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당해야 하냐" 부실 새마을금고 30곳 비공개 방침에 분통
[땅집고] “새마을금고가 주는 금리 혜택이 좋기 때문에 돈을 맡긴 금고가 안전하다면 예금을 유지하고 싶은데, 괜한 불안감이 들어 혜택을 다 포기하고 돈을 빼야 하는지 고민이다.”
행정안전부가 7월10일부터 최근 부실화 위기가 거론된 새마을금고 부실지점 30곳(연체율 10% 이상인 곳)에 대한 점검을 시작한다. 특별점검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타 금고와 통폐합이 결정된 남양주 동부지점에는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특별점검을 벌이기로 한 30곳의 금고는 연체율이 10% 이상인 부실 금고 들이다. 남양주동부지점처럼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남양주동부지점처럼 부실 위기에 놓여 특별점검 대상이 된 지역금고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전체 금고 고객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2~3개월간의 금고별 연체율도 공시되지 않았다. 고객들 사이에선 “30곳 명단을 빨리 밝히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 새마을금고 예금주들“특별점검 30곳 공개하라” 요구 빗발쳐
새마을금고는 1963년 5월 경상남도에서 5개의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현재까지 총 1295개 금고에 2180만명이 가입해 있다. 지역 금고는 하나의 브랜드를 공유하는 독립법인체로 운영된다. 한 금고가 부실해진다고 해도 다른 지역 금고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최근 2~3개월간 일부 지점에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금고 연체율이 6%대로 상승했는데, 개별 금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고객 불안이 커졌다.
지점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시자료는 6개월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일반 은행은 적어도 금융기관의 연체율 정도는 월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는데,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말(12월) 기준 현황만 나왔다. 상반기 공시는 오는 8월31일 공개된다. 고객들 사이에선 특별점검 대상 지점 30곳이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한 예금주는 “고객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수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새마을금고중앙회 “뱅크런 커질 것…30곳 명단 절대 못 밝혀”
하지만,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뱅크런 우려가 커 특별점검 대상에 오른 지역금고 30곳 명단을 절대 밝힐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한 지역금고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예금자보호를 위해 우량 새마을금고와 합병을 통해 예금계약을 이전한다”며 “연체율을 공개하면 해당 지점 뱅크런은 불가피한데, 인수합병 과정에서 과도하게 뱅크런이 일어나면 기존 우량 금고에 위험이 옮겨붙게 돼 특별점검 대상 지점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오히려 전체 금고 고객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