는 물지 않습니다.


서현아 앵커

장애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양한 개인이 갖고 있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다, 이 영화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우리 세상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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